따돌림·학교 부적응 경험 청소년 대상
그림책 읽고 문학기행 등 떠나는 시간
“또래 만나 생각 나누는 경험 즐거워”
탈북·중도입국 등 이주배경 청소년들
자격 취득…사회 진출 돕는 프로그램도
학교 밖에서 독서·진로찾기 배움 경험해
그림책 읽고 문학기행 등 떠나는 시간
“또래 만나 생각 나누는 경험 즐거워”
탈북·중도입국 등 이주배경 청소년들
자격 취득…사회 진출 돕는 프로그램도
학교 밖에서 독서·진로찾기 배움 경험해
학교 밖 청소년 돕는 프로그램
“도서관에 처음 와본다는 아이들이 많았어요. 각자 집안 사정과 학교 부적응 등의 경험이 ‘도서관은 학교 다니는 친구들만의 공간’이라는 인식으로 이어진 것이죠.”
이현정 인천광역시 부평도서관 사서가 ‘학교 밖 청소년 독서 프로그램’(이하 독서 프로그램)을 설명하며 한 이야기다. 이 사서는 독서문화과 주무관으로 2년째 해당 프로그램을 맡아오고 있다.
국립어린이도서관, 학교 밖 십대 위한 독서교육 진행
독서 프로그램은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이 2016년부터 실시해온 사업이다. 지난해에는 전국 공공도서관 24곳이 참여했고, 지역 내 청소년 쉼터와 탈북 청소년 관련 기관, 대안학교 등과 연계해 4천여명의 학교 밖 청소년들을 만났다.
부평도서관 독서 프로그램에는 인천 관내 보육원생을 비롯해 탈학교, 따돌림 등의 경험이 있는 아이들이 참여하고 있다. ‘학교 안’에 관심이 없어 조금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아이들에게 책 읽기의 즐거움과 중요성을 알려주자는 취지다.
지난 4월부터 10월까지 주 1회 진행하는데, 책 읽기에 대한 부담감을 낮추기 위해 그림책을 활용하고 문학기행도 떠난다. 지난해에는 ‘누구에게나 우울한 날은 있어―감정 이해’, ‘나만의 영상 도서관 만들기’, ‘어두운 길에 서 있어도―책의 이미지가 전하는 의미 찾기’ 등의 활동을 했다. <봄봄>과 <동백꽃>을 다 함께 읽은 뒤 김유정문학관과 남이섬을 찾아 ‘살아 있는 독서’도 경험해봤다. 올해는 아이들이 <꽃을 보듯 너를 본다>를 읽고 공주시 ‘풀꽃문학관’을 방문해 나태주 시인과 직접 만날 예정이다.
지난해 독서 프로그램에 참여한 ㄱ양은 “‘그림책은 어린애들이 읽는 거야’라는 고정관념이 있었다. 한데 이 프로그램을 통해 그림책을 펼쳐보며 감동을 받았다. 내 이야기를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책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어요. 두껍고 어렵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슈퍼 거북>, <할아버지의 천사> 등을 읽은 뒤 친구들과 함께 감정을 나눠보는 경험이 생각보다 특별하고 재미있더라고요. 요즘엔 북아트, 팝업북 만들기에도 관심이 생겼습니다.”
서울 광진정보도서관도 2년째 이 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광진정보도서관의 경우 탈북 청소년 8명을 대상으로 한글 문해 교육, 독서 심리코칭 프로그램, 엠비티아이(MBTI) 검사 등을 진행한다. 한글 습득이나 발음에 어려움을 겪는 탈북·중도입국 청소년들을 위해 책 읽기와 자아존중감 키우기, 분노 조절 등 정서·심리 안정에도 방점을 찍은 것이다.
심리코칭 겸하며 낯선 한국말 실력도 쑥쑥
정종희 광진정보도서관 사서는 “<난 커서 바다표범이 될 거야>, <빨강머리 앤> 등을 함께 읽으며 그림 카드, 이야기 카드를 이용해 ‘감정 살펴보기’를 6개월 동안 진행했다”며 “처음엔 아이들이 한국말도 서툴고 낯설어했지만, 회차를 거듭할수록 ‘이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등 표현을 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읽고 말하는 게 어수룩하다는 것이 콤플렉스일 나이잖아요. 탈북 청소년들이 책을 통해 발음 연습, 발성법 등을 훈련하면서 재미있어하고 성장하는 모습이 보여 참 보람있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커가며 ‘나는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진로 탐색 활동까지 이어졌고요.”
독서 프로그램은 사서뿐 아니라 지역 사회 내 청소년 전문가, 심리상담사, 사회복지사 등 다양한 전문가가 함께 참여한다. 강수현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기획협력과 주무관은 “학교 밖 청소년의 문해력을 높여주고 정서적 안정, 진로 탐색까지 도모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학교 밖 청소년들이 갈 수 있는 곳은 한정돼 있습니다. 입시, 진학 등에서 멀어졌다고 책 읽을 권리가 없는 것은 아니죠. 전국에 있는 지역 공공도서관이야말로 이들을 사회 속 건강한 민주시민으로 성장시키는 데 도움 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주배경 청소년’ 대상 직업교육도
다문화가정, 중도입국, 탈북 및 제3국 출생 등 ‘이주 배경 청소년’을 위한 직업교육 프로그램도 있다. 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 무지개청소년센터(이하 무지개센터)는 2015년부터 ‘꿈을 잡(job)아라’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주 배경·학교 밖 청소년들의 경우 교과학습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직업교육이다. 직업·취업교육이 안 된 상태로는 그 어디에서도 받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꿈을 잡아라’는 코오롱 후원으로 한식조리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자격 취득 뒤 해당 분야 인턴십 연계가 돼 이주 배경을 지닌 학교 밖 청소년들의 사회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조리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 인턴십에 참여하고 있는 고미르군은 ‘한식당 경영’이라는 목표가 생겼다. 고군은 “이주 배경 청소년으로서 처음에 한국에 들어왔을 때 막막했다. 언어가 불편한 것은 둘째 치고, 가족들과 어떻게 생계를 꾸려가야 할지 길이 안 보였다”며 “자격증을 따고 취업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게 돼 앞으로의 진로와 꿈도 확실해졌다”고 했다. “교복 입고 다니는 친구들 속에서 스스로 무력감을 느끼기도 했어요. 한데 무지개센터에서 진로·직업교육 등을 받고 멘토링을 통해 상담을 받으며 막막함이 조금씩 사라졌습니다.”
신에스더 무지개센터 초기지원팀 담당자는 “교과 등 학습만큼 직업교육을 통한 사회진출 보장도 중요한 사업”이라며 “이주 배경을 가진 대학(원)생 이끄미(멘토)와 오르미(멘티)가 일대일로 매칭이 되어서 정서 교류와 문화체험 활동을 함께하는 프로그램도 반응이 좋다”고 했다.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지난해 8월17일 ‘학교 밖 청소년 독서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이 낭독 공연을 보고 있다. 인천 부평도서관 제공
지난해 7월11일 ‘학교 밖 청소년 독서 프로그램’을 통해 김유정문학관을 찾은 학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인천 부평도서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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