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서울 학원의 주최로 열린 ‘2019 대입설명회’에서 학부모와 수험생들이 대학 배치도를 확인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고등학교 국어 교육과정 수준을 고려한 건지…. 이런 난도로 1교시를 무자비하게 쓰러뜨려 2·3·4교시까지 무너지게 하는 ‘멘탈 테스트’가 수능이라면 공정한 시험인지 묻고 싶어요.”(학부모 1)
“사교육도 아닌 것 같습니다. 온갖 사설 모의고사 다 쳐도 (국어) 95점 이하로 떨어져본 적 없는 아이들도 제대로 읽지 못한 지문이 있다고 할 정도예요.”(학부모 2)
3년째 수능이 까다롭게 출제되면서 중·고등학생 학부모가 많은 포털 ‘다음’의 한 학부모 카페(회원 수 10만명 이상)에서 ‘불수능’ 논쟁이 한창이다. 1등급 커트라인이 90~93점 정도면 상·중·하위권 점수가 고르게 나오면서 변별력이 있다고 보는데, 1등급 커트라인이 95점 이상이면 너무 쉬워 ‘물수능’, 90점 아래로 내려가면 너무 어려워 ‘불수능’으로 불린다. 이번 수능 국어 영역은 1등급 커트라인이 85~86점으로 예상되는데 이런 ‘불수능 기조’가 고착될까 우려하는 것이다. 학생·학부모의 불안을 먹고 사는 사교육 업체의 영향력이 더 커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고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황아무개씨는 “이번 수능 문제를 보면서 과연 다양한 독서를 한 아이라도 그 긴 지문을 정해진 시간 안에 소화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며 “학원을 많이 보낸다고 잘 풀 수 있는 문제라고 장담할 수 없고, 그렇다고 다른 길이 보이는 것도 아니어서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중2 학부모인 박아무개씨도 “고등학교 가면 국어 때문에 다들 ‘멘붕’이 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번 수능 문제를 보고 무엇을 말하는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수능 영어 절대평가가 시작되면서 입시에서 국어와 수학의 중요성이 커졌다. 영어는 90점 이상이면 1등급이 되지만, 국어와 수학 등에서 몇점을 받느냐에 따라 수험생이 선택할 수 있는 대학이 달라진다. 국어나 수학의 사교육 의존도가 높은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지나치게 어려웠다는 국어 31번 문제 등을 사교육 업체들이 다시 주요한 마케팅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 더구나 지난 3년, 특히 국어 영역의 ‘불수능’이 이어져 우려는 더욱 커진다. 이범 교육평론가는 “과거를 돌아보면 시험의 난도가 너무 높으면 사교육 의존도가 커졌다”며 “이번 수능은 난이도 조절에서도 실패했고, 31번 문제 같은 경우는 교육적 타당성을 지닌 문제라고도 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그는 “쉬운 수능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며 “난이도 조절 한번 실패가 아니라, 계속 어려운 기조가 이어진다면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교육부나 수능을 출제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쪽에서는 “지나치게 어렵다는 여론을 안다”고 전제하면서도 가채점 결과만으로 논평할 수 없다는 태도다. 교육부 관계자는 “실제 성적이 나오는 다음달 5일 공식적 입장을 낼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관계자도 “올해는 최초로 수능 문제의 출제 근거와 성취 기준을 밝힌다”며 “실제 채점 결과를 기준으로 성취 기준 등을 밝힐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양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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