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고2부터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새로운 수능 체제를 적용한다. 핵심은 정시 위주와 학생부 교과전형을 확대하면서 선택과목 등의 내신 중요도가 더욱 높아진다는 것. 코로나19 관련 온라인 개학 계획이 발표된 지난 3월31일 서울의 한 고등학생이 집에서 인터넷 강의를 보며 자율학습을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한창 학교생활기록부를 채워야 할 시기인데 코로나19 때문에 아무것도 못 했잖아요. 게다가 우리 학년부터 수능 체제가 달라지는데 선택과목은 어떤 걸 골라야 할지 감이 안 잡혀요.”
서울 금옥여고에 다니는 2학년 김아무개 학생의 말이다. 전례 없는 ‘코로나 입시 정국’에서 고3을 위한 구제책이 속속 발표되는 가운데 고1~2학년 등 예비 수험생과 학부모, 입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당장 고1, 2를 위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 고2가 입시를 치르는 2022학년도부터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전면 적용되면서 수능 체제가 바뀌어 혼란이 더욱 크다는 설명이다.
‘공통+선택’ 구조 바뀐 국어·수학
현 고2가 수능을 치르는 2022학년도 대입의 가장 큰 변화는 정시 확대 및 학생부 교과전형 모집 인원 증가다. 내신과 수능 성적의 중요도가 커진다는 이야기다. 고교 교육과정에서 선택과목을 좀 더 신중히 고를 필요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2022학년도 수능부터는 국어와 수학 영역에 공통과목+선택과목 구조가 도입된다. 탐구 영역에서는 문·이과 계열 구분이 사라진다.(
표 참고) 국어는 <독서>와 <문학>을 공통과목으로 하면서, <화법과 작문> <언어와 매체> 중 한 과목을 선택해야 한다. 수학의 경우 <수학1> <수학2>는 공통 영역이고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 가운데 한 과목을 골라야 한다.
탐구 영역에서 현 고3 인문 계열은 사회탐구 두 과목, 자연 계열은 과학탐구 두 과목을 선택해 시험을 치렀지만, 현 고2가 보는 수능부터는 계열 구분 없이 사탐 한 과목+과탐 한 과목 형식으로도 응시할 수 있다. 선택의 폭이 다양해진 만큼 ‘점수 딸 수 있는 과목’에 대한 관심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수학의 경우 인문 계열 쪽 학생들은 학습 부담이 덜한 <확률과 통계>를, 자연 계열은 서울 상위권 대학에서 비중을 두는 <미적분>을 선택하는 학생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현 수능 체제에서 수학 점수가 안 나오는 경우 가형에서 나형으로 갈아탔을 때의 장점이 분명했지만, 2022학년도 수능에서는 <수학1>과 <수학2>가 공통과목인 만큼 그런 이점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진로·진학 담당교사 등 입시 전문가들은 “현 고2가 치르는 2022학년도 수능에서 <확률과 통계> <기하> <미적분> 등 선택과목의 어려운 정도를 예측하기 어려워졌다”며 “다만 자연 계열에서 공간 지각력이 높은 학생이라면 <미적분>이 아니라 <기하>를 공부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자연 계열에서 등급 경쟁 심할 듯
주요 대학들이 공개한 2022학년도 수능 선택과목을 톺아보면, 자연 계열 쪽 학생들의 고민이 커 보인다. 주요 대학들의 자연 계열 학과는 수학에서 <미적분>과 <기하> 중에서 한 과목, 탐구는 과학 과목 중 두개를 선택하게끔 되어 있다. 수학의 경우 <미적분>이나 <기하>를 선택하는 학생 수가 많지 않은 만큼, 치열한 등급 확보 경쟁이 예상된다.
지금으로서는 <미적분>으로 몰릴 가능성이 크다. 공통과목인 <수학2>에서 미적분을 배우게 돼 학생들이 <기하>보다 <미적분>을 먼저 접하기 때문이다. 올해 대입을 치르는 고3 범위에 <기하>가 빠져 있어 엔(n)수생도 <미적분>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탐구 과목은 기존 수능에 비해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회탐구와 과학탐구 17개 과목 가운데 문·이과 구분 없이 2개 과목을 선택할 수는 있지만, 주요 대학들이 자연 계열 학생들의 지원 자격으로 ‘과탐 2과목 응시’를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중·하위권 대학들의 경우 사회탐구 응시자도 자연 계열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들 대학을 고려하는 예비 수험생들의 선택지는 넓어졌다. 사회탐구에서는 <사회·문화> <생활과 윤리>, 과학탐구는 <생명과학1> <지구과학1>을 많이 선택할 것으로 보이며, 등급 확보가 어려운 과학2 선택 학생은 소수일 것으로 예측한다.
