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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안전한 생산과 윤리적 소비를 이끌다, 공정무역전문가

등록 2020-03-03 17:55수정 2020-03-03 18:50

국제공정무역기구
국제공정무역기구

정당한 대가를 주고받는 공정한 무역

바나나, 커피, 초콜릿의 공통점은 뭘까? 대부분 아프리카, 중남미, 아시아 등 개발도상국의 생산자로부터 원료를 수입해서 생산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대규모 농장에서 하루 12시간이 넘는 중노동을 하지만, 이익은 거의 농지를 소유한 대기업과 중간 상인에게 돌아간다. 예를 들어 커피 생산지인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 농부가 1년 동안 버는 돈은 단 7만2000원 정도이다.

공정무역은 중간거래자 및 거대 유통업체가 이윤을 가져가는 대신, 정작 개발도상국의 생산자들은 빈곤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기존의 불공정한 무역구조를 해결하고자 탄생했다. 세계의 비영리기구가 힘을 합쳐 만든 국제공정무역기구는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기준을 준수하는 공정무역의 기준을 제정했다. 특히 아동의 강제 노동을 금하고, 여성의 권리를 보호하도록 성평등 가이드라인을 만든 것이 대표적이다. 그 밖에 유전자 변형 농산물과 허용되지 않은 농약 사용 금지, 정당한 가격 지불 등 안전하고 윤리적인 생산과 소비를 지향하고 있다.

전 세계 73개국 170만 명 생산자와 노동자 중에서 공정무역 인증 생산자조합은 2018년 기준 1707개, 보통 하나의 조합은 1만 가구 내외로 구성된다. 국제공정무역기구에서는 이들에게 지속 가능한 생산과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최저가격을 지불하며, 장려금(공정무역 프리미엄)을 지원하고 있다. 가령 원료 수입업자가 커피를 수입하고자 할 때, 원두 1톤당 440달러의 장려금을 지급해야 한다. 장려금은 아이들을 위한 의료와 교육 시설, 도로 및 다리 건설 등과 같은 마을 공동체 기금으로 주로 쓰이고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권익을 위해, 공정무역전문가

공정무역전문가는 개발도상국에서 원료를 생산하는 생산자와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 사이에서 교역을 돕는 일을 맡는다. 공정무역과 관련한 업무 전반을 책임지기 때문에 분야는 매우 다양하다. 생산자의 국가에 가서 직접 원료를 수입하거나, 현지 농가의 지원을 돕는 일을 할 수 있다. 또, 국내 수입·제조 유통기업과 생산자 사이에서 원료 구매를 돕거나(B2B 원료 소싱) 글로벌 공정무역기구들과의 국제적인 업무 협력을 돕는 전문가도 될 수 있다.

공정무역 인증을 위한 일련의 과정에 종사하는 분야도 있다. 쉽게 말해서 공정무역 제품으로 인증받기 위해 보고서를 작성하고 인증 기준에 적합한지 판단하는 일을 한다. 공정무역 인증 생산자 조합과의 ODA(개발도상국의 경제·사회발전, 복지증진 등을 주목적으로 하는 원조) 협력도 가능하다. 주로 KOICA(한국국제협력단)와 협업하고 있다.

공정무역전문가는 공정무역의 가치를 널리 알리는 홍보 사업에도 기여할 수 있다. 주로 공정무역 시민교육, 언론홍보, 캠페이너의 역할을 하며 공정무역의 필요성을 사회에 전파하는 일을 한다. 비영리 국제기구나 사회단체 등 외국으로 진출해 공정무역 관련 교육사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 공정무역전문가가 말하는 직업 이야기

국제공정무역기구 한국사무소 지동훈 대표
국제공정무역기구 한국사무소 지동훈 대표

“만드는 사람, 파는 사람, 사는 사람이 모두 이롭게”

국제공정무역기구 한국사무소 지동훈 대표

국제공정무역기구 한국사무소는 국내 유일한 국제공정무역기구다. 이곳은 공정무역 기업 컨설팅, 공정무역클래스, 시민홍보 캠페인 등 한국 공정무역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일종의 허브다. ‘착한 생산, 착한 소비’라는 공정무역의 가치를 알리는 국제공정무역기구 한국사무소 지동훈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2011년에 한국사무소가 문을 열 때부터 대표로 계셨다고 들었어요. 공정무역 분야에서 일하게 된 계기가 뭔가요?

과거에 외국 상공회의소와 대사관을 상대하는 국제통상전문가로 20년 정도 일했어요. 그러다 유럽의 선진국 소비자들이 공정무역 운동을 하는 것을 알게 됐죠. 공정무역은 제3세계 개발도상국의 농민과 노동자, 그리고 그 가족들의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전 세계적 운동이에요. 공정무역을 통해 한국의 소비자뿐만 아니라 농민들, 유통업체까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껴 이 일을 시작했어요.

공정무역 제품이 상점에 들어오기까지 공정무역전문가는 어떤 일을 하나요?

