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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화성인 아들과 금성인 엄마, 사랑과 존중으로 소통한다

등록 2020-04-13 18:19수정 2020-04-14 02:38

[‘아들 교육 노하우’ 전하는 조은정씨]

장황한 훈육보다 간결한 핵심 전달
일찍부터 스마트기기 통제력 키워
긍정적 실패는 사전연습이자 기회
오래 관찰하고 구체적으로 칭찬
엄마의 사심보다 아이 우선 진학
“관계 지향적인 엄마와 목적 지향적인 아들”이 평화협정을 맺으려면 “장황한 말로 하는 훈육보다 핵심을 정리해 간결하게 전달하라”고 조씨는 전한다. 물론 육아에 정답은 없다. 그 어떤 조언도 내 아이와 맞아야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조씨가 아들을 바라보는 시선을 따라가보기로 했다.
“관계 지향적인 엄마와 목적 지향적인 아들”이 평화협정을 맺으려면 “장황한 말로 하는 훈육보다 핵심을 정리해 간결하게 전달하라”고 조씨는 전한다. 물론 육아에 정답은 없다. 그 어떤 조언도 내 아이와 맞아야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조씨가 아들을 바라보는 시선을 따라가보기로 했다.

통제와 억압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 한다. 훈육을 가장한 비난이나 꾸짖음은 아니었을까 죄책감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그러다 결국 깡패 소리를 듣는다. 아들 키우는 엄마들에게 육아는 ‘찐’ 전쟁터다. 아이들은 믿는 만큼 자란다는 전문가들의 말은 복음서처럼 이성을 붙잡고 있지만, 현실은 고성이 난무하기 일쑤다.

자녀와 관계 맺기 조언 서적이 흔한 가운데 <아들을 행복하게 통제하는 법>(예문)을 집어 든 이유는 단순하다. 책 표지에 적힌 ‘우아한 아들 교육 노하우’ 이 한 문장 때문이었다. 자녀를 키우는 데 굳이 성별을 구분하고 싶지는 않지만 분명 다른 점은 있다.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나는 아들에게 큰소리치지 않고 우아하고 평화롭게 지내는 방법을 찾아다니다 “아들과 엄마의 관계는 동반성장의 관계”라는 저자 조은정씨의 제언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동반성장이라고? 기업 홍보에서나 들어봄 직한 이 단어가 해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살짝 기대감이 몰려왔지만 36살에 얻은 외아들을 남들이 보내고 싶어 안달하는 유명 자사고에 보냈다는 말에 살짝 주저되기도 했다. 남다른 유전자를 타고났으니 육아도 쉽지 않았을까. 아무리 좋은 얘기를 들어도 방점은 자사고 보낸 엄마에 찍힐 것 같은 망설임을 뒤로하게 된 까닭은 아들과 엄마의 관계를 화성인과 금성인으로 빗댄 저자한테서 관계 맺음에 대해 한 수 배울 수 있겠다는 희망을 봤기 때문이다.

“관계 지향적인 엄마와 목적 지향적인 아들”이 평화협정을 맺으려면 “장황한 말로 하는 훈육보다 핵심을 정리해 간결하게 전달하라”고 조씨는 전한다. 물론 육아에 정답은 없다. 그 어떤 조언도 내 아이와 맞아야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조씨가 아들을 바라보는 시선을 따라가보기로 했다.

세탁기에서 꺼낸 빨래는 어린 아들의 좋은 놀이기구였다. 조씨가 빨래를 건조대에 너는 동안 아들은 소파 위에서 빨래를 털고 흔들며 뛰어놀았다. 엄마가 박자만 잘 맞춰주면 아이는 한바탕 신나게 빨래와 춤을 즐겼다. 갑 티슈에서 휴지 뽑기, 쟁반에 쌀을 담아 튀기며 놀기 등 아이가 먼저 찾아낸 생활 속 놀이기구지만 말리지 않고 하게 뒀다. 대신 안전한 펜스는 치고 놀게 했다. 존댓말 쓰기, 식사는 끝까지 식탁에 앉아서 하기, 약속한 일은 끝내놓고 놀기 등의 규칙도 일찍 가르쳤다.

