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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코로나’ 때문에 봉사활동 못 한다고요?

등록 2020-04-06 17:56수정 2021-08-06 12:21

커버스토리 비대면 자원봉사활동 현장을 가다

도서관·봉사기관 등 모두 휴관 중
코로나로 대면 봉사활동 어려워져

영어, 과학, 댄스 등 다양한 분야
화상 통화 매개로 학습 공유해

청소년들 함께하는 ‘30분 수업’
알찬 온라인 재능 나눔 봉사의 장

조유영 청소년지도사(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정책사업1부)가 지난 2일 오전에 진행된 ‘청소년 비대면 자원봉사 활동’ 영어 수업을 모니터 하고 있다.
조유영 청소년지도사(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정책사업1부)가 지난 2일 오전에 진행된 ‘청소년 비대면 자원봉사 활동’ 영어 수업을 모니터 하고 있다.

“어느 틈에 추워진~ 너의 손에 따뜻하게~ 내 마음을 모아 입김을 불어줄게. 자, 노래 이 부분에서 발을 두번 쿵쿵 굴러주시고 리듬감 있게 두 손 위로 들어 좌우로 교차시켜주세요.”

지난 3일 오전 11시30분. 김초희(군산여고3) 학생이 아이돌 그룹 아스트로의 ‘고백’이란 노래에 맞춰 방송댄스를 하고 있었다. 김초희 학생은 전북 군산청소년수련관 댄스 나눔 동아리에서 춤꾼으로 소문 나 있다. 워낙 봉사활동, 재능기부에 관심이 많은데 요즘 ‘코로나 시국’ 때문에 대면 봉사활동이 불가능해져 답답하던 차였다. ‘비대면 청소년 자원봉사활동’(이하 비대면 봉사활동) 창구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 당장 신청했다. 김초희 학생의 수업을 듣고 싶은 학생들도 제법 됐다. 일주일에 두번씩 화상 통화 방에 모여 재능 나눔을 진행하게 됐다.

■ 손 한번 안 잡고도 아이돌 춤 배워

김초희 학생의 ‘재능 나눔’을 받은 초·중학생들은 열심히 화면을 보며 안무를 따라 했다. 남학생들은 경남 사천시 청소년 ‘방과 후 아카데미’(이하 아카데미)를 통해 비대면 댄스 수업을 신청했고 학교에 못 가는 요즘, 이 수업이 제일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전북 군산시에 사는 김초희 학생의 댄스 재능 나눔이 경남 사천시에 있는 학생들에게 실시간으로 제공된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요즘 같은 때에, 얼굴 한번 보지 않고 손 한번 잡지 않아도 진행할 수 있는 비대면 봉사활동 현장이었다.

아카데미는 돌봄이 필요한 취약계층 청소년에게 체험활동, 학습지원, 생활지원, 상담 등 종합 서비스를 지원한다. 이번 비대면 봉사활동은 취약계층 청소년들에게 생활의 활력소가 됐다. 댄스 수업에 참여한 김아무개군은 “학교는 못 가고 도서관도 문을 닫았다. 하루 종일 폰만 보고 있었는데 이번 활동에 참여하면서 오전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댄스뿐 아니라 과학, 진로, 영어 수업도 형, 누나들이 비대면 수업을 해줘요. 얼마 전 대학생 멘토 선생님께 비대면 진로 상담을 받으면서 ‘정치학과’ 지망을 꿈꾸게 됐습니다.”

지난 2일 오전에 진행된 ‘청소년 비대면 자원봉사 활동’ 영어 수업 사진. 구민하 학생(대원외고1)이 영화 <알라딘>에 나온 단어 및 표현에 대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일 오전에 진행된 ‘청소년 비대면 자원봉사 활동’ 영어 수업 사진. 구민하 학생(대원외고1)이 영화 <알라딘>에 나온 단어 및 표현에 대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 취미 활동부터 진로 상담까지 가능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이사장 이광호, 이하 진흥원)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학교에 가지 못하는 청소년들에게 다양한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3월25일부터 지난 3일까지 실시간 화상 시스템을 활용한 비대면 청소년 자원봉사활동을 운영했다.

조유영 청소년지도사(진흥원 정책사업1부)는 “현재 많은 청소년들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개학 연기로 ‘붕 뜬’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모르고 있다”며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 및 돌봄기관 휴원 등의 다양한 이유로 집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마땅한 활동거리가 없어 청소년뿐만 아니라 학부모들도 많은 걱정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특히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싶은 10대들도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대면 봉사활동은 모두 취소된 상황이에요. 봉사를 희망하는 청소년들과 다양한 유형의 활동거리 및 학습을 필요로 하는 청소년들을 실시간 화상 시스템으로 연결해주는 비대면 청소년 자원봉사활동을 약 2주간 시범 실시하게 된 계기입니다.”

■ ‘알라딘’ 보며 새 단어 예습하기

지난 2일 오전 11시,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진흥원을 찾았다. 구민하(대원외고1) 학생의 비대면 봉사활동 영어 수업이 열리는 날이다.

약속한 재능 나눔 시간인 오전 11시30분이 되자 전국 곳곳에서 학생들이 접속했다. 미리 이 수업을 신청한 학생들이다. 채팅방에서 각자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서울에 있던 우리도 네이버 밴드에 접속해 구민하 학생이 만든 영어 피피티(PPT) 자료를 내려받을 수 있었다.

