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2.10 16:17
수정 : 2019.12.10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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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정책위의장에 출마한 김재원 의원(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이 9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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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하는엄마들, 10일 국회 앞서 긴급기자회견
“‘22년간 동결’ 1745원에서 1900원으로 찔끔 인상
아이들 ‘현대판 보릿고개’ 넘어도 관심 부족…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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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정책위의장에 출마한 김재원 의원(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이 9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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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5살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돌아오자마자 배고프다고 먹을 걸 찾는다. 하루 급·간식비 1900원은 정말 충분한가? 요즘 물가에 커피 반잔, 라면 반그릇도 못 사는 돈이다. 대통령, 보건복지부 장관이 직접 나와서 1900원이 충분하다고 말하면 우리도 그만두겠다.”(조성실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내년도 예산안의 본회의 처리가 예정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근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 논의 결과, 내년도 어린이집 0~2살 아이 1인당 하루 급·간식비 최저기준이 기존 1745원(3~5살은 2000원)에서 1900원으로 소폭 인상됐다는 소식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정치하는엄마들은 “1745원이나 1900원이나 아이들 배고픔을 해결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한 금액”이라며 “아이들이 ‘현대판 보릿고개’를 넘고 있는데도 이토록 관심이 부족하다는데 분노를 느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린이집에서는 아이들에게 점심 한끼와 오전·오후 두 차례 간식을 준다. 이 하루 급·간식비 최저기준은 1997년이나 2019년이나 똑같이 1745원(0~2살)이다. 그사이 물가는 44.4%나 올랐다. ‘부실급식’ 논란이 일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지원금을 지원하지만 지역별로 천차만별(하루 20원~1190원)인데다 243개 광역·기초자치단체 가운데 75곳은 지원금이 아예 없다. 여기다 정치하는엄마들이 전국 300여곳 공공기관 직장어린이집 급·간식비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한 결과, 서울특별시청 직장어린이집 1일 1인 급식단가가 6391원, 국회 직장어린이집의 경우 3800원 등으로 최저기준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었다. ‘금식판’, ‘흙식판’ 논란이 이어졌고 최저기준 자체를 대폭 올려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정치하는엄마들은 하루 급·간식비가 최소 2600원은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회 예산안 논의과정에서 2600원까지 인상하자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보건복지위에서 여야 할것없이 증액에는 모두 동의를 했지만 다른 예산을 두고 합의에 이르지 못해 어린이집 급·간식비를 현실화하는 내용을 담은 예비심사보고서를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올리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공은 예결특위로 넘어갔고 이 과정에서 정치하는엄마들이 급·간식비 인상을 호소하는 문자를 보내자 김재원 예산결산특별위원장(자유한국당)이 “스팸 넣지 마라. 계속하면 더 삭감하겠다”는 답장을 보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남 의원이 ’4+1’ 협의체에 어린이집 급·간식비 최소기준을 3~5살은 2559원, 0~2살은 2600원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요청했지만 협의체 안에서 1900원으로 합의가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치하는엄마들은 국회뿐 아니라 정부의 책임도 크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보건복지부는 22년째 급·간식비 최저기준을 올리지 않았고, 기획재정부는 2600원으로 올렸을 때 필요한 예산 912억원이 없다면서 배고픈 아이들을 외면했다”고 주장했다. 정치하는엄마들은 “보건복지부 예비비를 지출해서라도 어린이집 급·간식비를 2600원으로 인상할 수 있게 청와대를 압박하는 운동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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