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모습이 아닌 내면을 봐야 하는 것은 사람만이 아니다. 지구와 내 몸을 모두 생각하는 식재료로 곤충을 선택한 사람, 곤충식품 개발자를 만났다.
편견을 넘어 맛으로 승부하다
곤충식품 개발자는 식용곤충의 종류와 영양학적 가치를 연구해 더 많은 사람들이 먹고 즐길 수 있도록 가공하며, 요리법을 개발하는 사람이다. 여기서 말하는 곤충식품이란 간단히 말해 곤충에서 추출한 성분을 먹거나, 곤충을 식료품의 재료 또는 식품 자체로 먹는 것이다.
곤충의 겉모양 때문에 선뜻 입에 넣지 못하고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사실 우리는 이미 일상적으로 곤충을 먹고 있다. 딸기우유나 소시지에 들어가는 분홍빛을 띠는 코치닐 색소는 연지벌레에서, 녹차 아이스크림 등의 초록빛에는 누에똥 색소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곤충식품 개발자는 식용곤충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혐오감을 줄일 수 있도록 마케팅 방법을 연구하기도 한다.
법적으로 곤충의 함유량에 따라 곤충식품을 정의하지는 않지만,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식용으로 인정한 곤충은 총 7가지다. 식용누에 번데기와 백강잠, 벼메뚜기, 쌍별귀뚜라미, 갈색거저리 유충과 흰점박이꽃무지 유충, 장수풍뎅이 유충이다. 갈색거저리 유충은 ‘고소애’, 흰점박이꽃무지 유충은 ‘꽃벵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특히 갈색거저리 유충은 유엔식량농업기구(UNFAO, United Nations 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가 지정한 미래 식량자원이기도 하다.
깨끗하게, 싸게, 건강하게
그렇다면 UNFAO는 왜 곤충을 미래 식량자원으로 지정했을까? UNFAO에 따르면 2025년에는 지구 전체 인구의 60% 가까이가 물 부족 현상을 겪는다. 그렇다면 단순하게 수도꼭지를 꽉 잠그는 것만이 물 부족 국가를 돕는 방법일까?
우리는 일상적으로 소, 돼지, 닭 등을 먹어 단백질을 얻는다. 하지만 돼지나 소는 정온동물, 즉 기초대사량을 유지하기 위해 계속 먹이와 물을 필요로 한다. 예를 들어 소고기 1킬로그램을 생산하는 데에 드는 물의 양은 약 1만 6000리터에 달한다. 1.8리터 페트병으로 계산하면 약 8900병이 사용된다는 뜻이다. 돼지 1킬로그램은 4800리터, 닭 1킬로그램을 생산하려면 3900리터의 물이 사용된다. 그에 비해 곤충은 변온동물이다. 체온을 유지하기 위한 에너지가 필요하지 않아 1킬로그램을 생산하는 데 기존의 육류 대비 1/1500 정도의 물만 필요하며, 온실가스도 배출하지 않는다. 또한 곤충을 사육하는 판은 수직으로 높게 쌓아 올릴 수 있어 비교적 좁은 공간에서도 대량 사육이 가능하다. 다시 말해 단백질원으로 소고기 대신 곤충을 선택하는 것은 깨끗한 지구를 위한 한 걸음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곤충은 영양 면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소고기 1킬로그램을 섭취했을 때 138그램의 단백질을 얻는다면, 갈색거저리 유충 1킬로그램을 섭취할 경우 186그램의 단백질을 얻을 수 있다. 지방 역시 불포화지방산과 필수아미노산이 함유돼 있다.
■Mini Interview
“곤충의 맛, 외형, 영양분 모두 포기하지 않을 것”
미래 식품 연구 기업 ‘퓨처푸드랩’ CEO 류시두
Q. 식용곤충을 전부 먹어봤으니 대답해달라. 어떤 벌레가 제일 맛있나?
갈색거저리 유충, 속칭 밀웜이다. 가장 맛있고, 익숙한 맛이다. 현재 시장에서도 잘 팔린다. 또 추가적으로 식용곤충이 늘어날 예정이다. 풀무치, 슈퍼 밀웜, 숫벌애벌레인데, 그중 숫벌애벌레는 우유처럼 고소한 맛이 나고 부드러워서 식감에 이질감이 없더라. 싱싱한 재료 로 사용한다면 분명 값비싼 식자재가 될 것 같다.
Q. 곤충식품을 개발하는 데에 가장 어려워 보이는 것은 역시 소비자의 편견과 싸우는 일이다.
어렵고도 중요하다. 곤충의 특성과 풍미가 너무 드러나면 많이들 혐오스러워한다. 그런데 또 전혀 드러나지 않으면 차별점이 없어서 소비자에게 외면받으니 딜레마다.(웃음) 하지만 나는 곤충이 지닌 역량, 식재료로서 고단백질인 특성을 그대로 살리고 싶다.
Q. ‘퓨처푸드랩’ 제품만의 차별점이 있다면?
우리는 환이나 즙처럼 영양 성분에만 치중한 제품을 만들기보다 식사 대용, 간식거리로 사랑받을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재료로 무엇을 쓰든 어쨌든 음식은 맛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곤충식품이 사랑받으려면 무엇보다 먹는 사람이 즐거워야 한다. 그래서 소비자의 피드백에 더 귀 기울이고 재구매율에 대한 데이터를 자세히 분석했다.
Q. 곤충식품 개발자를 꿈꾼다면 뭘 공부하는 게 좋을까?
일단 곤충을 좋아하는지 자체가 중요하다.(웃음) 그리고 식용곤충보다는 식품에 대한 이해가 기본이 돼야 한다. 곤충식품 개발자가 일 하는 곳은 두 군데로 나뉜다. 하나는 제조업, 또 하나는 매장, 그러니까 요리사다. 제조업에서 개발한다면 식품의 제조 공정과 안전성에 대해 공부하면 좋다. 그리고 요리사가 된다면 식용곤충으로 다양한 시도를 해보면 될 것이다. 곤충식품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선입견과 싸우는 분야다. 이유 없는 반감을 사는 일이 많기 때문에 굉장히 담대해야 한다.
Q. 배짱이 필요한 일이라고는 생각 못 했다.(웃음) 곤충식품 산업에 대한 전망이 궁금하다.
이제는 한국에서도 식용곤충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식용곤충 사육 과정, 살균 과정, 몇 분, 몇 도에서 살균해야 단백질이 덜 파괴되며 어떻게 유통해야 하는지 등 연구할 분야가 아주 많다. 하지만 블루 오션인 만큼 전망은 좋다. 몇십 년 전만 해도 서양권에서는 초밥을 미개한 음식이라고 여겼다. 살아 있는 생선을 그 자리에서 회를 떠 밥에 올려 먹는 것을 야만적이라고 생각한 거다. 하지만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고급 음식으로 사랑받고 있다. 많은 요리 연구가와 곤충식품 개발자들이 노력하는 만큼 식용곤충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도 시간이 해결해줄 거라고 믿는다.
※밀웜이 든 ‘이더블버그’의 제품 생산 과정이 궁금하다면?
기사 전문은 청소년 진로 매거진 월간 MODU 4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www.modumagazine.com
글 전정아 · 사진 퓨처푸드랩, 게티이미지뱅크
씨네21 MODU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