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성 이렇게 말해보세요
얼마전 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에서 10대들을 모아 <안티성폭력! 또래문화 살펴보기>라는 토크쇼를 진행했다. 최근 10대 청소년들 사이의 성폭력이 심심치 않게 언론에 오르내리면서, 과연 이런 문제가 어디서부터 비롯되는지를 10대들 스스로 생각해 본다는 취지였다. 아이들은 친구들을 대상으로 ‘과연 이런 행동이 성폭력일 수 있을까’하는 ‘긴가민가한’ 사례들을 중심으로 의견조사를 벌였다. ‘여자의 가슴이 작다고 놀리는 것은 성폭력이다’라고 응답한 청소년은 85%, ‘남자 성기를 장난으로 툭툭 치는 것은 성폭력이다’라고 응답한 청소년은 63%였다. 겉으로는 “친구끼리 하는 장난”이라고 말하면서도, 아이들은 이런 행동들이 상대를 불쾌하게 만들고 모욕감을 주는 행위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편 ‘왕 게임’을 하면서 술래에게 장난으로 키스를 권유하는 것은 응답자의 51%가 ‘성폭력이 아니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수진이 하고 진호하고 키스해!” 요즘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행인 ‘왕 게임’이다. 청소년들이 수학여행을 가거나 대면식, 반 미팅과 같은 모임에서 흔히 하는 놀이인데, 제비뽑기로 ‘왕’이 된 사람이 친구들에게 무엇이든 시킬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왕이 시킨다면 원하지 않는 키스 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난감한 행동도 해야 한다. 이것을 장난으로 즐기며 넘어가는 청소년들이 있는 반면, 하고 싶지 않지만 또래 친구들의 압력이나 게임이라는 분위기상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청소년들의 이런 놀이를 무조건 나쁘게만 볼 수는 없다. 성적 욕망이 한창 증가하는 청소년 시기에 아이들은 공개적인 게임을 통해서, 매체나 간접적 스킨십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그 욕망을 해소하기도 하고 성적 성숙을 경험 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과정이 자칫 타인에게 상처를 주게 되어 뜻밖의 피해자와 가해자를 낳기도 한다.
청소년들은 또래나 그룹 사이에서 혼자만 다른 생각이나 느낌을 갖는 것을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괴로워 한다. 그래서 자기 생각이 옳다고 생각하면서도 표현을 하지 않고 덮어버리고 무작정 또래 문화에 동조하는 일이 흔하다. 토크쇼에 참여한 10대들은 이렇게 얘기했다. “어렸을 때 부모님에게 내가 생각하는 대로 ‘바른말’을 했다가 된통 혼났다.”실은 어른들부터 나와 다른 생각을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다. 특히 나의 행동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일인 지 입장을 바꿔 생각해본다면, 의도하지 않은 가해자나 피해자가 생기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명화/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 센터장 bright@ymca.or.kr
이명화/ 아하! 청소년성문화센터 센터장 bright@ymc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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