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9.12.16 08:34 수정 : 2019.12.16 08:58

지난해 6월 지방선거 때 ‘6·13지방선거 청소년모의투표 전북운동본부’가 전북 지역에서 청소년 모의투표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6·13지방선거 청소년모의투표 전북운동본부 제공

학교 모의선거 교육 관련 보고서

내년 총선 앞두고 학교 ‘모의선거’ 교육 관심
학생들이 실제처럼 선거 경험하는 프로그램
모의선거 참여 학생들, “총선 때도 해야” 등 긍정
서울교육청, 초중고 40곳에 모의선거 교육 지원
미국·캐나다 등에서는 법적 근거 만들어 활성화

지난해 6월 지방선거 때 ‘6·13지방선거 청소년모의투표 전북운동본부’가 전북 지역에서 청소년 모의투표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6·13지방선거 청소년모의투표 전북운동본부 제공

민주시민교육의 일환으로 ‘모의선거’를 치러본 학생 가운데 94%가 “미래에 투표권이 생겼을 때 투표에 꼭 참여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뜻을 밝혔다. 실제 선거가 있을 때, 아직 선거권이 없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실제와 비슷하게 선거를 치러보는 모의선거 교육이 미래 유권자 양성에 긍정적인 구실을 한다는 조사 결과다.

서울시교육청은 최근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초·중·고 40곳을 선정해 사회현안 프로젝트 수업의 일환으로 모의선거 수업을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선정된 학교에는 50만원씩을 지원하며, 오는 16일까지 희망하는 학교를 모집할 계획이다. 모의선거는 미래 유권자인 학생이 대통령, 국회의원, 지방선거 등 실제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그들의 공약을 평가하고, 실제 선거 절차와 유사하게 선거에 참여해보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일각에서는 모의선거 교육이 실제 선거 결과에 영향을 주는 등 선거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막연한 불안감을 표시하지만, 미국, 캐나다, 독일, 영국 등 여러 나라에서 정부와 선거관리 기관의 지원을 받는 모의선거 프로그램들이 다양하게 실시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사단법인 징검다리교육공동체(이사장 곽노현)가 2018년 6월13일 지방선거와 연계하여, 희망하는 중고등학교 17곳에서 모의선거 프로그램을 실시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당시 선거관리위원회는 “특정 후보자에게 유·불리한 행위가 없도록 유의하며, 관할 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신고한 실제투표용지와 유사하지 않은 투표용지를 사용하며, 투표마감시간 이후에 모의선거 결과를 발표한다는 조건을 충족하면 선거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난 11월 나온 서울시교육청 정책연구 보고서 ‘학교 민주시민교육 활성화 방안 연구-학교 모의선거 교육을 중심으로’를 보면, 모의선거의 의미와 국내외 사례, 정책화 과제 등이 정리되어 있다. 특히 2018년 징검다리교육공동체가 실시한 모의선거에 참여했던 학생과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및 포커스그룹인터뷰 결과는 모의선거 교육의 의미와 필요성을 잘 보여준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모의투표에 참가한 학생들이 각 후보들의 정책을 점검하며 토론을 하고 있는 모습. 징검다리교육공동체 제공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모의투표에 참가한 학생들이 각 후보들의 정책을 점검하며 토론을 하고 있는 모습. 징검다리교육공동체 제공

광주, 충주, 경기, 서울 지역에 있는 8곳 학교 학생 등 전체 264명이 참여한 설문조사에서는, “모의선거를 해보니 미래에 투표권이 생겼을 때 투표에 꼭 참여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문항에 94.3%가 “그렇다”(17%)와 “매우 그렇(77.3%)를 선택했다. ”그렇지 않다”는 8%에 그쳤고, “전혀 그렇지 않다”는 아예 없었다. “2020년 총선 때도 학교에서 모의선거를 했으면 한다”는 문항에도 “매우 그렇다”(62.5%), “그렇다”(26.5%) 등 긍정적인 답변이 압도적이었다. 학생들은 “미래에 선거할 때 이런 수업이 없다면 제대로 하기가 힘들 것 같다”, “실제 선거에 관심이 생기게 됐다”, “책임 있게 공약을 꼼꼼히 보고서 투표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등의 소감을 남겼다.

“모의선거 투표 전에 했던 수업 과정에서 선생님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발언을 하셨다”는 문항에는 “전혀 그렇지 않다”(73.5%)와 “그렇지 않다”(7.2%) 답변이 많아, 일각의 우려와 달리 대부분 교사가 특정 후보에 관한 개인 의견을 학생들에게 밝혀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마음에 드는 후보에게 투표하기 위해 후보의 공약을 꼼꼼히 살펴 보았다”와 “모의선거 과정에서 사회문제와 필요한 정책을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었다” 문항에 대한 긍정 답변도 각각 88.3%, 85.2%로 높게 나왔다.

보고서는 “교육적 효과가 높은 모의선거 교육이 교사 개인의 의지나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선택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유권자가 될 모든 학생들에게 안정적으로 제공되기 위해서는 이를 지원하고 장려하는 법적 여건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학교에서 정치와 관련된 사안을 다루는 것을 금기시하는 우리나라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법제도를 통해 모의선거 교육을 명확히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2002년 제정된 ‘미국투표지원법’(HAVA)에 근거하여 모의선거 실시를 재정적으로 지원한다. 캐나다 역시 ‘캐나다 선거법’(Canada Elections Act)에 선거과정이 학생들에게 더 잘 알려질 수 있도록 하는 교육 및 홍보 프로그램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보고서는 민주시민교육 관련법의 제정, 교육청별 민주시민교육 관련 조례 등에 ‘모의선거 실시’ 등 구체적인 내용을 담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선거관리위원회, 교육부와 교육청 등에서 실질적인 제도로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