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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모두의 서재] 그림을 넘은 역사의 보고, 초상화

등록 2020-04-28 16:02

글 위주의 역사를 풍성하게 만드는 초상화 속에는 무수한 이야깃거리가 담겨 있다. 수백 년의 시간을 견디고 지금까지 남은 그림과 유물 속 역사와 이야기를 파헤친 <얼굴, 사람과 역사를 기록하다>의 저자 배한철 문화재 전문기자를 만나 역사와 친숙해지는 방법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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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사람과 역사를 기록하다> 매경출판 제공

Q. ‘문화재 전문기자’라는 직업이 생소하면서도 특이해요.

기자는 한정된 자료로 진실을 찾는 사람들이지요. 문화재를 다루는 기자란 사료, 고고학 자료를 바탕으로 과거 사건을 해석하는 일을 합니다. 역사 해석은 퍼즐 맞추기와 같은데, 퍼즐의 빈칸은 상상력으로 메워야 하고요. 저는 상상력으로 의미 있는 기사를 쓰기도 했어요.

예를 들어 청자는 고려의 대표적 자기이고, 백자는 조선의 대표적 자기예요. 그런데 서해 앞바다에서 청자는 발견되는데 백자가 나오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이 대목에서 상상력이 필요합니다. <삼국사기>와 <고려사>, <조선왕조실록>을 살펴보면 1000회 정도 외국의 침략을 당했어요. 그중 절반이 고려 말 왜구에 의한 것이고요. 고려는 원래 바다를 통해 쌀, 도자기 등 세금을 수송했지만, 왜구가 끊임없이 배를 약탈해왔고 조선시대가 되면서 조운(배로 물건을 실어 나름) 제도에 변화를 주면서 수송로를 육지로 바꾼 겁니다.

이렇듯 변화의 원인이 무엇일지 생각해본다면 역사라는 흥미로운 퍼즐을 맞춰나가는 데 재미를 느낄 수 있어요. 다양한 상상력으로 역사의 콘텐츠를 풍부하게 한다는 것이 문화재 전문기자의 매력이죠.

Q. <얼굴, 사람과 역사를 기록하다>는 여러 매체에서 우수 도서, 필독 도서로 선정되고, 개정증보판이 나오며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어요. 이 책을 통해 독자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초상화를 통해 대중에게 역사를 좀 더 친근하고 흥미롭게 설명하는 것이 책의 취지였어요. 역사 속 실제 인물이나 그 인물을 소재로 한 사건에 초상화가 덧붙여진다면 이야기에 훨씬 흡인력이 생깁니다. 실록에서 묘사된 인물, 실제 초상화를 나란히 두고 비교하는 것도 흥미로운 역사 읽기 방식이고요. 또 조선은 ‘초상화의 나라’였습니다. 공신들에게 영정을 제작해 하사했고, 웬만한 집안에서는 모두 조상을 그려 모셨죠. 왕실 화가가 그렸던 만큼 예술적 가치가 높고 수량도 매우 많아 비교적 빈약한 한국 회화의 공백을 메우기 충분해요. 잘 알려지지 않은 조선 초상화의 가치도 알리고 싶었습니다.

영조임금 어진.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영조임금 어진.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실록 속 영조는 절제력이 강하고 엄격한 성격의 임금으로 묘사된다. 반면 실제 어진 속 그는 예리한 분위기의 학자에 가깝다.

조석진·채용신, <영조임금 어진>(보물 제932호), 1900년, 110.5×61.8㎝, 비단에 채색, 국립고궁박물관

철종 어진.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철종 어진.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권력을 장악한 안동 김씨 세력이 허수아비 왕으로 추대했던 비운의 왕 철종. 불에 타 훼손됐지만 유일하게 군복을 입은 조선 임금의 초상화다. 인물의 사시를 그대로 표현해 사실감이 넘친다.

