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과학관에서는 달걀공 만들기, 뫼비우스 띠 원리 알아보기, 빗으로 ‘무아레 무늬’ 찾아보기 등 다양한 온라인 과학 실험 축제를 진행하고 있다. 국립중앙과학관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갈무리
“엄마! 진짜 달걀이 안 깨지고 탱탱볼처럼 바뀌었어요!”
서울 도봉구에 사는 안선희씨는 요즘 초등학생인 딸들과 함께 ‘미션 클리어’ 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안씨는 “코로나19 때문에 등교는 물론 야외 활동을 못 하니 아이들이 많이 답답해한다”며 “책도 읽어보고 교과목 예습도 해봤지만, 역시 아이들의 흥미를 끌기에는 신기한 과학 실험이 제격인 듯하다”고 했다.
4월 과학의 달을 맞이해 국립중앙과학관과 한국과학창의재단 등 전국 과학관에서는 가정에서 자율학습 중인 초등학생들을 위해 ‘집에서 쉽게 해볼 수 있는 흥미로운 과학 체험’ 행사를 마련했다.
방구석 아인슈타인 되어볼까?
‘오프라인 개학’이 가능했다면 학교에서 과학의 날 글쓰기 대회, 코딩 대회, 창의·실험 대회 등을 다양하게 진행했겠지만 그러지 못하는 상황이다. 온라인 개학으로 학생들이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보호자와 학생들 모두 집에서 해볼 수 있는 과학 실험 등에 관심을 갖는 추세다.
국립중앙과학관에서는 빗을 이용한 마술, 정전기 마술, 달걀 껍데기 분리하기, 무지개 폭발, 찻잔 돌리기, 시리얼에 자석 대보기,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종이 두께, 뫼비우스의 띠, 빨대 비행기 등 과학·수학적 원리가 녹아든 12가지 실험을 구성해 응모를 받고 있다. 집에서 쉽게 해볼 수 있는 흥미로운 과학체험으로 재료를 구하기 쉬울 뿐 아니라 간단하고 유익하다. 국립중앙과학관 온라인 기자단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진서 학생은 “온라인 과학 전시, 도전 실험 미션 등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며 “‘과학이랑 놀아보자’는 콘셉트로 어린이·청소년 대상 무료 콘텐츠가 매우 많으니 누리집에 꼭 들어와보기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코로나 시대’를 맞이해 과학관도 온라인 소통의 장을 활짝 마련했다. 온라인 과학관에는 부모 세대가 기억하듯 학교 과학실 한구석에 먼지 쌓인 비커, 스포이트, 알코올램프 등 각종 실험도구의 모습은 없다. 하지만 과학관이 운영하는 누리집, 블로그, 인스타그램, 유튜브에 접속해보면 전국 곳곳에서 ‘살아 있는 알찬 과학’을 접하고 있는 학생들을 만날 수 있다.
소용돌이를 내 손바닥 위에?
안씨의 자녀들은 최근 달걀 껍데기 분리하기 실험을 해봤다. 산의 성질에 관해 잘 알 수 있는 실험이다. 먼저 투명 컵에 달걀을 넣고, 달걀이 완전히 잠길 만큼 식초를 붓는다. 달걀 껍데기에 아주 작은 거품이 생기는 게 보일 것이다. 그건 이산화탄소로, 산성인 식초가 껍데기의 칼슘 성분과 닿아서 생긴다.
컵에 비닐을 씌우고 24시간 동안 가만히 둔다. 다음날 아침에는 숟가락으로 달걀을 건져낸다. 달걀 껍데기가 녹고 있을 것이다. 어제 부었던 식초를 버리고 물렁물렁해진 달걀이 푹 잠길 만큼 새 식초를 붓는다. 그리고 다시 랩을 씌워 24시간 둔다. 3일째 아침, 숟가락으로 조심스럽게 달걀을 꺼내 수돗물에 헹군다. 이제 껍질이 완전히 없어진 신기한 달걀을 만날 수 있다. 마치 탱탱볼 같은 질감의 ‘껍데기 없는 달걀’에는 흰자와 노른자 덩어리만 남아 있을 것이다.
종이접기로도 과학을 접할 수 있다. 신문지를 넓게 펼친 뒤 자녀에게 이 신문지를 10번 이상 접을 수 있는지 묻는다. 당연히 할 수 있다고 대답할 것이다. 처음에 접은 부분을 펼치지 말고 그대로 다시 접으라고 한다. 그런 식으로 계속 접다 보면 종이 두께가 두배 늘어나고 다시 또 두배로 늘어나, 아이가 몇번 못 접고 포기하게 될 것이다. 어떤 원리일까? 종이를 접는 건 아주 쉬운 일처럼 보이지만 접는 종이의 면적은 줄고 두께는 계속 늘어나기 때문에 갈수록 정말 힘들어진다.
여기에는 멋진 수학적 패턴이 작용한다. 종이를 한 번 접으면 1×2=2니까 종이가 두겹이 된다. 그리고 종이를 두번 접으면 2×2=4가 된다. 종이를 10번 접는다고 치면 2의 10제곱, 즉 1024겹이 된다. 이건 헐크가 덤벼도 납작하게 만들 수 없을 만큼 엄청난 두께다. 깃털처럼 가벼운 신문지 한장 속에 숨은 힘을 발견하는 재미가 크다.
