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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20.01.14 15:53 수정 : 2020.01.15 02:42

사립유치원 개학연기 사태에 용인시 학부모 100여명이 2019년 3월3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청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고 있는 모습. 용인/연합뉴스

아이들 위해 뭉친 평범한 부모들
국회앞서 유치원3법 통과 호소

매일 7시간씩 거리서 마이크 들고
비리유치원 명단 정보공개 청구

반대하는 한국당 의원엔 ‘문자행동’

사립유치원 개학연기 사태에 용인시 학부모 100여명이 2019년 3월3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청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고 있는 모습. 용인/연합뉴스

‘유치원 3법’(사립학교법·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는 사립유치원 비리에 분노해 직접 행동에 나선 평범한 엄마·아빠들의 힘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지난해 유치원 3법이 국회에 잠들어 있는 동안에도 학부모들은 입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과 항의 행동,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고발 등을 이어가며 숨가쁘게 움직였다. 비영리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의 곽지현 회원(7살·5살 두 아이 학부모)은 “유치원 3법 통과는 ‘어떤 특정 세력의 로비력’을 능가하는 ‘엄빠력’(엄마·아빠들의 힘)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평범한 엄마·아빠들을 움직인 원동력은 ‘아이들’이었다. ‘아이가 행복한 사회적협동조합’의 이원혁 이사는 “한달 학부모 부담금이 70만~80만원에 이르는 유명 사립유치원에 보냈는데 원장이 그 돈을 빼돌려 부실한 음식 등을 줬다고 하니까 무엇보다 아이에 대한 미안함이 가장 먼저 들었다”고 말했다. 이 협동조합은 2018년 사립유치원 비리 사태가 촉발된 경기 화성 동탄 지역의 학부모들이 협동조합유치원 설립을 위해 꾸린 조직이다. 난방비를 아낀다고 아이들에게 교실에서 제자리뛰기를 시켰다는 이야기도 들려왔다. 죄책감은 이내 커다란 분노가 됐다. 당시 사립유치원 비리 사태 논의를 위한 오픈채팅방이 만들어지자 하루 만에 학부모 1천명이 들어올 정도였다. 지역 특성상 대부분 평범한 맞벌이 회사원인 학부모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교육청에 감사를 청구하는 한편, 일부 학부모는 유치원 3법을 자체적으로 준수하는 협동조합유치원 설립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이 유치원은 3월2일 개원을 앞두고 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지난 13일 저녁 국회 본회의에서 ‘유치원 3법’을 통과시키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앞서 비리유치원 공개도 학부모들이 먼저 시작했다. ‘정치하는엄마들’은 2018년 3월 전국 17개 시도교육청과 산하 177개 교육지원청에 ‘지난 3년간 실시한 정기감사·특별감사에 적발된 유치원 및 어린이집 명단’의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이 가운데 극히 일부 교육지원청만 감사 적발 기관명을 공개하자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소송이 진행되는 와중에 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정감사에서 비리유치원 명단을 폭로한 것이다. 이들은 지난해 3월 한유총이 국가관리회계시스템(에듀파인) 도입 등에 반발하며 ‘개학 연기 사태’를 일으키자, “공정거래법, 유아교육법, 아동복지법을 위반한 불법행위”라며 검찰에 한유총을 고발하기도 했다.

 유치원 3법이 국회 본회의 통과 문턱에서 좌절된 지난 연말에도 학부모들이 나섰다. 지난해 12월5일 전국 학부모 1800여명이 모인 전국유치원학부모협의회(협의회)는 임재훈 의원(바른미래당)과 함께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모든 정당은 유치원 3법 통과에 적극 협조해달라”고 호소했다. 유치원 3법에 반대하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상대로 ‘문자 행동’에도 나섰다. 김한메 협의회 대변인은 “총선에서 심판하겠다는 경고가 통한 것 같다”고 평했다. 정치하는엄마들은 12월 칼바람을 견디며 자유한국당의 유치원 3법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 철회를 요구하는 ‘필리버스킹’(필리버스터+버스킹)을 1주일 동안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7시간씩 거리에서 마이크를 들었다. 추운 날씨탓에 여러 활동가들이 돌아가면서 목소리를 내야했다.

김한메 전국유치원학부모협의회 대변인이 14일 오후 경기 화성시 반송동 동탄 솔빛유치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유치원 3법의 국회 통과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다. 화성/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유치원 3법 통과에 힘을 모은 엄마·아빠들이 주목하는 남은 과제도 있다. 박용진 의원은 13일 입장문에서 “이제 사립유치원에 대한 지원을 논의해야 한다”며 “그 지원의 일환으로 사립유치원 교사에 대한 처우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치하는엄마들은 14일 낸 논평에서 “에듀파인이 만능은 아니므로 교육당국은 현장감사·실물감사를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고 짚었다. 에듀파인 의무 도입 전에 ‘먹튀 폐원’하려는 사립유치원에 대한 감시·감독 필요성도 제안했다. 협의회도 이날 오후 동탄 솔빛유치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공립유치원 40% 달성, 유아교육의 의무 교육화 추진 등을 정부와 국회에 촉구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백운희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가 2019년 12월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자유한국당 필리버스터 철회를 촉구하는 ‘필리버스킹’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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