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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수학문제 풀지 말고 설명해봐요, 선생님 놀이 하면서

등록 2020-04-20 18:20수정 2020-05-26 09:46

연재ㅣ최수일의 ‘웃어라 수포자’

내가 학생과 부모에게 ‘선생님 놀이’를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이가 선생님이 되어 부모 또는 친구에게 자기만의 표현으로 개념을 설명할 수 있으면 그 아이는 개념을 완전히 이해한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내가 학생과 부모에게 ‘선생님 놀이’를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이가 선생님이 되어 부모 또는 친구에게 자기만의 표현으로 개념을 설명할 수 있으면 그 아이는 개념을 완전히 이해한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중3 여름에 처음 만난 예슬이는 당시 고1 2학기에 해당하는 내용을 학원에서 배우고 있었다. 교과서 연습문제에 있는 이차함수의 최솟값에 대한 문제를 내주었더니 정확한 답을 적어 냈다. 풀이 과정 역시 완벽했다. 서술형 시험이었다면 만점을 받았을 풀이였다. 이번에는 문제를 어떻게 풀었는지 설명을 해보라고 했다. 그런데 침묵이 한참 흐르더니 눈물을 흘렸다. 답도 맞혔고, 풀이도 잘했는데 막상 설명을 못 하겠다는 것이다. 알고 보니 예슬이는 이차함수의 그래프를 전혀 그릴 줄 몰랐다. 완전제곱식, 꼭짓점 등의 용어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런데도 최솟값 문제의 답은 구할 수 있었다.

유형별로 문제를 나누어 풀이를 훈련하는 문제집이 시중에 많다. 인기 있는 유형 문제집은 고등학교 전 과정의 기출문제를 1천 가지 이상 유형으로 나누고 번호를 매겨놓기도 했다. 아이들은 교과서를 통해 수학 개념 정의에 대한 이해나 정리와 성질, 공식에 대한 증명이나 유도 과정을 학습하지 않고 바로 이런 문제집으로 수학 공부를 시작한다. 수학 개념이 없는 상태에서 문제로 다이빙하는 셈이니 유형에 따른 기술을 무조건 암기하여 푸는 수밖에 없다. 당장 문제집에 나온 문제는 풀 수 있지만, 실제 시험문제를 접하면 머리가 하얗게 되는 것이다.

‘메타인지’라는 개념이 있다. 쉽게 말하면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파악하는 능력으로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능력이다. 예를 들어, 컴퓨터는 디스크를 스캔하여 어떤 파일이 저장됐는지 찾을 수 있지만, 직관적으로 파일 유무를 판단할 수 없다. 이 직관적 판단을 가능케 하는 힘이 바로 메타인지다. 메타인지가 뛰어난 사람은 어떤 활동을 위해 무슨 능력이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 어느 부분을 보충해야 할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

메타인지를 키우는 방법은 설명, 즉 표현에서 찾을 수 있다. 설명을 해보면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구분이 명확해지고, 개념 사이의 인과관계가 그려진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지식이 있다고 한다. 첫 번째는 내가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설명할 수 없는 지식이고, 두 번째는 다른 사람에게 설명까지 할 수 있는 지식이다. 인지심리학자들은 두 번째 지식만이 진짜 지식이며 내가 쓸 수 있는 지식이라고 말한다. 앞서 예슬이는 첫 번째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내가 학생과 부모에게 ‘선생님 놀이’를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이가 선생님이 되어 부모 또는 친구에게 자기만의 표현으로 개념을 설명할 수 있으면 그 아이는 개념을 완전히 이해한 것이다.

또 설명을 해나가면서 자연스럽게 내가 막히는 부분, 즉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을 발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선생님 놀이’를 주도하는 학생은 본인의 지식 체계에서 부족한 부분을 발견하고 보충할 전략을 세울 수 있게 된다. 수학의 모든 개념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메타인지가 발달한 학생은 학습 결손이 발생한 부분과 연계되는 개념을 찾아 복습하는 등 전략적으로 학습 계획을 짤 수 있다. 모든 문제는 푸는 게 아니라 설명하는 것이다. 그런데 설명은 풀이 과정을 읽는 게 아니라 개념을 연결하는 과정이다. 이것은 다음 글에서 얘기하도록 한다.

최수일 ㅣ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사교육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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