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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어른이 성숙해지면 아이는 행복해져요

등록 2005-12-25 17:40수정 2005-12-27 18:05

아낌없이 주는 나무
뉴스를 보는데 버려지는 아이들에 대한 보도가 나온다. 이혼한 부모가 자녀를 보육원에 맡기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내용이지만 접할 때마다 마음이 언짢다. 그래도 보육원에서는 잘 먹을 수 있고, 아이들 얼굴도 훨씬 좋아졌더라는 아이 엄마의 말에, 뉴스를 시청하던 남편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럴 수도 있겠지.” “그렇긴 뭐가 그래요?” 나도 모르게 버럭 소리를 지른다. “애들이 밥 먹고 자라는 줄 알아요? 부모의 생(生)기운을 먹고 크는 거예요. 쓰다듬어주고, 안아주고, 바라봐주고…. 그 기운 먹고 자라는 거라구요!” 실은 나는 부끄러웠던 것이다. 전쟁기도 아닌데 어린이들이 고통받고 희생당하는 현실이. 이런 시대에 어른으로 산다는 것이. 그것도 동화를 쓰며 산다는 것이…. 텔레비전 속의 아이들은 우리 사회의 양심을 비추는 말간 거울이다.

내게도 엄마 없이 크는 조카가 있다. 제 짐과 함께 시골로 보내진 어린 손자를 어루만지며, 늙은 내 아버지는 한밤중에 하염없이 울고 계시더란다. 그 얘길 전하며 어머니도 울먹이셨고, 나는 날카로운 탱자 가시에 심장을 찔린 느낌이었다. 다시 또 버려질까, 울지도 않고 참느라 깨문 입술에 날마다 피가 새로 고이던 다섯 살짜리는, 이제 또래에 비해 많이 철든 아이가 되었다. 혼자만 아는 서럽고 노여운 일이 그동안 얼마나 많았을까. 엄마 없는 조카와, 아내 없는 동생과, 그들을 날마다 지켜보는 어머니를 생각하면 가시 박힌 심장이 늘 아프다.

아이를 떠나야 하는 어른에게도 그만한 사정은 있겠고, 그 맘은 또 오죽하겠는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함부로 말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그런 한편으로, 우리가 저지르는 많은 과오의 대부분은 일시적 경솔함이나, 자기 안의 공포와 두려움 때문임을 주시하게 된다. 내 안의 어둠 때문에 약자를 공격하거나 해치지 않으려면, 부단히 성숙해져야만 하는 것이다. 자연 연령이 증가하면 누구나 성년이 되지만, 마음까지 저절로 어른이 되지는 않는다. 삶의 각 시기에 주어진 내면의 과제들을 힘껏 해결하며, 인생은 평생 성장해가는 일인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데 과도한 관심을 쏟기보다 스스로 자라려 애쓸 일이다. 어른이 성숙하면 아이들은 저절로 행복해질 것이므로.

선안나/동화 작가 sun@iicl.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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