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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임상병리사, 사육사, 만화가의 공통점은?

등록 2019-08-26 19:52수정 2019-08-26 19:55

전문대 우수졸업생을 만나다

4년제 대학 다니다 유턴입학 뒤
취업·학위 모두 잡고 전문직으로

점수 맞춰서 원서 넣지 말고
진로 확실히 정하고 선택하길
졸업 뒤 학사·대학원 열려 있어
지난 16일 오전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가 ‘잡(job) 프론티어’로 추천한 허윤미 만화가(왼쪽부터 차례로), 이상준 서울아산병원 임상병리사, 선주동 서울대공원 사육사가 <한겨레> 사옥에서 좌담을 마친 뒤 사진을 찍고 있다.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지난 16일 오전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가 ‘잡(job) 프론티어’로 추천한 허윤미 만화가(왼쪽부터 차례로), 이상준 서울아산병원 임상병리사, 선주동 서울대공원 사육사가 <한겨레> 사옥에서 좌담을 마친 뒤 사진을 찍고 있다.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미디어 등에서 주목하는 취업성공담에는 주로 일반대학 졸업생이 많다. 취업과 학위,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을 수 있는 전문대학에도 우수 졸업생이 많은데, 상대적으로 언론에 덜 오르내린다.

지난 16일 오전 10시 전문대 우수 졸업생 3인이 한겨레신문사 사옥을 찾았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이하 전대협) 추천을 통해 이상준 서울아산병원 임상병리사, ‘제돌이’와 인연이 깊은 선주동 서울대공원 사육사, 영화 <임금님의 사건수첩> 원작자인 허윤미 작가를 만나 전문대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 및 엔(N)수생을 위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전문대 입시, 어떻게 준비했나?

[이상준 서울아산병원 임상병리사(이하 이상준)] 4년제 대학을 자퇴하고 전문대학에 유턴 입학(4년제 대학을 그만두고 전문대학에 재입학한 경우)한 케이스다. 4년제 대학에서는 안경공학을 전공했다. 한데 해당 대학에 문제가 조금 있었다. 진로에 관해 골똘히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병원에서 일하고 싶다는 꿈이 확고했다.

유턴 입학 준비를 하며 미래를 생각하던 중 전문대 임상병리학과가 눈에 들어왔다. 취업과 동시에 졸업 뒤 평생 전문직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어 열심히 준비했다. ‘이 길이 아니면 안 된다’는 절박함이 전문대 입시를 준비하면서 가장 큰 동력이었다.

[선주동 서울대공원 사육사(이하 선주동)] 나 역시 유턴 입학한 경우다. 전에 다니던 4년제 대학에서는 생물학을 전공했다. 나름 흥미가 있어 박사 과정까지 꿈꾼 적도 있다. 한데 4년제 대학에서 다루는 미생물, 동식물 등 분야는 내가 원했던 실용적이고 활동적인 지식과 접점이 없었다.

내 오랜 꿈이 돌고래 조련사였다. 그 당시에는 “그 일을 할 수만 있게 해주세요!”라는 간절함이 있었다. 아버지는 “그래도 4년제는 나와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반대하셨다. 하지만 어머니와 다른 가족들의 지지가 있었다.

전문대 입시는 일반대학과 다르게 두 차례의 수시모집이 있어서 상대적으로 더 신중하게 진로를 결정할 수 있었다. 올해 기준으로 일반대학은 수시모집을 9월6일부터 9월10일까지 한 차례만 실시한다. 한데 전문대학 수시모집은 9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진행한다. 일반대학에 비해 모집 기간도 긴 편이라 희망 학과와 학교에 대한 정보, 졸업생들의 활약상에 대한 정보를 차근차근 수집해 꿈을 더욱 단단히 키울 수 있었다.

[허윤미 작가(이하 허윤미)] 사실 만화는 대학을 가지 않아도 그릴 수 있다. 한데 갈수록 전문 지식이 필요한 영역이라는 걸 부정할 수 없다. 스토리가 있고 연출이 있는 그림을 그려야 하는 게 만화다. 재능이 있어도 그걸 풀어주는 ‘기본기’가 없다면 만화가로서 작품 활동을 오래 못 할 수 있다.

대부분 만화를 어떻게 시작하고 그려야 하는지 모른 채 전문대학에 입학한다. 입학 뒤부터 바로 대학 커리큘럼을 통해 체계적인 작법, 테크니컬 드로잉 등을 세분화해 배운다.

만화 분야 입시를 준비하면서 전문대학이 2년제라는 것은 고정관념이란 걸 알게 됐다. 전문대학은 수업 연한 및 전공 특성에 따라 2년 과정, 3년 과정, 4년 과정이 개설돼 있다. 주로 공업계열, 보건계열, 유아교육 등은 3년제 과정이고, 간호학과는 4년제 과정이다(국제대학 간호학과만 3년제). 2년제 과정도 전공심화과정을 이수하면 4년제 일반학사 학위를 인정해주는 전공 개설 대학이 많다.