서울의 한 대형서점 수능 코너에 마련된 <교육방송> 교재. 김지윤 기자
진로선택과목 이수해야 하나?
개설된 선택과목(일반선택/진로선택) 중에서는 진로선택과목을 반드시 3개 이상 이수해야 한다. 진로선택과목에는 △고전 읽기 △경제 수학 △영미 문화 읽기 △사회문제 탐구 △융합과학 등의 과목 외에도 대학이 이공계열 진학자에게 이수를 권장하는 △기하 △물리·생명과학·지구과학·화학2 과목도 포함된다. 일반 과목과 달리 진로선택과목의 성적 평가는 석차 9등급제가 아닌 절대평가에 따른 성취도(A-B-C)로 산출한다. 다만 종합적인 판단이 가능하도록 원점수, 평균, 이수자 수, 성취 수준별 학생 비율이 함께 기재된다.
결론부터 내자면 학생부 교과전형(이하 교과전형)에서는 대학의 절반 가까이가 진로선택과목을 반영하지 않는다. 학생부 종합전형의 경우 정성평가이기 때문에 진로선택과목을 포함한 전 과목을 반영하지만, 교과전형의 경우 새로운 성적 산출 방법의 어려움 때문에 진로선택과목을 반영하는 대학과 그렇지 않은 대학으로 나뉘었다. 현재까지 공개된 대학의 진로선택과목 반영 방식을 보면 성취도(A-B-C)에 점수를 부여하여 활용하는 방안과 원점수와 평균, 성취 비율 등을 활용해 대학이 자체 공식을 만들어서 활용하는 방법으로 크게 나누어볼 수 있다.
입시 현장에서는 진로선택과목을 처음부터 배제하기보다는 일부 과목이라도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한데 교과전형을 실시하는 수도권 주요 30개 대학의 전형 계획을 분석해보면, 교과전형에서 진로선택과목을 반영하지 않는 대학이 절반 가까이 된다.
진로선택과목의 성적 반영 방법과 관련해 또 한가지 주목할 점은 수시전형에 적용되는 학년별 반영 비율이다. 학생부 교과전형 및 논술전형처럼 학생부 교과 성적을 정량평가하는 경우 학년별 반영 비율을 차등 적용하는 대학과 그렇지 않은 대학으로 나뉜다.
과거에는 1학년 20%, 2학년 30%, 3학년 50%와 같이 학년별로 반영 비율을 차등 적용하는 방식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반영 비율은 상대적으로 고3 과정의 교과 성적에 높은 가중치를 부여하고 1학년의 경우에는 낮은 가중치를 부여한다. 한데 대학이 예고한 수시전형의 학생부 반영 방식을 살펴보면 성신여대, 아주대 등 일부 대학을 제외하고 상당수 대학이 학년별 반영 비율을 차등 적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대학이 교과 성적을 반영하는 전체 학기를 동일 비율로 적용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1학년은 모든 학생이 공통과목과 일부 선택과목을 이수하고 2학년 때는 일반선택과목 위주, 3학년에는 일반선택과목과 진로선택과목을 이수하는 흐름이다. 고교 3학년의 경우 절대평가에 따른 성취도만 나오고 등급은 나오지 않는 진로선택과목의 이수 비중이 높은데, 과거처럼 3학년 성적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평가원 누리집에 수능 예시 문항 공개
한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은 최근 현재 고교 2학년이 치를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예시 문항 문제지를 평가원 수능 누리집(www.suneung.re.kr)에 공개했다.
해당 문제지는 지난 5월 평가원이 누리집을 통해 공개한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예시 문항 안내’ 자료에 실렸던 예시 문항으로, 학교 등 교육현장의 요구를 수렴해 예시 문항만을 문제지 형식으로 편집한 별도 파일이다.
이번에 평가원이 공개한 예시 문항 문제지 파일은 평가원 수능 누리집의 ‘자료마당-기출문제(수능 모의평가)’ 메뉴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도움말: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 유성룡 에스티유니타스 교육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