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모의평가 시험을 보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보통 수험생에게 5월은 누적된 학습 피로를 해소하고, 공부 습관을 다시금 조율해 신발 끈을 동여매는 시점이었다. 한데 올해는 오히려 학습에서의 긴장감을 정상 궤도로 끌어올리고, 어떤 시간 낭비도 없이 주어진 입시 일정들을 차근차근히 해나가야 하는 ‘본격 대입’의 시점이어야 한다. 엔(n)수생에 비해 ‘현역’인 고3 수험생이 여러모로 불리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현재 고3은 등교 개학 전에 전략을 잘 세워야 한다. 입시 전문가들은 “6월에는 첫 모의평가(모평)가 있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며 “고1·2 때 내신이 2등급 안쪽이었던 학생은 중간고사에 조금 더 집중하고, 중하위권 학생은 모평에 방점 찍고 공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6월 모평은 재수생들이 합류해 수험생이 자신의 위치를 더욱 객관적으로 살필 수 있는 ‘미니 수능’이다. 온라인 개학으로 해이해진 마음을 다잡고 ‘진짜 수능’에 임한다는 마음으로 대비해보자.
5월이 터닝포인트 될 수 있다
개학 연기로 인한 학사일정 조정으로 대부분의 학교가 5월 말~6월 초에 중간고사를 치를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는 등교 시기가 밀린 터라 5월 동안 중간고사 대비 내신 학습과 6월 모평 대비 수능 학습을 동시에 꾸려나가야 한다. 여기에 틈틈이 교내 활동까지 해야 함을 고려하면, 수험생에게 5월은 단 하루도 헛되게 보낼 수 없는 중요한 달이다.
대입 전략의 밑그림을 어떻게 그리고 있느냐에 따라 내신 또는 교내 활동, 수능 대비 간의 중요도는 저마다 다를 수 있다. 탐구 등에서 1학기 내신 교과목과 수능 선택과목이 일치하는 학생이라면 내신과 수능 간의 구분을 두지 않고 좀 더 포괄적으로 학습계획 수립이 가능하지만, 내신과 수능의 탐구 과목이 다른 학생이라면 더욱 전략적으로 학습계획을 짜야 한다.
낯선 주제 다룬 비문학 지문을 공략하자
고3 교실에서는 ‘수학만큼 어려운 게 국어’라는 말이 나온다. 상위권 학생들도 국어 비문학 지문 내용 파악에 시간을 꽤 빼앗기기 때문이다. 입시 전문가들은 매일 시간을 정해두고 비문학 지문을 3∼5개씩 읽은 뒤 수첩에 간략히 정리해볼 것을 권한다. 인공지능, 생명공학, 유전과 진화, 천체와 물리 등 생소한 주제가 나오면 그야말로 아이들 머릿속이 백지가 되기 때문에, 평소 이런 영역을 다룬 신문 기사 등을 읽어보면 기본 개념 정리에 도움이 된다.
서울 마포구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최인서 학생은 수험생이 된 뒤 매일 국어 비문학 지문을 3개씩 풀고 정리한다. 온라인 개학 및 원격 수업으로 자칫 떨어질 수 있는 ‘감’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최양은 “국어 영역 난도가 높아지는 추세라 주변 친구들도 국어에 집중하는 편”이라며 “안 그래도 시간이 부족한 영역인데 생소한 과학기술·철학 등 비문학 지문이 나오면 당황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학교에 안 가니까 더 불안하더라고요. 그래서 첫 평가원 모의고사인 6월 모평까지는 매일 꾸준히 비문학 지문 3개씩을 완벽 정리할 생각입니다.”
상위권은 변별력을 갖춘 고난도 문항 및 지문에 집중해야 한다. 중·하위권 학생들은 문학 분야에서 자료 해석 및 작품 분석, 관련 작품을 비교·감상하는 유형에 약점을 자주 보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비해야 한다. 특히 국어 영역은 고난도 문항 유형이 특별히 정형화되어 있지 않지만, 문항별 정답률로 분석해보면 대체로 문법 문항 정답률이 낮은 편이다. 평소 문법 지식을 탄탄하게 갖춰 놓아야 어려운 문항이 나오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해결할 수 있다.
시사 이슈와 연계된 표 분석이 핵심
최근 수능 사회탐구(사탐)에는 시사 이슈와 표 분석을 연계하는 문항이 자주 나온다. 사회과 개념을 단순 암기하거나 역사 연표를 외우는 것만으로는 고득점을 받기 어렵다는 말이다.
