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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고전, 피할 수 없는 운명의 책

등록 2020-03-09 18:23수정 2020-03-10 02:36

연재ㅣ임성미의 ‘다시 고전으로’

“고전은 누구나 읽어야 할 책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아무도 읽고 싶어 하지 않는 책이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쓴 마크 트웨인이 했다고 하는 말입니다. 그런가 하면 “요즘은 고전을 해석하는 책은 읽어도 고전은 읽지 않는다”고들 합니다. 고전이 가치 있고 좋은 줄은 알겠으나 막상 즐겨 읽지는 않는다는 뜻이겠지요. 이유를 물어보면 대부분 “읽을 시간이 없다” “지루하다” “재미없다” 등의 대답도 있지만, “고전을 제대로 읽을 자신이 없어서”라고 답하는 분이 많습니다. 이 말은 우리가 고전을 읽는 방법을 잘 모르거나, 또는 고전을 제대로 읽어본 경험이 별로 없다는 뜻이 아닐까요? 그러다 보니 고전은 가까이하기엔 먼 책이 되어버린 게 아닌가 싶습니다.

요즘 들어 고전 읽기를 강조하는 사람들은 미래학자들이다. 그들은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갈 새로운 세대에게 고전 읽기는 정신 근력을 기르는 훈련이 된다고 말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요즘 들어 고전 읽기를 강조하는 사람들은 미래학자들이다. 그들은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갈 새로운 세대에게 고전 읽기는 정신 근력을 기르는 훈련이 된다고 말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고전에 대한 우리의 감정이 어떠하든 고전의 가치는 변함이 없다는 점에서 고전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의 책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람들이 일부러 박물관을 찾아다니는 것도 오래된 보물에 숨겨진 가치를 찾고자 하는 것처럼, 고전에는 우리 영혼에 좋은 가치가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들어 고전 읽기를 강조하는 사람들은 미래학자들입니다. 그들은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갈 세대에게 고전 읽기는 정신 근력을 기르는 훈련이 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고전을 ‘오래된 미래’ ‘지혜의 매트릭스’라고 하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닐까요.

‘다시 고전으로’라는 칼럼 제목은 작년에 나온 메리앤 울프의 <다시 책으로>라는 책 제목에서 따왔습니다. 메리앤 울프는 <책 읽는 뇌>를 통해 전세계에 이름을 알린 인지신경학자이자 아동발달학자입니다. 그는 끊임없이 주의를 분산시키고 다양한 정보원에 즉각 접속하게 하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독자들이 자기만의 지식창고를 짓거나 비판적이고 독립적인 사고력을 기를 수 있겠냐고 물으면서,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기 독서의 중요성을 언급합니다. 물론 그가 무작정 디지털 기술을 외면하고 다시 인쇄된 책 읽기 방식으로 돌아가자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는 뇌학자로서 두껍고 지루한 책 읽기를 통해 길러지는 다소 소모적이고 지루한 인지 과정이 유능한 읽기 회로를 만드는 데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읽기를 위해서는 침묵이 필요하고, 고요함 속에서 읽을 수 있는 그 힘이 외부의 지속적인 자극에 저항할 수 있는 힘을 만들고, 그 힘이 우리의 삶을 성찰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어떻게’ 해야 깊이 있는 독서를 할 줄 아는 유능한 독자가 될 수 있는가입니다. 어쩌면 해답은 이미 나와 있는지도 모릅니다. 일단 책을 펴고 읽는 것입니다. 이런저런 책을 많이 읽어보아야 자신이 어떤 책을 좋아하는지, 왜 좋아하는지 생각하게 되고 그것을 통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발견하게 됩니다. 한 권의 책을 여러 번 깊이 읽든지, 여러 권의 책을 넓게 읽든지 자주 많이 읽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래서 <독서의 역사>를 쓴 알베르토 망겔은 “읽기는 누적되는 것이다”라고 말했지요. 오죽하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은 책을 한 권밖에 안 읽은 사람이라는 말이 있을까요.

오늘부터 시작하는 ‘다시 고전으로’에서는 교육으로서 고전 읽기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자녀에게 고전을 권하고 함께 읽고 싶은 부모님들, 그리고 고전의 세계에 입문하고자 하지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고 있는 청소년들이 읽어주었으면 합니다. 사실 온갖 디지털 기기의 재미에 길들어 있는 청소년들에게 고전을 읽어보라고 하는 것은 에베레스트산에 오르는 것보다 더 힘들 수 있습니다. 그래도 각오를 하고 시작하려고 합니다.

임성미 독서교육 전문가, <담요와 책만 있다면> 저자. 25년간 어린이와 청소년, 부모와 교사, 일반 성인들에게 독서교육을 해왔다. <내 꿈을 열어주는 진로독서> <초등 인문 독서의 기적> 등을 펴냈다. 현재 리딩웰센터 대표로 책모임과 지도사 양성, 교육 콘텐츠 개발 등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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