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학년도 중학교 1학년부터 교사에게 교과서 선택권을 주고, 같은 과목이라도 교사별로 다른 시험문제를 출제해 학생을 평가할 수 있는 ‘교사별 학생평가제’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한겨레>자료 사진
<초점> ‘교사별 학생평가제’
상상해 보자. 한 도시의 중학교. 한 학년 10학급이 넘는 이 학교에는 1학년 국어 교사가 둘이다. 1학년 6반 교실에서 국어 수업이 한창이다. 이웃 교실 7반도 그렇다. 가만, 들여다보면 두 반 아이들은 다른 교과서로 배우고 있다. 내일은 시험날, 문제도 선생님마다 다르게 내줄 것이다. 이 학교에선 세 학년이 배우는 국어 교과서만 6종이 넘는다. 교사마다 다른 교과서를 택했기 때문이다. ‘교사별 학생평가제’가 도입된 학교 모습을 그려본 것이다. 대부분 나라에서 시행되고 있어 외국에선 낯설 것 없는 풍경이지만, 우리나라 학부모들에겐 난감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교과서 선택권을 교사에게 주고 같은 과목이라도 교사별로 다른 시험문제를 출제해 평가하는 교사별 학생평가제를 중학교부터 도입하는 방안을 마련해 최근 발표했다. 우선 2006~2009년 연구학교를 시범 운영한 뒤, 2010년 중1부터 교사별 학생평가제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처음 3년 간은 ‘낮은 단계’의 교사별 평가(시험문제는 달라도 같은시기 실시)를 시행하고, 이르면 2013년부터 완전 도입(평가시기 결정권도 교사에 부여)하는 방안이다. 한 학교 서로 다른 교실풍경
2010년 중1부터 ‘낮은단계’ 도입
“판박이 수업 탈피” 긍정적 평가속
“학생의 학교, 교사선택권도 줘야” 현재는 같은 학년의 경우 같은 교과 교사들이 협의해 시험문제를 공동 출제하는 ‘교과별 학생 평가’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교과서 선택도 학교 단위로 이뤄지고 있다. 교육전문가들은 ‘가르치는 사람이 가르친 결과를 평가’하는 건 지극히 평범한 교육원칙이라고 말한다. 이 교육원칙을 제도화하려는 것이 ‘교사별 학생평가’라는 얘기다. 손종현 전 교육혁신위 위원은 지난달 17일 열린 공청회에서 “입시제도와 전국 단위 외부평가(수능) 등으로 인해 교사의 평가권이 제약당함으로써 창의적 교사들이 수업 내용을 혁신할 길이 가로막혀 왔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학년별로 공동 출제되는 중간·기말고사에 맞추기 위해 진도 중심의 수업에 열중할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한다. “한국의 교사는 평가권은 없고 입시형 문제은행에서 문제 선택권밖에 없는 존재”라는 자조도 들린다. 손 전 위원은 교사들에게 학생평가권을 줌으로써 다양한 교수학습과 교재 개발 등 교사의 교육 기획력이 높아진다고 말한다. 수업계획서가 공개됨으로써 교사의 전문성이 키워지고 이는 교원평가제와도 연계되어 수업의 질을 높이게 된다는 것이다.
교육 현실을 앞세운 반론도 만만찮다. 이원희 한국교총 수석부회장은 “학생의 학교 선택권이 없는 조건(평준화 지역)에서 교사의 수업 자율성만을 강조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를 표했다. 평가 결과를 놓고 교사와 학부모 간에 갈등이 증폭될 것이라고도 지적한다.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