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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09 20:00 수정 : 2019.12.10 02:07

연재ㅣ우리 아이 마음 키우기

오늘 이 칼럼은 아빠들이 보았으면 좋겠다. 최근에는 보통 30대에 첫아이를 낳는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자료에 따르면 산모의 평균 출산 연령은 32.2살이었다. 결과적으로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 3학년 즈음이 되면 30대에서 40대로 넘어가는 변곡점을 만난다.

그 10년의 기간 동안 엄마들은 지금껏 해보지 못했던 일들을 마주해야 했고, 예기치 못한 고민을 끌어안고 지낸다. 아이를 돌보면서 힘들게 직장에 다니거나, 어렵게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를 키운다. 어느 하나 쉬운 일 없이 지나간다. 그러다 아이가 초등 3학년이 되면 문득 알게 된다. “내가 마흔이구나.”

흘러간 시간이 마음을 시리게 하고, 그냥 그렇게 결혼 생활에 아이 키우다 지난 시간들이 마냥 뿌듯하지만은 않게 느껴진다. 그래도 마음을 다잡고 우리 영수, 우리 영희 잘 키워보리라 다짐한다. 그리고 다가가서 대화하려고 시도해본다. 그 결과는 어느새 이렇게 끝난다. “엄마, 짜증 나!”

일찍 찾아온 그분(초등 사춘기) 덕분에 ‘짜증 나는 엄마, 간섭하는 엄마’가 되어버린다. 이 녀석 때문에 마흔 되도록 뭐 하나 제대로 해본 것도 없는 것 같은데, 돌아오는 건 자녀의 차가운 사춘기 눈동자다. 30대에서 40대로 넘어가는 그 변곡점에, 하필 자녀의 사춘기가 겹친다.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10년이라는 시간이면 충분히 지칠 만하다. 40대, 생애 주기에서 뭔가 잠시 쉬어 가거나 터닝 포인트가 되어야 할 시기에 자녀의 사춘기가 겹치는 순간, 엄마의 안테나에 레이더가 켜지고 정서적 여유도 더 없어진다. 그래서 이즈음 작은 일에 화를 내거나 아픈 엄마들이 많다. 평소 늦게 오지 않던 학생이 지각한다. 자초지종을 물어보면 엄마가 아파서 늦게 깨워줬다는 이야기를 듣는 때가 초등 3~5학년 시기다.

보통 아프면, 몸이 스스로를 잠시 쉬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무의식에서 보면 몸이 아픈 건 또 다른 통제의 욕구가 담겨 있다. 엄마가 이렇게 아프니 너희는 나를 바라봐야 한다는 강한 메시지 전달이다. 소리 지르고 간청하거나 애원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아프고만 있으면 돌봄을 주던 대상에서 돌봄을 받는 대상으로 역전이 가능해진다.

자녀가 초등 중학년(3~4학년) 이상이면서 아이 엄마는 마흔 즈음이고, 아내가 갑자기 독감에 걸려 누워 있다면 무조건 집에 일찍 들어가기를 권한다. 그리고 아내에게 죽을 끓여주고 눈을 맞추고 체온도 직접 체크해주기를 권한다. 돌봄노동에 시달리는 아내에게 그렇게 해주기를 바란다.

그 역할을 아빠가 제대로 해주지 못하면 사춘기 자녀가 남편 역할을 대신하게 된다. 엄마와 아이의 관계는 새로운 애착 관계로 계약되고 사춘기 자녀의 주체적 독립에 혼란이 온다. 엄마의 마흔 자리 옆에 사춘기 자녀가 서 있지 않게 하는 것이 아빠의 책무다. 이 시기를 놓치면 아이의 사춘기는 엄마에게 종속된다. 이 말은 하고 싶지 않지만, 아빠는 남은 50년을 혼자인 듯 보내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 ‘아이 열살, 엄마 마흔살’, 가장 긴장해야 할 사람은 아빠다.

김선호 ㅣ 서울 유석초등학교 교사, <초등 자존감의 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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