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20.01.13 20:07
수정 : 2020.01.14 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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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과 경기 동탄지역 학부모들이 유치원 3법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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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유치원 ‘에듀파인’ 의무 도입
교비 부정사용땐 징역형 등 처벌
정신질환자 등 유치원 설립 막고
유치원운영위 설치도 의무화
사립유치원도 ‘학교급식법’ 적용
먹을거리 안전·급식의 질 보장
한유총 요구 시설사용료는 불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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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과 경기 동탄지역 학부모들이 유치원 3법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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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유치원 회계 비리가 적발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유치원 3법’(사립학교법·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의 핵심은 형사처벌 조항의 신설이다. 지금까지는 사립유치원 설립자나 원장이 유치원 교비 회계를 목적 외로 사용하다 교육청 감사에 적발되더라도 시정명령 등 행정처분에 그쳤다. 그마저도 해임이나 파면 같은 중징계가 아니라 주의·경고가 대부분이었다. 전체의 75%를 차지하는 사립유치원에서 해마다 ‘눈먼 돈’ 논란이 반복되고 학부모들은 분통을 터뜨려야 했던 배경이다. 앞으로 유치원 3법이 시행되면 모든 사립유치원이 국공립유치원과 마찬가지로 국가관리회계시스템(에듀파인)을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지난해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 개정으로 이미 의무화되긴 했지만, 이번에 법적으로도 쐐기를 박았다. 이를 통해 유치원 교비가 목적과 용도에 맞게 잘 쓰이는지 투명하게 살펴볼 수 있게 된다. 그럼에도 교비를 부정하게 사용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도록 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요구해온 임대료 개념의 ‘시설사용료’는 인정되지 않았다.
회계 투명성 강화 말고도 유치원 3법 시행으로 사립유치원 운영은 여러 측면에서 달라지게 된다. 정신질환자, 마약중독자 등은 유치원을 설립할 수 없도록 유치원 설립의 결격 사유를 신설했고 운영정지 조처를 받은 경우 일정 기간 이내에는 신규 설립 인가를 제한했다. 또 아동학대 전력이 있는 사람이 유치원을 설립하려면 재발 방지를 위한 교육을 반드시 이수해야 하며, 유치원 운영 실태 평가를 실시한 경우 교육부 장관과 교육감은 반드시 평가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던 유치원운영위원회의 설치도 의무화된다. 이른바 ‘셀프 징계'를 막기 위해 유치원 설립자의 원장 겸직도 금지된다.
유치원 급식도 달라진다. 그동안 사립유치원은 사립학교법에 따른 ‘학교’였음에도 학교급식법 적용 대상에서 빠져 있었다. 앞으로는 학교급식법 적용 대상이 됨에 따라 급식의 질을 보장하고 아이들 먹을거리 안전을 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학교급식법 개정안은 공포 뒤 1년 뒤부터, 사립학교법과 유아교육법 개정안은 6개월 뒤부터 시행한다. 단 에듀파인 의무 사용은 3월1일부터 본격 적용된다.
이날 국회를 통과한 유치원 3법은 2018년 12월27일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에 올랐던 임재훈 의원(바른미래당) 중재안의 수정안이다. 2018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사립유치원 비리 문제를 폭로했던 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 안이 자유한국당 반대에 부딪히면서 당시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이 합의해 만든 안이다. 자유한국당은 “사립유치원의 사유재산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논리를 들어 끊임없이 유치원 3법의 발목을 잡아왔다. 유치원 3법이 지난해 한차례의 논의 없이 신속처리안건 지정 기간인 330일을 꽉 채운 뒤 11월29일 본회의에 자동상정된 배경이다.
재작년과 마찬가지로 자유한국당 쪽에서는 ‘교육환경개선부담금’이란 이름으로 또다시 ‘시설사용료’를 반영한 자체 유치원 3법 수정안을 들고 나와 학부모들의 비난을 샀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과거 한유총 고문 변호사로 활동했고 사립유치원이 사유재산을 인정받기 위한 ‘입법 로비’에도 자문을 해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학부모들은 유치원 3법의 2019년 연내 통과를 끝까지 기다렸지만 자유한국당이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를 신청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등에도 밀리면서 해를 넘겨 이날에야 표결에 부쳐졌다.
이유진 최원형 기자
yjlee@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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