입시 전문가들은 ‘사탐은 끝까지 놓지 말아야 할 영역’이라고 입을 모은다. 6월 모평 전까지 교과 주요 핵심 개념을 1회독 이상 해보기를 권한다. 문제 풀이의 기본은 개념 정리이기 때문이다. 국·영·수 등 주요 과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투자할 시간이 적은 영역인 만큼 한번 볼 때 제대로 본다는 생각으로 정리해두는 것이 좋다.
특히 사탐은 한 문제를 맞히느냐 놓치느냐에 따라 1, 2등급이 오르내린다. 상위권 학생의 경우 국·영·수에만 집중하다가 사탐, 한국사에서 최저 등급을 못 맞춰 최종 합격을 못 하는 등 고배를 마시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국·영·수에서 거뜬하게 1∼2등급을 받았는데, 한국사 5등급에 걸리는 것이다.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모의평가 시험을 보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영어 ‘89점’ 받고 울지 말자
영어 영역이 절대평가로 전환되면서 ‘90점만 넘으면 1등급’이라는 생각으로 소홀히 하는 수험생도 많다. 하지만 손쉽게 1등급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 학습량을 대폭 줄이면 실전 감각은 단연 떨어진다. 평상시 90점 초반 점수를 받는 학생이라면 모평이나 수능에서 89점이 찍힌 2등급 성적표를 ‘각오’해야 할 수도 있다.
영어에서 대표적인 고난도 문항인 빈칸 추론의 경우, 선택지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 빈칸에 들어갈 내용을 유추하며 훈련해보길 추천한다. 듣기와 어휘는 매일 일정한 양과 시간을 정해 꾸준히 학습해야 하고, 구문 이해 능력을 향상하려면 이해가 안 되는 문장이 나올 때마다 해당 문장들을 노트에 따로 적어둬야 한다. 문장구조를 파악하는 과정을 정리한 뒤 반복적으로 해석해보는 연습을 하면 빠른 독해와 탄탄한 어휘 감각은 자연히 따라온다.
특히 빈칸 추론, 독해 등 자신의 약점을 뚜렷하게 파악한 수험생들은 해당 유형을 반복적으로 풀어봐야 한다. 문제 유형뿐 아니라 단어의 경우도, ‘내가 고3인데 아직까지 이 단어를 몰랐다니’라는 식으로 부끄러워하면서 뜻을 확인하지 않으면 나중에 반드시 더 큰 약점이 된다. 6월 모평을 5주 앞둔 상황에서 명심해야 할 것은 ‘지금부터 제대로 해보자’라는 생각이다. 모평 준비 기간인 지금과 그 뒤 결과를 전략적으로 분석하는 게 수험생활의 핵심이라는 말이다.
따로 또 같이 준비해야 할 것은?
실질적인 개학이 상당히 늦어졌으므로 6월 모평과 함께 수시 지원 준비도 서둘러야 한다. 입시 전문가들은 “5월에는 수시 지원 준비를 위해 희망 대학, 학과, 전형 유형을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동시에 지원 자격, 전형 요소, 최저학력기준 등을 알아야 한다. 5월에 발표하는 대학별 모집요강 분석은 기본이다.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지원자라면 없는 시간을 쪼개서라도 서류 준비를 하자.
자기소개서, 추천서, 기타(동료 평가서, 자기 평가서, 수행 평가 결과물, 소감문, 독후감) 등을 미리 챙겨야 한다. 기타 자료의 경우 학생부 작성을 위해 담임교사에게 제출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과제 결과물이 원격 수업 기간에 이뤄진 것이라면 담임교사의 판단 아래 사실 확인을 한 뒤 학생부에 기록할 수 있다. 대학에서 발간한 학종 가이드북이나 전공 안내 책자 확인도 반드시 해야 하고, 온라인으로 진행될 대학 설명회 역시 꼭 챙겨보는 게 좋다.
학종을 준비하는 경우 담임교사와 제대로 ‘팀플레이’를 하자. 지금 고3 학생부는 교과 연계 활동 기록이 대체로 지난해보다 부실할 수 있다는 점, 졸업생 학생부와 질적인 면에서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자. 한데 각 대학은 이런 상황을 충분히 알고 있다. 따라서 2학년까지의 학생부 교과 연계 활동이 주목받을 가능성이 크고, 이를 근거로 고3 학생부를 유추 평가할 가능성이 있다. 교육부 지침에 의하면 교사가 원격 수업 중에 학생의 학습 과정과 결과를 관찰·확인해 이를 토대로 평가하거나 학생부에 기재하게 돼 있다. 학생부의 기재 사항을 만회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정성평가보다는 정량평가 쪽으로 흐를 가능성도 있는데다가, 올해부터 학생부 블라인드 평가가 이뤄지므로 자기소개서의 중요도가 올라갈 수도 있다는 점을 알아두자.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도움말: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 에스티유니타스 교육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