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법인 전 명예이사장과 전 이사장의 공금 횡령 등 회계 비리가 드러난 서울 휘문고등학교가 내년부터 자율형사립고(자사고)에서 일반고로 전환된다. 운영성과평가(재지정 평가) 없이 ‘회계 비리’를 이유로 자사고가 지정 취소되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1일 자율학교 등 지정·운영위원회를 열어 교육청 감사와 경찰 수사, 법원 판결로 회계 부정 사실이 밝혀진 휘문고에 대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등 관련 법령에 따라 자사고 지정 취소 절차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9일 밝혔다.
정부가 2025년 자사고와 외국어고, 국제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기 위해 올해 2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이들 학교에 대해 5년마다 이뤄지는 재지정 평가 근거가 삭제됐다. 이 때문에 2025년까지 재지정 평가 자체가 없어 ‘감독 사각지대’ 발생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다만 회계 부정, 입시 비리 등의 사유가 있을 때는 여전히 교육감이 지정을 취소할 수 있는데, 휘문고 사례가 이에 해당한다.
휘문고 학교법인인 ‘휘문의숙’의 김옥배 전 명예이사장(1심 선고 전 사망)은 2011년부터 2017년까지 6년 동안 박아무개 전 법인 사무국장 등과 공모해 운동장, 강당 등 학교 시설물을 한 교회에 빌려주고 받은 학교발전기금 38억2500만원을 횡령했다. 김 전 명예이사장의 아들인 민인기 전 이사장은 이런 범죄 행위를 방조하고 법인카드로 선친 묘비와 묘지 관리비, 단란주점 비용 등을 냈다. 대법원은 4월9일 민 전 이사장과 박 전 법인 사무국장에 대해 각각 징역 4년을 확정했다.
서울시교육청은 “명예이사장과 이사장, 법인 사무국장 등의 배임과 횡령, 횡령 방조 행위는 자사고의 자율권에 따르는 사회적 책무성과 공정성에 반하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사립학교법과 사학기관 재무·회계규칙 등을 위반한 심각한 회계 부정”이라고 설명했다.
오는 23일 청문 절차를 거쳐 교육부의 동의까지 받으면 휘문고는 내년부터 일반고로 전환된다. 다만, 현재 재학생들은 졸업 때까지 자사고 교육과정을 이수할 수 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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