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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모두의 아트] 너무나 흔해진, 보통의 거짓말

등록 2020-06-04 15:26수정 2020-06-04 15:28

혼날 만한 ‘나쁜 일’에서 영리한 사교술이 된 거짓말. 23명의 작가와 함께 색다른 거짓말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Part 0. 뱀이 나를 꾀므로 내가 먹었나이다

안나 페티나(Anna Petina)_Виноградный шик(포도), 2019.
안나 페티나(Anna Petina)_Виноградный шик(포도), 2019.

진실 혹은 거짓

얼핏 보면 중세 시대의 평범한 정물화지만, 사실 이 작품은 실제 포도와 병을 두고 촬영한 ‘실사’다. 중세 미술사는 실재 세계를 재현하는 것이 목적이었고, 이는 사진이라는 매체가 발명되며 역할이 대체됐다. 러시아의 사진작가 안나 페티나는 이를 거꾸로 정물화를 사진으로 재현한 것. 진짜와 가짜의 경계가 허물어진 오늘날, 우리가 보는 것이 과연 진실인지 고민하게 만드는 작품.

Part 2. 그리고 모두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채정완, 사랑과 폭력, 2018.
채정완, 사랑과 폭력, 2018.

사랑하니까 그러는 거야, 내 맘 알지?

피 묻은 손으로 그린 하트? 정반대의 개념인 사랑과 폭력이 하나로 묶인 것, 바로 ‘데이트 폭력’이라는 범죄다. 사회에 대한 불만을 시각화하는 작가 채정완은 불편과 불만을 공유하고 공감하며 사회적 이슈로 만드는 토대를 구축했다. 작품을 보는 이 각자가 사회 문제의 해결책을 고민할 수 있기를 바랐다.

Part 3.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장연호, 마지막 밤, 2015.
장연호, 마지막 밤, 2015.

가만히 있으라

‘가만히 있으라’는 말에 가만히 있었던 희생자들과 죽음의 순간까지 기다려야 했던 차갑고 무서운 거짓말. 독일에서 미디어 아티스트로 활동 중인 장연호가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한 애도를 담아 표현한 영상 작품이다.

■ MINI INTERVIEW

“거짓말이 나쁜 것이라는 명제를 새삼스럽게 생각해봤으면”

서울미술관 류임상 학예연구실장

Q. <보통의 거짓말>의 기획 의도가 궁금하다.

예전엔 거짓말을 그저 ‘나쁜 것’, ‘하면 안 되는 것’으로 치부하곤 했지만 어른이 되고 나니 거짓말은 하나의 처세술이 됐더라. 안 하면 바보인 것처럼. 오히려 거짓말을 조금 섞는 것이 요령인 것처럼. 그래서 거짓말의 근원부터 나에게 하는 거짓말,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하는 거짓말, 그리고 사회가 나에게 하는 거짓말까지 예술작품으로 다뤄보며 거짓말, 거짓말의 가치에 대해 환기해보고자 했다.

Q. 전시기획자로서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점은 무엇일까?

서울미술관은 늘 대중과 교감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고, 꾸준히 노력해왔다. 단순히 ‘예쁜’ 소재를 활용하는 대신 피부에 와 닿는 주제를 선정해 공감을 얻는 것이 포인트다. 초기에는 소위 ‘인스타형 전시’에 질린 사람들을 위해 기획했고, 너무 어렵지 않으면서 관객이 자연스럽게 작품과 상호 교감할 수 있도록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한 전시를 만들고자 했다.

그렇게 ‘거짓말’이라는 주제를 찾았다. 거짓말하지 않고 사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그간 미술계에서도 거짓말을 소재로 다룬 작품은 많지만 자아와 사회에 집중한 주제가 많았다. 그래서 거짓말에 대한 기본부터 나, 타인, 사회로 점차 상승되는 전시 구성을 기획해 부담스럽지 않게 다가가려 했다.

Q. 전시를 다 둘러본 뒤 이어지는 섹션인 <세상의 끝과 부재 중 통화>도 기억에 남는다.

이도 의도적으로 배치한 구성, 동선 중 하나다. <세상의 끝과 부재 중 통화>는 하고 싶었지만 차마 하지 못했던 말을 녹음하면 작가가 수신된 목소리를 모아 사막과 정글 등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곳에 틀어 놓아주는 시스템이다.

<보통의 거짓말>을 시나리오에 따라 관람한 뒤 거짓말에 대한 생각과 감정을 지닌 채로 마음속 깊은 곳에 담아둔 진심을 털어놓을 수 있는 플랫폼을 만나면 감회가 남다를 거라 여겼다.

사진 제공 서울미술관
사진 제공 서울미술관

Q. 서울미술관만의 전시 감상 방법이 있다고 하던데.

서울미술관 공식 유튜브 채널을 활용해 작품 해설을 들을 수 있도록 도왔다. 전형적인 오디오 가이드는 디바이스가 부담스럽고, 도록을 읊는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좀 더 친숙한 매체인 유튜브 채널에 대화하듯 작품을 들려주는 영상을 올렸더니 많은 관람객이 손쉽게 활용하더라. 

Q. 전시를 기획하면서 가장 애정이 가는 작품이 있었다면?

장연호 작가의 <마지막 밤>이다. 처음에는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을 설치했었는데, 아무리 봐도 뭔가 찜찜하더라. 그러다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작품인 <마지막 밤>이 마음에 와 닿았다. 희생자 수를 더욱 늘렸던 ‘가만히 있으라’는 말이 가장 참혹한 거짓말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전시 오픈 3일 전 작품을 바꿨다. 커튼을 걷고 들어가 볼 수 있는 영상 작품인데, 커튼도 선박처럼 걸어봤다. 

Q. <보통의 거짓말>을 관람한 사람이 꼭 느꼈으면 하는 감상도 있을까?

나는 기본적으로 가르치려 하지 않는 사람이다. 너무 교육적인 전시도 지양한다. 예를 들어 <기생충>, <설국열차> 등 봉준호 감독의 영화들이 계급에 대한 이야기를 담지만 관객이 그런 무거운 주제를 기대하고 가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이처럼 가볍고 재미있게 즐기면서도 생각할 거리를 던지고 싶었다.물론 ‘거짓말=나쁜 것’이라는 것은 새삼스럽게 생각해봤으면 한다. 전시장 내 붉은 램프 밑 문구를 유심히 보길 바란다. 

전시 정보

기간
6월 21일(일)까지

장소
석파정서울미술관

시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월요일 휴관)

관람료 성인 1만1000원, 청소년 7000원

글 전정아 ‧ 사진 제공 서울미술관

전정아 MODU매거진 jeonga718@modu1318.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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