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 외국 사례
교복 입은 고등학생이 대학생처럼 수강 신청을 하는 모습은 부모 세대에게 꽤나 낯선 풍경이다. 학교에서 ‘이렇게 배워라’ 정해준 시간표가 아닌, 직접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스케줄을 짜고 이 교실 저 교실 ‘돌아다니는’ 것이 조금은 의아하기도 하다. 고교학점제는 진학보다는 ‘진로 경로’를 다양화하는 데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교육 선진국들의 고등학교 학사제도는 어떤 방식일까? 경기도교육연구원에 따르면 미국, 핀란드, 영국, 캐나다, 프랑스, 싱가포르, 한국 가운데 졸업 요건이 ‘출석일수’, 내신 평가 방식이 ‘상대평가’인 곳은 한국뿐이다. 미국, 핀란드, 캐나다, 싱가포르는 학점이수와 졸업시험이 졸업 요건이고 영국과 프랑스는 졸업시험을 치르면 된다. 이들 나라 모두 내신은 절대평가 방식이다.
미국, 싱가포르, 영국, 핀란드 등은 학생이 과목을 선택해 학점을 이수하거나 재이수하고, 유급을 통해 엄격한 학사 관리를 한다. 전문 진로교사가 상주해 학생들의 학업 상담·지원도 꼼꼼히 한다.
이들 나라는 고교학점제를 시행하기 위한 토대로 내신 절대평가를 실시한다. 다른 학생과 비교해 ‘누가 더 높은 점수를 받았느냐’를 따지는 상대평가가 아니라, 해당 학생의 성취 수준을 절대평가 하는 것이다. 절대평가의 성취 수준이 높은 편이라 ‘학업성취도 하향평준화’ 같은 말은 나오지 않는다. 유급제도 등이 있기 때문이다.
사례로 든 나라 가운데 미국과 핀란드, 캐나다, 싱가포르는 고교 무학년 학점제를 운영하고 있다. 고교 1~3학년으로 구분하는 게 아니라, 학생 자신이 과목에 대해 느끼는 난이도, 원하는 과목 및 내용 중심으로 수업이 이뤄진다.
미국의 경우 학생들에게 가장 많은 선택권을 준다. 예를 들어 ‘영어’ 과목이라도 학생은 작문과 독해 수업을 따로 선택할 수 있다. 장르문학, 영화문학, 셰익스피어 등 세부 선택 과목이 개설돼 있다. 미국의 고교학점제는 주마다 다양하지만, 무학년제와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다만 학교에 따라 몇몇 과목에서 신입생(9학년)과 10~12학년이 들을 수 있는 과목에 제한을 두기도 한다.
미국 고교에서의 1학점은 주 5회 1년 동안 수업 듣는 양을 표시한 개념이다. 미국 고교생은 1년에 평균적으로 6~7과목을 선택해 듣는다. 학생의 학업 능력에 따라 교과목을 수강할 수 있도록 수준별 학점이수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핀란드는 고교 진학 뒤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한자리에 모여 3년간 학습 계획을 짜거나 예상해본다. 교사의 도움말과 학생 자신의 선택, 부모의 의견까지 합쳐 본인 시간표를 스스로 만들어낸다. 학점제가 안착한 나라에서는 과목 선택을 도와주는 지원 체계도 잘 마련돼 있다. 핀란드는 상담 교과를 만들어 학생 각자의 개별화된 교육 과정을 지원해준다. ‘진학지도 교사’가 아닌 교과목 선택에 도움을 주는 ‘학업상담 지도 교사’가 상주하고 있다.
김지윤 기자
미국과 핀란드, 캐나다 등은 고교 무학년 학점제를 운영하고 있다. 1~3학년으로 구분하는 게 아니라, 학생 자신이 과목에 대해 느끼는 난이도, 원하는 과목 및 내용 중심으로 수업이 이뤄진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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