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성 이렇게 말해 보세요
“소년의 발기는 시도 때도 없다. 소년은 순간 당황하고, 순간 안심한다. 누가 그랬다. 남자는 어떤 일에 집중하지 않을 땐 5분에 한번씩 야한 생각을 한다고. 나른한 오후, 지루한 수업시간. 야한 생각은 소년이 그 시간을 버티는 데 제격이다.”
한 남학생이 격동의 사춘기를 보내면서 성적 존재로서 자기를 수용해가는 과정을 담은 글이다. 요즘 남자 아이들은 초등 6학년이나 중학 1학년만 되어도 신체적으로 자연스럽게, 혹은 인터넷 등 주변의 영향으로 자위행위를 시작한다. 이 또래 남자 아이들의 이성에 대한 관심은 추상적인 사랑이나 관계 맺기가 아니라 성 활동 영역과 관련된 구체적인 행위다. 상담실을 찾는 청소년 중에서 여자 아이들보다 남자 아이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도 이런 이유인듯 싶다.
“제가 왜 이러는지 저도 정말 알 수 없어요. 자위 행위 횟수를 줄여보려고 아무리 각오을 해도 안돼요. 저 나쁜 놈인가봐요. 저만 이상한거죠?” “성기는 어떻게 크게 해야 하나요? 저보다 작은 사람도 있나요?”“ 포르노에 나오는 게 전부 사실인가요?” 상담실에서는 이처럼 진솔하던 남학생들이, 여러 명 모여있는 교육장에서는 백팔십도 돌변한다. 중학교 2학년쯤 되는 남학생들을 모아 성교육을 하려고 하면 “우린 이미 알거 다 알아요. 실습이나 해요”라고 하며 거들먹거리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상담자들은 이런 남학생들을 대할 때 자칫 ‘뭐 그런걸 다 물어 보고 그래’라는 식으로 그들의 성적 관심사를 무시해 버리거나 오히려 남자의 책임론을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훈계하듯 말해주기 십상이다. 부모들의 경우 딸 걱정은 많이 하면서도 정작 아들의 성교육에는 관심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아무 말 안 할테니 제발 사고만 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심정일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에게 성교육을 받았다는 남학생은 찾아보기 힘들다. 자녀 교육이 여전히 여성인 엄마의 몫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에 남자 아이들이 자신을 성적 존재로 수용해 가는 객관화된 과정이 부족한 것도 이유인 듯 하다.
어릴 때부터 아이와 부모가 성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려면 다양한 ‘계기’를 자주 만드는 것이 좋다. 무턱대고 정보를 주려고 하기 보다는 책이나 영상물 등을 함께 보면서 아이가 궁금해하는 것을 설명해주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다. 요즘 경기도 고양시의 한 전시관에서 ‘성교육대탐험전’이 열리고 있다. 성교육과 관련한 부모들의 관심이 높은 시기라 관람객이 많을 줄 알았는데, 막상 현장에 가보니 그렇지 않았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이 이런 체험의 장에 함께 가보는 것도 자녀와 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이명화/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장 bright@ymca.or.kr
이명화/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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