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태 전 연세대 국제캠퍼스 부총장. 연합뉴스
교수들이 서로 짜고 부당한 점수를 줘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원에 부정 입학한 사람이 이경태 전 연세대 국제캠퍼스 부총장 딸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전 부총장은 지난해 총장 후보로 이사회에 추천되기도 한 인물이다.
16일 연세대와 교육부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 전 부총장 재임 시절인 2016년 4월 대학원 입학전형에서 경영대학 교수들은 그의 딸인 이아무개씨를 합격시키려고 서류심사와 구술시험에서 점수를 조작했다. 당시 1명을 뽑는 전형에 모두 16명이 지망했는데, 이씨는 서류심사 단계에서 정량영역인 학점 등 성적 점수가 공동 9위에 그쳤다. 학부 전공도 모집 분야와 달랐다. 하지만 서류심사 평가위원이었던 교수 6명은 아예 서류심사 평가서를 작성하지 않은 채 주임교수에게 제출했다. 주임교수는 이씨에게 정성영역(자질 등)에 만점(95점)을 주고, 그와 정량영역 점수가 같거나 비슷한 지원자 4명에게는 정성영역 점수를 낮게 줘 이씨를 구술시험 대상자(16명 가운데 8명)로 선정했다.
구술시험에서도 조작은 이어졌다. 구술시험 평가위원 5명은 자신들 가운데 한 교수에게, 그가 지정한 학생은 특별한 하자가 없을 경우 최종 합격시키는 우선선발 권한을 주기로 합의했다. 시험 직후 이 교수는 이씨를 선택했다. 이후 평가위원들은 각자 작성해야 할 평가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마치 5명이 직접 점수를 부여해 산출한 평균 점수인 것처럼 꾸며 이씨에게 만점(100점)을 줬다. 서류심사 1·2위인 지원자 2명에게는 그보다 현저히 낮은 47점과 63점을 줬다.
교육부는 감사 결과에 따라 연세대에 중징계(1명)·경징계(7명)를 요청하고, 대검찰청에 업무방해 혐의로 수사를 의뢰했다. 연세대는 부정 입학 관련 교수들의 징계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다.
대학교육연구소는 “연세대는 교수들에 의한 입시·학사 비리가 지금껏 감사를 받은 대학들에 비해 매우 많다. 한마디로 ‘교수들 세상’이었다”고 비판했다. 한 연세대 재학생은 페이스북 ‘연세대 대나무숲’에 글을 올려 “학교의 도덕적 해이를 고치기 위해선 학생들의 행동이 필수적”이라며 집단행동을 촉구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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