이한철·조중묵, <철종 어진>(보물 제1492호), 1861년, 202.3×107.2㎝, 비단에 채색, 국립고궁박물관

Q. 책에 수록된 초상화와 관련된 역사는 어떻게 연구하셨나요? 연구와 집필 방법이 궁금해요.

고화질의 초상화를 구하는 게 최대 관건이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새로운 초상화를 알게 되면 소장자를 만나 사진부터 확보하려고 노력했죠. 국립중앙박물관 도서관, 국회도서관, 국립중앙도서관 등 국가 도서관을 뒤지며 초상화를 찾아내기도 했고요. 인물에 관한 이야기도 가능한 한 알려지지 않은 것을 위주로 자료를 수집합니다. 이를 위해 <조선왕조실록>과 당대 고전을 섭렵하고 있어요. 원문이나 번역된 자료를 원문과 대조해 인용한답니다.

Q. 수록된 초상화 중 청소년 친구들에게 꼭 보여주고픈 것이 있다면요?

엄밀히 말하면 초상화가 아닌 명성황후 사진인데요. 명성황후는 뮤지컬 때문인지 망해가는 나라를 살리기 위해 목숨을 바친 ‘비련의 왕비’라는 이미지가 확고하죠. 하지만 당대 문헌인 황현의 <매천야록>을 보면 명성황후를 비판하는 글이 많아요. 이렇게 평가가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인물도 드뭅니다. 과연 명성황후는 어떤 사람이었을까요?

이 문제는 ‘쏟아지는 미디어와 정보 속, 어떤 정보를 선택할 것인가’와 연결돼요. 인터넷과 유튜브로 여과없이 퍼지는 잘못된 역사 정보가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듯, 명성황후의 사진을 보면서 역사의 진실을 어떻게 가려낼 수 있을지, 나만의 정보를 보는 눈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보세요.

사진 한미사진미술관
사진 한미사진미술관

<독립정신>에 실린 명성황후 사진의 원본 추정 사진. 19세기 말~20세기 초, 16.3×10.3㎝, 한 미사진미술관.

Q. 마지막으로 역사와 우리나라 문화재에 관심이 많은 친구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전라북도 익산에 가면 미륵사지에 가보기를 권합니다. 빈 들판에 우두커니 세워진 탑을 보면 감회가 남다를 겁니다. 경주 남산 용장사지탑도 좋아요. 절벽 위 홀로 우뚝 선 탑은 감동 그 자체죠.

뛰어난 예술품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훌륭한 영화나 뮤지컬 공연을 보면 완전히 몰입돼 눈물이 나듯, 문화재를 감상하는 것도 진한 여운이 남는답니다. 멀리 가지 못하더라도 서울 도심의 박물관이나 고궁에서 국보를 마주하고 시간을 들여 찬찬히 바라보세요. 여러분이 마주하는 문화재는 오랜 시간과 긴 세월을 이겨내고 그곳에 서 있는 것입니다. 그 시간을 버텨온 데 대한 애틋함과 대견함, 제대로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 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을 거예요. 모두가 우리 문화재와 역사를 아끼고 즐겨주기를 부탁합니다.

■ Who is he?

배한철 매일경제 문화재 전문기자

배한철 매일경제 문화재 전문기자
배한철 매일경제 문화재 전문기자

어릴 때부터 역사, 고대사가 좋았다. 역사 교과서를 끼고 살았고, 한국사 등 역사 과목은 거의 늘 만점. 신문사에 입사 후 2012년, 문화재 분야를 자원해 지금까지 역사 글쓰기를 이어오고 있다. 현재 ‘국보 중의 국보’를 엄선한 책을 집필 중이다. 첨성대 위 정자, 기황후를 위해 지은 경천사탑 등 흥미진진한 국보 이야기를 담을 예정이다.

글 전정아 • 사진 제공 매경출판

전정아 MODU매거진 기자 jeonga718@modu1318.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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