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ㅣ우리 아이 마음 키우기
종례 시간, 예상치 못했던 휴업 소식을 전했다. 최근 매일 아이들의 마스크 착용과 발열을 확인했다. 그러던 차에 아이들이 휴업 이야기를 전해 들으면 불안해하지 않을까 염려하며 조심스레 말했다.
“내일부터 학교가 5일 동안 휴업에 들어갑니다. 선생님이 바라는 건 한가지밖에 없습니다. 모두 일주일 후에 꼭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는 겁니다. 알겠지요?”
“예~”
나 혼자 긴장하고 있었다. 학교에 나오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아이들은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는 듯 기뻐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마치 방학을 맞이한 듯한 모습으로 교실을 빠져나갔다. 아이들이 썰물 빠지듯 가버리고 허전한 가슴으로 빈 공간을 응시하고 있는데, 한 아이가 갑자기 교실로 쓱 들어온다.
“선생님!”
“어, 왜? 혹시 마스크 필요하니? 줄까?”
“아니요. 저 그게… 앞으로 5일 동안 아무도 학교 못 나오면 우리 물고기는 어떡하죠?”
“아~ 구피가 걱정돼서 다시 왔구나. 염려 안 해도 돼. 학생들은 안 나와도 선생님들은 출근할 거니까. 선생님이 잘 챙겨줄게. 우리 영희 건강하게 있다가 일주일 후에 만나자.”
교실에 조그만 어항이 있다. 붕어와 구피(거피)가 살고 있다. 처음에는 붕어가 더 많았는데, 한 학기가 지나는 사이 구피가 훨씬 더 많아졌다. 아이들은 쉬는 시간마다 어항 수초 사이에 숨어 있는 새끼 구피를 찾는 재미에 푹 빠져 있었다. 학기 중 아이들이 돌아가면서 먹이를 주었고, 방학 땐 방과 후에 나오는 아이들이 알아서 챙겨주었다.
아이들의 자존감을 걱정하는 학부모들이 물어본다.
“우리 철수 자존감을 높여주고 싶은데 무엇부터 해주면 되나요?”
대답은 정해져 있다. 맨 처음 할 일은 일단 아이의 눈동자를 자주 바라봐주는 일이다. 두번째로 아이들이 지속적으로 생명을 가꾸고 키우는 과정을 허락해주라고 말한다.
아이들은 생명을 가꾸면서 공감 능력을 키운다. 공감력은 자존감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자존감이 높은 아이들의 특징 중 하나가 타인과 자신을 위로할 줄 안다는 점이다. 누군가 아프면 선생님에게 달려와 말해주고, 넘어져도 괜찮다고 얘기해준다. 친구가 힘들어서 울면 옆에서 같이 울며 달랜다.
공감력은 타인뿐 아니라 자신의 존재에 대해서도 위안해줄 수 있는 소중한 도구가 된다. 그러한 소중한 도구를 바탕으로 자기 자신의 존재감을 도닥여주며 성장한다. 자존감은 어디 가서 말 잘하고, 기죽지 않고, 큰소리치고 그런 것이 아니다. 조용하지만 바위처럼 그 자리에 듬직하게 있는 모습이 자존감이다. 그 바위에 앉아 흔들림 없이 자신을 위로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보다 구피의 안위를 더 걱정하는 아이들을 보며, 더 이상 우리 반 아이들의 자존감은 걱정 안 해도 될 듯싶었다. 이제 3월에 6학년으로 보내기만 하면 된다. 내가 이 아이들에게 담임으로서 할 일은 다 했다. 우리 아이들은 함께 그리고 스스로 클 준비가 되었다. 늘 불안한 건 어른들뿐이다.
김선호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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