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ㅣ이치우의 ‘차이나는 입시 클라스’
수시 원서접수가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학생부 교과와 비교과 내용을 만족스럽게 채운 경우라면 어느 수준의 대학까지 지원할지를 놓고 시간을 보낼 테지만 관리가 안 된 학생부를 손에 쥔 수험생은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9월23일 수시 지원 전까지 무엇을 해야 할까?
먼저 수시 학생부 작성 기준일인 9월16일 이전에 추가로 기재할 수 있는 내용 중에서 빠뜨린 것이 있는지 찾아보고 누락된 사항이 있으면 기록해야 한다.
학생부 관리가 안 된 A 학생 사례를 보자. 3학년 1학기까지 기록된 학생부 분량이 8쪽(A4)이다. 수시 지원은 반드시 해야겠고 ‘6논’(6번을 모두 논술 지원) 하기에는 논술 공부에 대한 부담과 합격 확률이 낮다는 생각에 학생부 종합전형에 3~4회 넣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막상 부족한 학생부를 만회하기 위해 자기소개서를 쓰려고 보니, 자기소개서 1~3번 문항과 4번 자율 문항까지 글의 소재가 없었다. 학생에게 물었더니 2학년 1학기까지는 학생부에 기록할 내용이 있었는데 2학기부터 학생부 종합전형으로는 대학 진학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에 관리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3학년 1학기에도 학생부에 기재할 내용이 있기는 하지만 수정 기한은 이미 지나버렸다. A 학생은 결국 수시에 모두 불합격하고 목표 대학은 아니지만 정시로 대학에 진학했다.
처음부터 학생부 종합전형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대부분 2학년 1학기가 지나면서 학생부를 소홀히 하게 된다. 특히 코로나19로 학교생활이 자유롭지 않은 현재 상황에서는 비교과 활동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남은 시간 학생부 기록을 꼼꼼하게 점검해야 한다.
정시가 수능 성적으로 당락을 가린다면, 수시는 학생부를 기반으로 다양한 전형요소가 단독 또는 일괄합산으로 추가 활용된다. 즉, 정시와 달리 수시는 여러 전형요소를 통해서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는 구조이다.
학생부 교과전형은 주로 교과(내신) 성적으로 선발하는데, 주요 대학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설정한 경우가 있다. 성적이 아무리 높아도 최저 기준을 넘지 못하면 불합격이다. 최근에는 대입 정보 공개를 통해서 지난 입시 결과를 확인할 수 있어 모집 단위별로 성적을 참고하고 합불을 어느 정도 예측해볼 수 있다. 현재 대학 2학년에서 1학년, 1학년에서 고3으로 이어지는 2년 동안 재학생 수가 12만명 정도 줄었기 때문에 지난 입시의 학생부 교과 석차등급 평균 성적을 참고할 때 0.2~0.5등급 정도 낮아질 수 있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학생부 종합전형은 모집 단위의 전공 적합성, 학업 역량, 인성, 발전 가능성의 평가 요소를 중심으로 대학별로 다른 세부 평가 항목을 살펴보고 자신에게 조금이나마 유리한 대학과 학과를 찾아야 한다. 학생부 종합전형은 정량이 아닌 정성 평가가 핵심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전공과 관련된 자신의 잠재 역량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학생부가 기본이지만 단계별 전형에서는 자기소개서와 추천서 등의 서류로 학생부를 보완해서 1단계를 통과하는 것이 최대 목표다. 1단계를 통과했다면 면접에서 최종 합격 여부가 가려지므로 면접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자기소개서와 면접에서 강점을 보인 B 학생의 사례를 보자. 학생부는 교과와 비교과 모두 목표 대학에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자기소개서와 면접 실력이 뛰어났기 때문에 선발 비중이 높은 학생부 종합전형으로 적극적인 도전을 했다. 그런데 2단계 면접으로 가려면 반드시 1단계를 통과해야 하는데, 학생부 종합전형으로 넣은 4곳 모두 1단계 서류에서 불합격했다. 부족한 학생부를 자기소개서로 만회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 경우 수시 모집에서 목표 대학을 조정해 서류 평가 요소 중에서 자신이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대학을 우선 지원하는 것도 고려해봐야 한다.
논술전형과 적성전형은 모집 단위별 지원자를 대상으로 대학별 고사를 치르는 전형이다. 논술전형은 논술 반영 비중이 지난해보다 높아져 논술 성적이 당락을 결정짓는다. C 학생은 수시 6회 지원 중 3곳을 논술전형으로 지원했다. 논술만으로 선발하는 대학도 있지만 지원 대학 모두 ‘논술+학생부’ 일괄합산 전형이었고, 학생부 교과 반영에서 석차등급 간 점수 차이가 너무 컸다. 내신이 5등급이라 논술로 만회해야 하는 점수 폭이 컸던 탓이다. 학생부 교과 성적이 지나치게 낮다면 학생부 교과 등급 간 점수 차이가 작은 대학을 선택해야 한다. 올해가 마지막인 적성전형은 서울과 수도권 대학의 마지막 보루다. 적성고사는 수능시험과 유사하지만 문항 수가 적고 난도가 낮아 수능 성적 중위권 학생이라면 도전해도 좋을 법하다.
수시 지원 횟수는 4년제 일반대학 기준으로 최대 6회이다. 적지 않지만 실제 지원에서는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합격의 핵심은 자신에게 유리한 전형요소가 충분히 반영되는 전형에 지원하는 것이다. 수시는 추가 합격하더라도 합격한 대학에 다녀야 하므로 원서접수 기간이 임박하면 자꾸만 눈높이가 올라간다. 재수할 각오가 아니라면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신중하게 타협해야 한다. 수시의 세계에서 결정은 수험생의 몫이다.
이치우 ㅣ 비상교육 입시평가소장

지난해 7월21일 서울의 한 고등학교 대강당에서 열린 ‘2020 대입 수시 설명회’에서 학부모와 수험생 등 참석자들이 입시 정보를 듣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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