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인척 이사 수 제한 등 족벌운영 방지책에 반감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9일 국회를 통과한 뒤 사학법인연합회 등 일부 사학 재단들은 ‘개방 이사제 도입으로 사학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며 학교 폐쇄 불사 등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반발하는 진짜 이유는 개방형 이사제 도입보다는 친인척 이사 수 제한 등 족벌운영을 막는 각종 제도가 마련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개방이사제가 자율성 침해” 주장은 설득력 약해
감사 내실화·교장임기 제한 등 독단 경영에 제동 실제로 개방 이사제는 이사 수의 4분의1 이상만을 학교운영위·대학평의원회가 2배수 추천한 외부 이사 중에서 선임하도록 함으로써 실효성이 많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사학법 개정운동을 펼쳐온 ‘사립학교법 개정과 부패사학 척결을 위한 국민운동본부’(사학 국본) 쪽은 2배수 추천으로 비판적 인사가 이사가 될 가능성은 한 학교에 한두명도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개방 이사가 학교 운영을 감시할 수는 있겠지만 결정권을 행사하는 건 애초 불가능하기 때문에 자율성 침해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오히려 사학재단이 내심 가장 곤혹스러워 하는 부분은 친인척 이사 수를 전체 이사 수의 1/4로 제한하고, 이사장의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아들 혹은 며느리, 부모)을 교장으로 임명할 수 없도록 하는 금지조항을 ‘복원’(1990년 민자당에 의한 사학법 개악 때 삭제됐던 조항)한 것이라는 게 교육계의 견해다. 또한 횡령, 뇌물수수·회계부정을 저지르면 바로 임원 취소를 하고, 취소된 임원이 복귀하는 데도 상당한 제한을 두도록 함으로써 사학재단의 족벌운영을 어렵게 한 것이다. 사학 감사제도를 내실화한 것도 사학재단을 불편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학교법인으로부터 독립된 공인회계사(또는 회계법인)의 감사 증명서를 제출하도록 했으며, 감사 중 1명은 학운위나 대학평의원회에서 추천하는 개방형 감사를 두도록 했다. 지금까지는 법인 이사장이 감사를 임명했으며, 친인척이나 가까운 지인이 임명되는 경우가 많았다. 학교장의 임기가 4년을 넘지 않도록 하고 1회만 중임하도록 한 것 역시 사학재단의 독단 운영을 막는 조처다. 그동안 공립학교 학교장은 1회 중임 제한을 받았으나, 사립학교는 20년 이상 재직하는 ‘만년 교장’, 정년 퇴임 뒤에도 교장을 계속하는 경우 등 사실상 제한이 없었다. 대학평의원회가 처음으로 의무화된 것도 사립대 운영의 공공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교육부·교육청 관료(4급 이상)들의 사학 이사 진출을 퇴직 후 2년간은 금지했다.
사학국본의 관계자는 11일 “사학단체나 한나라당이 새 사학법에 반대하는 건 이렇게 실질적이고 상식적인 내용들 때문”이라며 “그런데도 밖으로는 ‘전교조가 학교를 장악하려 한다’거나 ‘개방 이사제가 사학 자율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허미경 기자 carm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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