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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SPECIAL] 옛것으로 잇는 우리의 역사, 국립중앙도서관 학예연구사

등록 2020-06-04 15:20

2016년 9월 신설된 국립중앙도서관 고문헌과는 <동의보감> 등 국보와 보물을 포함한 국립중앙도서관 소장 고문헌을 관리하며 이용자가 국내외 소장 고문헌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부서다. 고문헌을 수집, 보존하며 이용까지 도맡는 연구직 공무원, 국립중앙도서관 고문헌과 학예연구사를 만났다.
국립중앙도서관 고문헌과 학예연구사 안혜경. 사진 손홍주
국립중앙도서관 고문헌과 학예연구사 안혜경. 사진 손홍주

“지나온 역사를 직접 느끼는 모든 경험이 중요해”

국립중앙도서관 고문헌과 학예연구사 안혜경

Q.‘고문헌’의 정확한 정의가 무엇인가?

‘고문헌’은 넓게 말해 고서, 고문서, 고지도 등이다. 우리나라 고문헌은 1910년 이전, 손으로 직접 쓰거나 간행한 자료로 규정했다. 일제강점기 시대의 고문헌은 중요한 자료지만 연구가 많이 되지 않은 ‘블루 오션’이다. 국립중앙도서관 고문헌과는 전국의 고서 321만여 책, 고문서 107만여 점, 해외 유출 고문헌 10만여 점 등을 발굴 및 조사해서 관리하는 곳으로, 현재 7명의 학예연구사와 학예연구관 1명, 사서직 과장 1명으로 구성됐다.

Q. 다른 사서와 고문헌과 학예연구사의 업무 차이점도 있을까?

일반 자료는 수집 및 정리, 보존 등 각 부서의 사서가 맡지만 고문헌과는 다루는 자료의 특수성 때문에 고문헌과 학예연구사가 수집부터 이용자 응대까지 도맡는다. 소장 자료의 내용을 간단하게 소개하는 ‘해제’ 업무와 한자 등으로 쓰인 책을 한국어로 번역한 ‘국역서’ 발간, 고지도 지명 연구도 우리의 몫이다. 고문헌실이라는 자료실에서 이용자의 열람도 돕는다. 이 외에도 국내외 고문헌 발굴조사와 출장을 자주 다니는 편이다. 조사 중 발견한 희귀자료는 학회지를 통해 논문으로 발표하거나 조사보고서를 발간한다. 한국서지학회, 동아시아책문화연구학회, 한국고문서학회 등과 공동으로 학술대회도 개최하고 있다.

Q.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많은 이용자가 직접 방문하는 것보다 비대면을 선호하는 추세다. 이에 맞춰 고문헌과의 다음 행보도 궁금하다.

디지털 서비스를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금도 ‘한국고전적종합목록시스템(www.nl.go.kr/korcis)’을 통해 일부 고문헌의 원문을 집에서 확인할 수 있지만, 접근과 검색을 더 쉽게 만드는 것이 목표다.

현재는 고서를 이미지 형식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어떤 한자인지 텍스트로 검색할 수 있도록 만들 예정이다. 번역 면에서도 흘려 쓴 한자를 정자로 바꾸고, 우리말로 번역하도록 인공지능 서비스도 계획 중이다.

Q. 국가 대표 도서관에서 학예연구사로 일하려면 대단한 ‘스펙’이 필요하지 않나?

크게 세 가지 길이 있다. 문헌정보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서지학을 연구한 뒤 들어오거나 지리학이나 한문학, 철학 등을 전공한 뒤 문헌정보학이나 서지학을 별도로 공부해 들어오는 경우, 고서 관련 도서관에서 일을 해본 뒤 실무 경력으로 입사하는 경우도 있다. 나는 문헌정보학을 공부한 뒤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에서 일한 경력으로 채용됐다. 일반 국립중앙도서관 사서라면 공무원 필기시험이 필수지만, 고문헌과 학예연구사는 대학원 졸업 또는 경력을 주로 보는 편이라 어쩌면 길은 더 넓다고 볼 수 있다. 물론 특별채용 과정으로 분류돼 목록, 한문 번역 등 주관식 필기시험과 면접을 거친다.

일반도서와 달리 대부분 고문헌은 경사자집(經史子集) 사부 분류로 구분하기 때문에 별도의 분류, 목록 지식은 필요한 편이다. 해외 소장 고문헌을 조사할 때 외국 기관과 의사소통할 수 있도록 영어와 중국어 등의 외국어 능력을 갖추는 게 좋다.