2020학년도 수시모집 전문대학 입학정보 박람회 일정. 자료: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2020학년도 수시모집 전문대학 입학정보 박람회 일정. 자료: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 전문 직업인으로서 보람을 느낄 때는?

[허윤미] 내 만화가 원작이 되어 다른 형태의 콘텐츠로 구현될 때 신기하기도 하고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영화 <임금님의 사건수첩> 개봉 전후로 배우들을 만나기도 하고, 회의에 참여하면서 글과 그림, 영상, 사람과 풍경이 한데 어우러지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 새 작품을 시작할 때 연재하다가 힘든 경우들이 생긴다. 지쳐서 휴재하고 싶기도 하고…. 그럴 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다. 프리랜서라 나태해지기 쉽기 때문에 기계적으로 출퇴근 시간과 자신만의 룰을 만들어놔야 한다. 스스로에게 핑계 대지 않고 꾸준히, 매일 1시간이라도 진행해나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런 하루하루가 쌓여 한 권의 책이 되고 이야기가 된다. 자신을 극복(?)하고 작품을 세상에 내놨을 때 기쁨을 느낀다.

무엇보다 내 그림, 작품에 대한 고료가 들어왔을 때 보람을 느낀다.(웃음) 내 창작물이 재화로 바뀌어 들어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요즘 세상에 볼거리, 즐길거리도 참 많은데 그 가운데 내 이야기를 선택해서 본 뒤 피드백해주시는 독자분들 덕분에 작업 동력을 얻기도 한다.

[이상준] 병원 안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진단검사의학과, 병리과, 특수생리파트 등 세 가지로 나뉜다. 파트마다 역할이 있지만 임상병리과에서는 환자들의 혈액 채취, 소변검사 등을 진행하고 병원 감염관리나 환자의 감염 위험 여부를 판단하기도 한다. 소위 말하는 4년제 대학 동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병원에 소속된 직원으로서 최선을 다할 때 만족감과 보람이 매우 크다.

우리 팀에는 임상병리사뿐 아니라 전문의, 교수님, 연구원 등 30명 정도가 일하고 있다. 각자 주어진 업무를 매일 진행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환자를 위한 코워크(co-work, 협업)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한다.

균이 나왔을 때 항생제를 어느 정도 써야 하는지, 어떤 균인지 확인하는 과정, 피검사, 혈액배양검사 등을 진행하며 한 명의 환자를 위해 묵묵히 일하고 있음에 안도감과 보람을 느낀다.

■ 수험생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선주동] 전문대든 일반대학이든 입학했다고 끝이 아니다. 지금 서울대공원 해양관에서 일하고 있는데, 내 직업에 더욱 충실하고 싶어 스쿠버다이빙, 축산기사, 애견 핸들링 훈련사 등 관련 자격증을 많이 취득했다.

자격증뿐 아니라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농학과에 입학해 2년 반 동안 주경야독했다. 건국대 대학원 매개치유학과 입학을 목표로 내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을 꾸준히 쌓아가고 있다. 어디든 경쟁은 치열하다. 하지만 하루에 조금씩이라도 노력해온 사람과, 아예 손을 놓고 있는 사람은 10년 뒤가 다르다.

[허윤미] 한때는 빨리 그림을 잘 그리고 싶어 책상에 앉아 그림만 10년을 그렸다. 그러다 보니 인스타툰, 웹툰, 트위터툰 등 창작물을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도 많아졌다. 이때 필요한 게 테크니컬 드로잉이다. 컴퓨터로 쓸 수 있는 코믹 스튜디오 클립 등이 있고 스케치업이라는 프로그램도 있다. 전문대 생활을 하면서 이런 툴을 많이 배워둬야 한다.

작품 속 사건의 원동력은 감정이다. 이 캐릭터가 다음 장면에서 어떤 행동과 표정, 말투를 쓸 것인지 개연성에 대한 고민도 깊이 해야 한다. 캐릭터를 연구하는 데 있어 독서만 한 게 없다고 본다.

[이상준] 나는 유턴 입학을 하며 목표가 확실했지만, 같은 과 친구들 대부분이 점수에 맞춰 들어와 흥미를 잃기도 했다. 한데 임상병리과를 졸업한다고 해서 꼭 병원에서만 근무하는 게 아니다. 외국계 의료기기 회사 등에서도 임상병리사 인력을 많이 필요로 한다. 주로 서류면접, 실무면접, 임원면접으로 진행한다. 외국계 회사는 면접만 7회 이상 진행하기도 한다. 그만큼 협업이 중요한 직종이기 때문이다.

한국 의료는 세계적으로 우수하기 때문에 중동에 병원도 짓고 있다. 이쪽에 파견근무를 할 수 있는 기회도 있다. 영어는 기본이고, 제2외국어도 틈틈이 공부해두면 좋다. 임상병리사는 학생 때 딸 수 있는 자격증이 많지 않다. 내 경우 졸업 뒤 본격적인 커리어가 시작되면서 미국 임상병리사(ASCPi) 자격증 등을 준비해 취득했다.

글·사진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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