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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SPECIAL] 메마른 마음에 꽃을 피우는 원예심리상담사

등록 2020-04-29 16:52수정 2020-04-29 17:11

화려한 색의 꽃을 보고, 싱그러운 풀 향기를 맡고, 부드러운 식물의 잎맥을 만지고…. 자연의 일부인 사람은 이렇듯 푸른 자연에서 여유로움을 얻고 마음이 편해지곤 한다. 오늘은 자연과 가장 가까운 방식으로 지친 마음을 보듬는 직업, 원예심리상담사를 만나봤다.
꽃이야 나무야 제공
꽃이야 나무야 제공

식물과 꽃으로 어루만지는 마음의 상처

‘원예 활동’이란 식물을 기르거나 꽃을 장식하고, 생화나 조화를 활용해 작품을 만들고, 정원을 가꾸는 일이다. 이러한 원예 활동을 통해 몸과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는 것을 ‘원예 치료’라 한다. 원예 치료는 사람의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등을 모두 사용해 감각을 일깨우고, 식물을 돌보는 과정에서 자연과 친밀해지며 정서와 생각에 안정감을 주게 된다. 원예심리치료사는 생명체를 다루는 원예 활동의 특성을 활용해 대상자에게 적합한 심리 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사람이다. 자연과 멀어진 현대인을 위해 학교나 기관, 요양병원 등에 자연의 일부를 가져가 긴장과 스트레스, 분노가 쌓인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것이 목적이다. 또한 원예 활동과 함께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상대방과 소통하며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상담과 교육을 제공한다.

원예심리상담사가 되기 위한 국가 전문 자격증은 없으나 각 대학의 평생교육원과 관련 사설 기관 등에서 자격증 취득을 위한 전문가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수업에서는 원예 치료와 정신의학, 상담심리, 재활의학 지식, 식물의 종류와 장식 및 활용 기술, 재배 방법 등을 익히게 된다. 사설 자격증이기 때문에 교육 프로그램을 비교해보고 한국 직업능력개발원에 민간자격증으로 등록된 것인지 확인하면 도움이 된다. 또한 원예학과, 조경학과, 상담심리학과, 사회복지학과 등을 전공하고 원예 치료에 관해 심층적으로 연구하는 것도 좋다.

■ 원예심리상담사가 말하는 직업이야기

꽃이야 나무야 윤남주 대표
꽃이야 나무야 윤남주 대표

“내 마음이 먼저 밝고 긍정적이어야 해요”

원예 치료 전문교육기관 ‘꽃이야 나무야’ 윤남주 대표

대표님이 원예 치료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원예학과를 졸업했지만 처음부터 원예심리상담사가 되려고 했던 건 아니었어요. 당시에는 원예 치료가 주목을 받던 때가 아니기도 했고요. 그저 전공을 살리면서 꽃과 사람을 좋아하는 제 성격에 가장 맞을 것 같아 공부를 시작했던 거죠. 물론 전국 9개 지부를 설립하게 될 거라곤 생각도 못 했고요.(웃음) 하지만 수업 의뢰가 들어오면 그곳이 어디든 마다않고 찾아다녔어요. 1시간짜리 수업을 하러 왕복 4시간이 걸리는 강원도를 오가는 일도 많았죠. 무엇이든 빼지 않고 열심히 했던 자세가 성장의 밑거름이 됐네요.

15년 넘게 원예심리상담사로 일하면서 쌓아온 ‘상담 노하우’가 있을 것 같아요.

유아부터 초등학생, 청소년, 성인, 노인까지 만나는 대상자가 아주 다양해요. 대상자에 맞는 프로그램을 완벽히 짜가더라도 현장 상황에서 달라지는 점도 많죠. 그래서 저는 늘 ‘역지사지’를 강조해요. 상대방 입장이 돼 ‘내가 대상자라면 어떻게 생각할까’ 하고 고민하면 내가 해야 할 말, 그들이 진정 듣고 싶은 위로와 치유의 말이 떠오르거든요.

실제 정신질환자에게 원예 치료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나요?

그럼요. 신체장애, 정신장애를 가진 환자와 원예 치료를 할 때는 사용하는 어휘도 고르고 골라야 해요. 날카로운 날붙이 같은 준비물도 사용하지 않는 게 좋죠. 환자의 컨디션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거나, 돌발 행동을 하기도 하니까요. 우리는 의료인이 아니기 때문에 질환의 근본적인 원인을 치료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매회 치료 성과를 보이는 경우도 있답니다.