Q. 12년간의 업무 경험으로 얻은 ‘직업병’도 있을 것 같은데.

호흡기, 피부질환처럼 ‘진짜 병’과 ‘습관’으로 나눌 수 있겠다.(웃음) 짧게는 100년, 길게는 500년 이상 된 고문헌에서 나오는 먼지, 벌레, 옛 사람들의 머리카락까지 조우하다 보면 기침과 재채기, 눈물을 흘리는 일도 많다. 추사 김정희의 ‘문자향 서권기(문자의 향기와 서책에서 나오는 기운)’라는 말처럼 고문헌이 지니는 기운에 압도되기도 한다.

또 오래된 책과 종이를 보면 꼭 만져보고, 어느 시대 종이인지 감정하는 습관이 생겼다. 예를 들어 중국 종이는 얇고 바스러지는 재질이지만 한지는 질이 참 좋아 만지는 것만으로도 구분할 수 있다.

Q. 국립중앙도서관 고문헌과에서 일하기를 꿈꾼다면 어떤 활동을 해보는 게 좋을까?

인문학 분야의 책을 많이 읽어보고, 문화유산 탐방, 서당 체험, 템플 스테이 등 옛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모든 공간을 경험하길 추천한다. 한자와 한문도 어느 정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사서(四書, 논어, 맹자, 대학, 중용)’ 정도는 익히기를 바란다. 원문과 번역문을 대조하며 공부하면 실력이 늘 거다. 고서의 서문과 발문은 누가 썼는지, 대략적인 내용을 파악해야 해제 업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립중앙도서관 고문헌과는 서서히 인력을 늘릴 계획이며, 각 지역별 박물관, 미술관 등에서도 학예연구사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진출 분야는 넓은 편이다. 전망이 좋은 만큼 문학, 역사, 철학 등에 관심이 많은 ‘스페셜리스트(Specialist)’ 친구들이 학예연구사의 길을 걷길 바란다.

■ 수집부터 이용까지, 국립중앙도서관 고문헌과 학예연구사의 업무 일지

1. 수집과 원본 확인

사진 국립중앙도서관 제공
사진 국립중앙도서관 제공

고문헌 구입에 한창인 고문헌과. 예산에 맞춰 구입 목표를 세우고, 신청자가 접수를 하면 실물을 받아 감정평가를 한다. 감정평가는 서지학 관련 전문가에게 맡긴다. 또한 개인, 단체, 문중이 소장한 고문헌을 기증하기도 한다.

고문헌을 만질 때 장갑과 토시, 마스크는 기본! 브러시로 먼지를 쓸어내기도 한다.

2. 고문헌 등록

사진 손홍주
사진 손홍주

수집이 완료된 문헌은 일단 소독한 뒤 정리실에서 등록 과정을 거친다. 국립중앙도서관 소속이라는 도장을 찍은 뒤에는 어느 시대, 누가 쓴 책인지 판별한다. 책 크기, 테두리 크기 등 상세 치수와 몇 행, 몇 자인지 확인하는 형태사항도 이 과정에서 분류하고 정리한다.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양의 연표를 알아보는 <동양연표>와 크기를 잴 줄자는 고문헌과 학예연구사의 ‘필수템’. 도장을 찍는 데 쓰는 고서용 인주는 지속성도 좋다.

3. 디지털라이징 작업

한국고전적종합목록시스템 갈무리
한국고전적종합목록시스템 갈무리

많은 이용자가 자유롭게 확인할 수 있도록 자료를 디지털화하는 작업이다. 고문헌과에서 운영하는 한국고전적종합목록시스템에 원문 이미지로 등록하며, 대부분의 고문헌이 저작권이 만료돼 집에서도 무료로 볼 수 있다.

4. 전시 기획

사진 손홍주
사진 손홍주

학예연구사 업무의 꽃! 이용자에게 감동을 주고, 한 뼘 더 다가가기 위한 전시 기획이다. 주제 에 맞는 고문헌을 모아 선정해서 번역하고, 고서를 똑같이 복제한 ‘영인본’을 만들어 체험할 수 있게 돕는다. 예를 들어 ‘조선시대 의 전염병’에 대한 전시 주제를 세우면 그에 맞는 의학서 고문헌을 소개하는 식이다.

글 전정아 ‧ 사진 손홍주, 국립중앙도서관

전정아 MODU매거진 기자 jeonga718@modu1318.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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