“이번에는 영화 <알라딘>에 나온 주요 표현을 살펴볼게요. 지난주에 진행한 <겨울왕국2>와 겹치는 단어들도 나오고 투(to) 부정사의 형용사적 용법에 대한 설명도 이어서 진행하겠습니다. 먼저 <알라딘> 노래를 볼까요? 시머(shimmer)는 희미하게 빛나다, 희미한 빛이라는 뜻으로 샤인(shine)의 유의어입니다.”

지난 2일 오전에 진행된 ‘청소년 비대면 자원봉사 활동’ 영어 수업 사진. 구민하 학생(대원외고1)이 영화 &lt;알라딘&gt;에 나온 단어 및 표현에 대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일 오전에 진행된 ‘청소년 비대면 자원봉사 활동’ 영어 수업 사진. 구민하 학생(대원외고1)이 영화 <알라딘>에 나온 단어 및 표현에 대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구민하 학생이 준비한 30분짜리 수업은 꽤나 알찼다. 유튜브 영상 링크를 활용하기도 하고, 새로운 단어와 그에 대한 반의어 등을 함께 설명해줬다. 구민하 학생은 “30분 수업을 준비하는 데 3~4시간 정도 공을 들인다”며 “재능 나눔 비대면 봉사활동을 통해 전국에서 내 수업을 듣는 동생들도 많이 생겼다”고 말했다. “수업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디즈니 만화 등 재미있는 콘텐츠를 선정했어요. 교과서 못지않게 중요한 표현들이 나오고, 무엇보다 아는 노래들을 직접 해석한 뒤 불러볼 수 있다는 것에 참여자들이 매력을 느낀 것 같습니다.”

보호자들의 반응도 좋다. 구민하 학생의 보호자인 유아정씨는 “학교 입학도 미뤄진 이때, 집에만 있어야 하는 애매한 시간을 ‘비대면 재능 나눔 활동’으로 보내는 아이를 보고 참 기특했다”며 “메신저를 활용한 온라인 화상 강의라는 형식이 마음에 든다. 카메라나 컴퓨터 등 기타 장비를 살 필요 없이 휴대전화 하나면 강원, 제주, 전남 지역 학생들이 함께 모여 공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은 강원 영월군 청소년 문화의 집 과학 동아리 ‘유레카’도 비대면 나눔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인류의 조상에 관한 설명부터 화석에 관한 이야기까지, 과학 동아리 운영진다운 내용으로 진행됐다. 채팅방에 접속한 학생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질문을 올린 뒤 바로 피드백을 받았다. 실시간 소통이 가능해 질문 사항을 바로 물어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 전국 곳곳에서 접속해 재능 나눔

진흥원의 재능 나눔 봉사활동은 지난해 도입됐다. 청소년 자신의 재능과 희망하는 봉사활동을 ‘청소년활동정보서비스 이(e)-청소년’(www.youth.go.kr)에 등록하면, 봉사가 필요한 기관에서 신청한 뒤 서로 연결되어 이루어진다. 조유영 청소년지도사는 “지난해 나눔 자원봉사를 신청한 청소년이 1142명이고 이 중 108건이 재능 나눔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청소년과 보호자들에게 반응이 정말 좋습니다. 접근성이 높은 카카오톡이나 네이버 밴드 등을 사용해 별다른 장비 없이도 화상 봉사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지요.”

이지선(사진 앞쪽)·박정현 청소년지도사가 지난 2일 오전에 진행된 ‘청소년 비대면 자원봉사 활동’ 과학 수업을 모니터 하고 있다.
이지선(사진 앞쪽)·박정현 청소년지도사가 지난 2일 오전에 진행된 ‘청소년 비대면 자원봉사 활동’ 과학 수업을 모니터 하고 있다.

지난 3일까지 진행한 비대면 봉사활동을 통해 청소년들은 자신의 집에서 사전에 공지된 일정에 맞추어 실시간 화상 시스템에 접속해 온라인 재능 나눔의 장을 열었다. 특히 봉사자는 재능 나눔 봉사 경험이 많은 청소년들로 구성되어 수업이나 진행 등의 흐름이 매끄러웠다. 청소년지도사가 화상 시스템에 접속해 실시간 모니터링을 하며 지원해주니 주 2회씩 총 4번의 비대면 봉사활동이 무리 없이 이뤄질 수 있었다.

조유영·이지선 청소년지도사는 “비대면 봉사활동은 10대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진로 탐색, 댄스, 영어, 과학)을 선정한 뒤, 재능 나눔 봉사활동에 사전 등록한 봉사자 중 프로그램 참여가 가능한 봉사자를 연결해 화상 시스템을 통해 활동이 이루어지는 방식으로 운영됐다”고 말했다. “비대면 봉사활동은 영상과 디지털 시스템이 생활의 일부로 자리잡은 우리 청소년들에게 사회적 거리를 두면서도 가능한 새로운 자원봉사활동 방식을 제시하는 매우 의미 있는 전환점입니다. 코로나19에도 재능 나눔 등 봉사의 등불을 밝히는 청소년들이 있어 참 뿌듯합니다. 이번 시범 운영 뒤 참여 청소년 및 청소년지도사를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에요. 인터뷰 등을 통해 개선점을 발굴, 보완하여 향후 새로운 자원봉사 방식으로 적극 운영할 계획입니다.”

글·사진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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