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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동의없는 통제’ 반발심 키워

등록 2005-12-18 15:12수정 2005-12-19 14:05

정유한/부산 해운대고등학교 2학년
정유한/부산 해운대고등학교 2학년
학교 휴대전화 공해
나의 의견

얼마 전 한 학생이 휴대전화로 문자를 보내기 위해 책상에 구멍을 낸 사진이 인터넷에 유포된 적이 있다. 휴대전화 문화에 익숙한 대다수의 학생은 이 사건을 그냥 넘기지 않고, 학교에서의 휴대전화 소지와 사용에 대한 다양한 댓글을 올렸다. 첨예한 찬반 의견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활발한 토론의 장이 여러 곳에서 만들어질 만큼 이 사건의 파장은 거셌지만, 서로 간에 갈등의 골만 깊어질 뿐 문제 해결의 명확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학교 사회와 관련한 규제는, 아직 이성적 사고가 분명하지 못한 학생들에게 어떤 제한이나 구속을 가하지 않으면, 학교의 질서가 문란해 질 수 있다는 전제에서 만들어진다. 즉, 무분별한 휴대전화 사용이 학업 성취에 걸림돌로 작용하며, 무수한 폐단을 만들기 때문에 강력하게 통제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는반발감만 불러올 뿐 오히려 무질서를 만들어내고, 학교 구성원들 간의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이를 획일적인 사고를 강요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규제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그 판단의 보편성과 필연성을 비판적으로 의심하게 된다.

칸트의 지적처럼 미성년은 분명 다른 사람의 지도 없이 이성을 사용할 수 있는 결단과 용기가 결핍된 존재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공기물인 책상을 훼손하는 식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출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전에 휴대전화 사용 규제에 대해 그 학생이 학교 구성원들과 대화할 수 있는 길이 얼마나 있었는지를 먼저 심각하게 따져봐야 한다. 규제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게 되면, 규제를 하려는 쪽은 더 강력한 통제 방안을 찾게 되고 규제를 당하는 쪽은 그 반작용으로 오히려 더 큰 반발을 표출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다. 학생 스스로 규제를 정하고, 보편성을 문제 삼지 않으며, 자율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었다면, 과연 그 학생이 그 두꺼운 책상을 파내려갈 생각을 했을까? 정유한/부산 해운대고등학교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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