영화에 나오는 허리케인이나 토네이도를 내 손바닥 위에서 직접 만들어볼 수도 있다. 소용돌이(vortex)가 어떻게 생겼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재미있는 실험이다. 준비물은 2리터짜리 투명 페트병 2개, 물, 식용 색소, 9.5㎜ 나사받이(와셔), 접착테이프로 간단하다.
먼저 2리터짜리 투명 페트병에 물을 3분의 2 정도 채운 뒤 식용 색소를 몇방울 떨어뜨린다. 물을 채운 병 위에 비어 있는 2리터 페트병을 거꾸로 세운 뒤, 병 입구 사이에 9.5㎜ 지름의 구멍이 뚫린 나사받이를 끼우고 양쪽 병 입구를 접착테이프로 단단히 봉한다. 나사받이를 통해 물이 약간 떨어지겠지만 표면 장력이 그 흐름을 늦춰준다. 마지막으로 병을 뒤집어서 물을 채운 병이 위로 가게 한 다음 재빨리 몇번 회전시킨다. 물이 빈 병으로 흘러들어갈 때 생기는 소용돌이의 형태를 관찰해보자. 구심력 때문에 소용돌이 중심부에 강한 중력이 작용해서 물이 세차게 빨려 들어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과학 포털에 접속해보자
과학의 모든 것이 담겨 있는 ‘과학 포털’도 즐겨찾기 해두자.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도 ‘2020 온라인 과학 축제’를 열고 있다. 사이언스올 누리집(scienceall.com)에 접속하면 사이언스 클래스, 사이언스 토크쇼, 과학 덕분에, 온라인 드림톡 콘서트, 도전! 소프트웨어(SW) 코딩 미션, 랜선 과학관 나들이 등 아이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마련돼 있다.
평소 과학 기술이나 과학사 등에 관심이 있었다면 웹툰과 재미있는 콘텐츠로 재구성한 항목들을 클릭해보면서 하나씩 ‘미션 클리어’를 해보는 것도 좋다. 긴 글을 읽기 싫어하는 아이들을 위해서는 이미지를 활용해 과학 지식을 전달한다. 과학 카드뉴스와 인포그래픽, 사이언스 웹툰, 블록코딩 등이 인기가 많다.
도전! 소프트웨어 코딩 미션은 코딩에 관심 있는 보호자들도 해볼 만하다. 초·중·고 학생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교육에 관심 있는 누구나 이솦 누리집(
www.ebssw.kr)에 접속하면 참여할 수 있다. 안선희씨는 “코딩 교육은 초등학교 실기 과목에서 17시간 이상 의무화되어 있다. 평소 코딩교육에 관심이 많았는데 막연히 어려울 것 같아 시도해보지 못했다”며 “펭수와 함께하는 나만의 달리기 게임 만들기, 게임처럼 학습하는 프로그래밍의 기본 구조 등을 해보면서 아이와 함께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과학은 실험이나 실습이 많아 집에서 공부할 수 없는 과목이라는 인식이 있죠. 한데 이번 온라인 과학 축제를 통해서 디지털 세대인 아이들을 더 이해하게 됐고, 부모인 저도 과학은 어려운 게 아니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됐습니다.”
국립중앙과학관은 지난 7일부터 오는 30일까지 ‘집에서 해보는 신기한 과학 실험’ 이벤트를 진행한다. 과학 실험도 직접 해보고 선물도 받을 수 있는 행사다. 과학관은 종이와 빗, 달걀, 빨대, 찻잔, 우유, 자석 등 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간단히 해볼 수 있는 과학 실험 12가지를 통해 청소년들이 숨겨진 과학 원리를 탐구하게 한다는 목적이다.
이벤트 참여 방법은 이렇다. 우선 과학관 누리집 또는 블로그에 공지된 ‘집에서 쉽게 해볼 수 있는 흥미로운 과학체험 12선’을 읽고 해보고 싶은 실험을 선택한다. 그런 뒤 선택한 실험을 집에서 직접 해보며 ‘체험 중인 모습’을 사진 찍는다.
사진을 찍은 뒤 간단한 과학 실험 경험담을 쓰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해시태그(#국립중앙과학관)와 함께 올린 뒤, 과학관 공식 블로그 이벤트 게시글에 자기가 올린 게시글의 주소 링크와 참여 댓글을 같이 올리면 된다. 이번 이벤트의 참가자 전원에게는 5천원 상당의 온라인 기프티콘이 제공될 예정이다. 아울러 12개의 실험을 모두 참가한 경우 특별선물로 과학관 캐릭터 인형을 추가로 증정한다.
임승철 국립중앙과학관 관장 직무대리는 “코로나19 때문에 4월에 예정돼 있던 많은 과학 행사가 취소 또는 연기돼 집에서라도 쉽게 과학을 체험하고 즐길 수 있도록 이벤트를 마련했다”며 “가정에서라도 작지만 뜻깊은 과학의 달을 지내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