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필진]보람찬 급식아르바이트의 추억

등록 2005-12-21 17:21수정 2005-12-21 17:21

아르바이트자리가 너무 없다고 하소연하던 그 어느 하루... 우연히 길을 지나다가 전봇대 붙어있는 문구를 하나 발견했답니다.

"OO시장 학교급식, 부산역 급식 TEL. 051-582-****"

급식이라? 학교 급식이면 아주 큰 회사이겠거니 생각하고 그곳으로 아니 시장안을 뒤져 그 곳을 찾아갔답니다. 아마 그때 저는 태어나서 5번째로 시장에 가본 것이 될것입니다. 물어물어 도착한 그 곳에는 사장님으로 보이는 할어버지 한분 그리고 아주머니 4분이 계셨죠.

"저 알바자리 보고 왔는데..."

그 말에 환한 웃음을 띄우시며 저에게 다가오시는 할아버지.

"허허~ 요즘에도 이런 곳에서 일할려는 젊은이가 다 있네~허허. 잘 왔어!!"

그날부터 저는 시장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답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학교 급식을 제공합니다. 학생들을 보면서 예전 생각이 나기도 했습니다. "아~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지..."

그런데 할아버지는 학교의 급식인원이 200명이면 꼭 20인분 정도는 더 챙겨가셨습니다. '왜 급식인원에 맞추어 가지 않으실까?'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급식비를 내지 못하는 학생들도 같이 식사를 할 수 있게 배려를 하신 것이라 알게 되었을 때 저는 사장님이 시장의 어느 급식가게의 사장이 아닌 큰 회사의 사장님으로 느껴졌습니다.


이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일주일에 한번은 부산역으로 갔었습니다. 부산역에는 집이 없어 그 곳에서 생활하시는 분, 우리들이 흔히 놀리면서 말하는 노숙자분들도 계셨습니다. 그런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자 사장님은 식사한끼를 대접하고 또 그 분들의 등을 토닥여 주시면서 살아갈 힘을 주시는 것 이었습니다.

그 당시 저의 눈에 사장님은 자선사업가로 비쳐졌었습니다. 그러한 사장님의 멋진 모습에 저는 매료되어 학교도 휴학하고 1년정도 꾸준히 일을하면서 세상을 배워 나갔습니다. 그 사이에 양로원에 방문해서 사장님보다 나이 많으신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머리를 깍아드린다던지 목욕을 시켜드린다던지 하는 급식과는 무관한 일도 했었답니다.

하지만 저는 그 것이 못마땅하다거나 그러한 일을 하는 것에 불평이 생긴다거나 하는 것은 전혀 없었습니다. 왜 그럴까요? 아직 제가 보지 못하고 알지 못했던 세상의 그늘을 사장님은 알게 해 주셨고 그 곳에 빛을 비추는 방법을 알게 해주셨기 때문입니다.

1년 넘짓남게 일한 시장에서 저는 새로운 별명을 가지게 되었답니다.
"급식회사 부사장"
너무나도 열심히 일하고 누구에게나 웃음으로 말하는 저는 벌써 시장안에서는 유명인이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그 1년사이 저는 세상을 보는 시야가 아주 넓어져 있었고 아주 커 버린 어른이 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이제 말할 수 있습니다.

" 세상에 있어서 성공이란 나 자신만의 성공을 생각하는 것이 아닌 모두가 잘사는 것을 생각하는 포괄적인 것이다"라고 말입니다. 세상은 모두가 함께 살아나가는 것. 거기서 세상의 어두운 부분에 나의 작은 힘이 빛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저는 그해 여름 아르바이트를 통해 배웠답니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한겨레 필진네트워크 나의 글이 세상을 품는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