스마트폰도 아들이 사달라고 조르기 전에 먼저 사줬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인 아들에게 스마트기기를 일찍 알게 하고 충분히 사용해볼 기회를 주고 싶었어요. 스마트폰을 열심히 들여다보며 다양한 기능을 활용해본 아들은 고2 때부터 평일에는 폴더폰을, 주말에는 스마트폰을 씁니다.” 아들 스스로 통제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준 셈이 됐다.

조씨는 실패 경험도 긍정적인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아들이 초등학교 때 선생님의 권유로 영재원 시험을 본 적 있어요. 떨어지고 나서 알았죠. 영재원을 들어가기 위해 엄청난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을요. 재도전하면서 아들이 중간에 좌절하기도 했고 포기하기도 했지만 모든 선택은 아들이 했어요. 결과적으론 실패라는 과정이 사전 연습의 기회이기도 했음을 깨달았지요.”

아들을 키우면서 어느 한순간도 고비가 아닌 적이 없었다. 화가 날 때 말과 감정을 아끼고 어른다움을 갖춰야 한다는 깨달음은 사후약방문처럼 반복됐다. 그는 다만 미안한 상황이 됐을 때 미안하다는 말을 아끼지 말라고 주문했다. “자사고 입시를 준비하던 아들이 어느 날 힘들다고 불평하며 포기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터라 당연히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었겠지요. 그런데 저는 아이에게 네 인생은 네가 사는 거라며 알아서 판단하라고 했죠. 그런데 이게 아이에게 엄청 상처가 됐나 봐요.” 인생 선배인 엄마에게 조언과 위로를 받고 싶었던 아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것이다. 늘 달래고 어르고 격려만 해주면 되는 존재로만 여긴 것은 아닌가 되돌아본 계기가 됐다고 한다.

조씨는 현재 아들이 다니는 자사고의 입학설명회를 3년 동안 거르지 않고 다녔다. 그중 한 번은 아들과 함께였다. 아들 친구 엄마가 같이 가보자는 권유에 동행한 것이 3년 동안 그 학교를 눈여겨보게 됐고 “아들이 이 학교에 다니면 행복하겠구나”라는 생각에 권유한 것이다. 보통 자사고는 명문대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판단이 지원 이유지만 그보다 조씨는 학교 분위기, 동아리 활동, 아이들의 표정을 살피며 목표 대학이 아닌 아들의 고교 생활에 우선순위를 둔 것이다. 또한 전국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꽉 찬 강당에서 뿜어져 나온 열기를 맛본 것은 새롭고 신기한 광경이기도 했다. 그는 희망하는 고교가 있다면 아이와 함께 입학설명회를 가볼 것을 권했다. 사심 섞인 엄마의 권유에 의해서가 아니라, 아이가 다닐 학교를 스스로 판단해 선택할 수 있도록 이끌기 위해서다.

“말 잘 듣는 아들로 키우기보다는 말이 통하는 아들로 키우자.” 조은정씨가 마지막으로 들려주는 말이다. 부모의 말을 수용하되 잘못을 인정할 줄 알고 억울하면 오해를 바로잡을 줄 아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는 작은 행동 하나하나 차분히 오랫동안 살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목적 지향적인 아들에겐 감정을 피력하며 공감을 기대하기보다 문제를 제시하는 방법으로 지적하고, ‘잘했어, 착하네, 멋지다’라는 막연한 감탄보다 구체적인 칭찬 포인트를 말해야 아이도 자랑스럽게 생각해 그 일을 계속하려고 노력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의 행복이란다. 그래야 자녀가 부모의 행복 바이러스에 감염된다고. 이 평범한 진리가 가장 난제다.

글·사진 정희경 기자 ahyun0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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