저희 한국사무소는 카페 브랜드 ‘A’와 협약을 맺고 국내 프랜차이즈 카페에서는 최초로 100% 국제공정무역 인증 커피를 작년 5월에 출시했는데요. 이 과정을 실제 사례로 들어볼게요. 먼저, 생산자 지원 업무를 맡는 공정무역전문가는 ‘A’사의 생두(커피 원두를 볶기 전 상태) 구매부와 6개월 뒤 출시할 커피콩에 대한 구매전략회의에 들어갑니다. 어떤 향, 어떤 맛, 어떤 질의 커피를 생산할지 전 세계 32개 나라 582개 생산자조합 중에 고르는 거죠. 전략이 정해지면 해당 생산자조합으로부터 커피콩 샘플을 한국에서 받습니다. 공정무역전문가는 생산자에게 필요한 조건을 전달하는 것부터 상품이 한국으로 도착하기까지의 코디네이터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됩니다. 또, 공정무역 커피를 어떻게 홍보할지 ‘A’사와 함께 캠페인, 마케팅 전략을 짜는 것까지 모두 공정무역전문가가 도맡아 하죠.

말 그대로 ‘멀티플레이어’네요. 공정무역전문가가 되려면 어떤 준비를 하는 게 좋을까요?

사실 공정무역전문가가 되기 위한 과정은 따로 존재하지 않아요. 대신, 제가 생각하는 6단계 스텝이 있어요. 1단계. 책, 인터넷, SNS 등을 통해 공정무역에 대해 공부한다. 2단계. 공정무역 상품에 대해서도 공부한다. 3단계. 공정무역 관련 기업에 방문해 교육 기회 두드리기(실제로 2주마다 전국 학교의 학생들과 선생님이 국제공정무역기구 한국사무소로 견학을 오고 있습니다). 4단계. 공정무역 관련 캠페인과 자원봉사에 참여한다. 5단계. 친구들과 함께 공정무역 동아리 만들기. 6단계. 공정무역학교 만들기.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공정무역전문가에게 필요한 자격증이나 스펙은 없어요.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 사회, 지구를 이롭게 하고자 하는 ‘선한 의지’라고 생각해요.

국제공정무역기구 한국사무소 내에 전시되어 있는 공정무역상품들
국제공정무역기구 한국사무소 내에 전시되어 있는 공정무역상품들

대표님은 일하시면서 언제가 가장 기뻤나요?

얼마 전 한 대형마트의 온라인 몰을 보는데 대기업이 농약으로 재배한 바나나와 유기농 공정무역 바나나의 가격이 똑같았어요. ‘아이쿱자연드림’과 같은 곳에서 공정무역 바나나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어요. 이에 힘입어 이마트에서는 현재 공정무역 상품 매대가 30개 지점에 설치되어 있는데, 올해 안으로 100군데로 확대한다고 하고요. 롯데마트의 친환경 PB 브랜드 ‘해빗’에 가면 공정무역 제품을 쉽게 살 수 있어요. 건강한 먹거리도 먹고, 공정무역도 알리고. 이것이 저희의 역할인 거죠.

공정무역 제품은 무조건 비싼 줄로만 알았어요.

바로 그게 많은 소비자가 공정무역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에요. 공정무역으로 최초 원료 거래를 할 때, 생산자에게 조금 더 높은 값을 준다고 해도 일반 제품과 가격이 같거나, 차이가 별로 없을 수도 있어요. 공정무역에는 중간 상인의 마진이 생략되어 있기 때문이죠. 최종적으로 소비자 가격을 책정하는 것은 기업의 브랜드 가격 정책이에요. 공정무역전문가로 일하면서 제가 가장 힘들었던 것은 원료를 구매하는 바이어에게 공정무역을 설득했지만 끝내 실패했을 때예요. 무조건 원료 단가가 싼 것만 찾았지, 농민들의 지속 가능성과 소비자들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았거든요. 저는 공정무역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을 밝히고 싶었어요.

대표님이 생각하는 공정무역전문가 전망이 궁금해요.

공정무역 분야가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최근에는 자치단체에서 공정무역 도시 되기 운동을 활발히 하고 있는 것으로 알아요. 관련 사회적 기업도 늘어났어요. 또 공정무역 제품이 농산물이나 식음료 같은 먹거리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공정무역 인증 상품의 수는 3만5000개에 달하죠. 패션에 관심 있는 친구라면 공정무역패션가가 될 수 있고요, 꽃을 좋아하는 친구는 공정무역 화훼산업을 할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향후 공정무역전문가의 전망은 무궁무진하다고 봅니다. 저희 국제공정무역기구 한국사무소에서도 공정무역전문가와 기업 육성을 더 많이 할 예정입니다. 앞으로 3년 안에 현재 한국의 공정무역 승인 제조기업 20곳에서 총 100곳까지 확대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공정무역전문가를 꿈꾸는 청소년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세상을 이롭게 하고자 하는 청소년 여러분. 먼저 공정무역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져주세요. 다가오는 3월 14일 화이트데이에는 화학적 정제 과정을 거친 설탕보다 유기농법으로 재배된 비정제 공정무역 설탕으로 만든 사탕으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전하는 게 어떨까요? 여러분의 관심과 사랑이 어린이와 여성, 환경을 생각하는 지속 가능한 지구를 만드는 첫걸음이 될 거예요.

글 이은주 • 사진 손홍주, 국제공정무역기구

이은주 MODU매거진 기자 silver@modu1318.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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