모든 수업에서 성취감, 사명감을 느끼시겠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꼽는다면요?

경기도 산본의 한 남고생이 기억에 남는데요. 이 친구가 1교시부터 4교시까지 수업은 빼먹어도 원예심리상담 시간인 5~6교시에는 꼭 참석하더라고요.(웃음) 사실 기존 수업이 학업에 도움이 되고 더 중요한 시간일 텐데, 아마 저와 함께 식물을 만지면서 관심과 칭찬을 받고 인정받는 시간이 좋았던 모양이에요.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원예수업도 아주 매력적이에요. 저보다 인생 경험도 풍부하고 지혜로운 분들이 수업할 때만큼은 순진하고 어린아이처럼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덩달아 행복해지거든요. 또 어르신들과 마음을 툭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어 또 다른 세상을 배우게 되기도 하죠.

마지막으로 원예 치료와 이 직업에 관심이 생겼다면 해 볼 만한 활동을 추천해주세요.

원예심리상담사가 되고 싶다면 먼저 자신의 마음이 긍정적이어야 풍요로운 마음밭에서 남들에게 긍정과 행복을 나눠줄 수 있답니다. 또 대상자의 마음을 보듬어줄 수 있는 이해심, 공감 능력, 풍부한 어휘력도 필요하죠. 원예 활동과 실제 원예 테라피가 어떻게 다른지 직접 수업을 받아보고 감을 잡을 수 있는 활동을 신청해서 꼭 체험해 보길 바라요.

■ 원예심리상담사의 상담 노트

“지금, 숲과 자연이 찾아갑니다”

꽃꽂이를 하고, 식물의 분갈이(화분에 심은 풀이나 나무 따위를 다른 화분에 옮겨 심는 것)를 하거나 리스, 디퓨저, 액자 등 작품을 만드는 ‘원예 활동’에 대상자의 마음을 깊이 들여다보고 치료적인 개입을 하는 것이 ‘원예 테라피’야.

생화와 식물, 조화, 비누꽃 등 원예 활동 준비물. 특수학급이나 경증 치매 환자 대상 수업에서는 목공풀이나 칼을 사용하는 대신 더 안전한 물품으로 바꿔야 해.

꽃이야 나무야 제공
꽃이야 나무야 제공

‘꽃이야 나무야’ 대표 프로그램

정원 꾸미기 수업

모형 집의 정원에 꽃을 심고 꾸미는 ‘정원 꾸미기 수업’은 유아부터 어르신까지 모두 할 수 있어. 이때 가족 구성원 수만큼 미니어처 인형을 제공해 정원 안의 원하는 곳에 배치하게 하는데, 자연스레 ‘나의 가족’에 대한 스토리를 만들어 심리 상태를 이야기하게 되지. 간혹 미니어처 인형을 붉게 칠하거나 땅에 쑤셔 박는 행동으로 마음속 상처를 표현하기도 해.

꽃이야 나무야 제공
꽃이야 나무야 제공

원예 수업에서는 경쟁하지 말 것!

청소년 대상 원예 수업

요즘 청소년들은 혜택을 많이 받고 자란 것처럼 보이지만, 칭찬과 관심에 굶주린 친구도 많아. 이 수업에서는 대상자 모두에게 관심을 쏟고, 한 명 한 명과 소통하며 공감하는 게 중요하지. 서로 경쟁 구도를 만들지 않고, 모두를 인정하며 친구들의 자존감을 높이는 게 수업의 키 포인트.

꽃이야 나무야 제공
꽃이야 나무야 제공

가장 칭찬받아야 할 존재, ‘나’

암 회복 환자 대상 원예 수업

암에서 회복한 환자를 대상으로 보건소에서 진행한 원예 수업이야. 힘든 투병 기간을 겪고 건강해진 나 자신을 칭찬하고, 내 자신에게 어떤 상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해보고 적어보는 시간을 가졌어. 직접 정성껏 다듬어 만발한 꽃 화분은 그런 나에게 주는 예쁜 선물!

글 전정아 • 사진 오계옥, 꽃이야나무야

전정아 MODU매거진 기자 jeonga718@modu1318.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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