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3학년생을 대상으로 한 첫 수능 모의평가인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실시된 지난 5월21일 오전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1교시 시험을 치르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굉장히 불안하죠. 생각지도 못한 ‘코로나 변수’ 때문에 수시 준비는 물론 정시까지 붙들어야 하는 상황이에요. 그렇다 보니 공부에 집중하기도 힘들고요.”
경기도의 한 고교 3학년생 김아무개군의 말이다.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이 100일도 안 남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12월3일로 예정된 수능이 또 미뤄지는 것은 아닐지 우려하는 분위기다. 교육부도 수능 연기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터라 그때그때 일정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수능 출제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이 주관하는 ‘9월 모평’을 비롯해 코앞으로 다가온 수능 막바지 대비법을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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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같은 출발선에 서 있다
먼저 모든 수험생이 이 상황을 똑같이 겪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자. ‘나는 불리하고 너만 유리한 상황’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상황을 탓하며 좌절하기보다는 남은 기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도록 집중해야 한다. 입시전문가들은 “학습량 차이로 고3과 엔(n)수생의 유불리를 논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학교에 가지 못했던 고3이나 학원에 가지 못한 엔수생의 상황은 비슷하다”고 강조한다.
수능 시험의 토대는 70% 연계되는 이비에스(EBS) 교재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등교 수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서 고3 수험생 모두 절대적인 학습량이 부족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평가원이 올해 수능을 어렵게 출제하기는 다소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상위권 변별력 확보를 위해 난도 높은 문제를 낸다고 해도 그 뿌리는 수능특강, 수능완성 등 이비에스 교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해서 ‘물수능’을 예상하고 전략을 짜면 안 된다. 정시모집에서 등급을 가르는 것은 한두 개의 고난도 문제이기 때문에 최상위권 학생들은 꺼진 불도 다시 보는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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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1회 실전 모의고사 풀기
올해 고3은 등교해 공부한 시간이 확연히 적기 때문에 교실 등 시험장에서의 실전 감각을 키울 필요가 있다. 영역별 문제 풀이 시간을 어떻게 안배해야 하는지 직접 초시계를 들고 반복 체크해보는 게 좋다.
실전 연습이 안되면 시간 안배를 잘 못해서 아는 문제임에도 풀지 못하고 찍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비에스 수능 교재를 토대로 한 실전 모의고사 문제를 주 1회씩 풀어보면서 과목별로 시간을 엄수해 공부하는 것을 추천한다. 집에서 하루 날을 잡아 실제 수능 날과 똑같은 시간표대로 생활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등교 수업 시간이 적기 때문에 온라인 강의에만 의존하는 수험생들도 많다. 수능 막바지에 접어들수록 각종 인터넷 강의가 넘쳐날 것이다. 한데 아무리 많은 강의를 구매하고 들어도 스스로 정리하지 않고, 자기 것으로 만들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온라인 강의를 들은 뒤에는 반드시 노트 정리를 해보고 어떤 단원을 이해 못 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실전 모의고사 역시 집에서 자체적으로 치른 뒤에는 영역별로 꼼꼼하게 오답 노트를 정리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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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고난도 문제에 대비하라
올해 6월 모평은 지난해 수능과 비슷한 난이도로 나왔다. 상위권 진입은 변별력 있는 한두 문항으로 갈린다. 특히 난도가 있는 문제는 문법이나 독서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 문학 파트가 어느 정도 정리된 수험생이라면 문법과 독서 파트에 시간을 할애할 필요가 있다.
대충 감으로 찍어 점수를 올린 문항이 있다면 반드시 다시 봐야 한다. 정답이 왜 정답인지, 틀린 답은 왜 틀렸는지 그 이유를 찾은 뒤 오답 노트에 문장으로 써보는 방법을 추천한다. 특히 틀린 문항은 틀린 이유를 찾는 과정이 점수 올리기의 핵심이다.
수능 5등급 아래 수험생들은 교과서 및 참고서 등을 보며 매일 2~3개 지문을 꾸준히 풀어보는 게 좋다. 특히 문학 관련 용어 등 개념 정리를 확실히 한 뒤 반복적으로 문제를 풀어보며 3~4등급을 목표로 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비에스 교재에 실린 문학 작품과 연계된 관련 지문도 철저히 공부해두자. 비문학 지문의 경우 철학, 예술, 과학 등 평소 접하기 힘들었던 어려운 지문 위주로 글의 주제와 핵심 소재 등을 정리해보며 요지를 파악하는 게 좋다. 어려운 지문을 읽어본 뒤 주제를 정리해보는 건 일종의 ‘훈련’이다. 처음에는 힘들어도 몇 번 해보면 익숙해진다.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하루 앞둔 지난해 11월13일 오전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서로를 응원하고 있다. 수험생들 뒤로 ‘힘내라 고3!’ 펼침막이 걸려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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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조정된 범위 학습 중요
올해는 한국사를 제외한 전 영역에 새 교육과정(2015 개정 교육과정)이 처음으로 적용된다. 특히 수학의 경우 조정된 시험 범위를 확인하고 중요도가 높아진 단원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문과는 지수함수와 로그함수, 도함수의 활용, 정적분의 활용, 이과는 미분법과 적분법, 경우의 수(순열과 조합) 등이 그러한 예다.
수학 가형 출제범위는 수학1, 미적분, 확률과 통계이고, 수학 나형 출제범위는 수학1, 수학2, 확률과 통계다. 입시전문가들은 “최근 모평이나 수능에서 전통적인 킬러문항인 21, 29, 30번 문항 난도는 조금 내려가고, 중상 단계 난이도의 문제가 어렵게 출제되는 추세”라며 “남은 기간 동안 킬러문항뿐 아니라 중상 단계 난이도의 문제도 집중적인 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5등급 이하 수험생들은 남은 기간 동안 ‘3점짜리 문제는 다 풀겠다’는 것을 목표로 해보자. 너무 어려운 몇몇 문제보다는 기본 문제와 예제를 중심으로 감각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절대평가인 영어는 중상위권 수험생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90점과 89점은 1점 차이지만 등급으로는 1등급이냐 2등급이냐의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한 문제 실수로 등급이 떨어지지 않도록 실수를 줄여나가는 것이 핵심이다. 고난도 문항으로 불리는 빈칸추론 문제 역시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이비에스 연계 문항뿐 아니라 간접 연계 지문에 대비하며 다양한 소재를 다룬 지문을 읽고 소화해봐야 한다.
70점대 이하 수험생의 경우 본인이 자주 틀리는 문제와 취약한 유형을 수첩에 한번 정리해보는 것도 좋다. 해당 유형을 왜 틀리는지, 어휘가 부족한 것인지 등 스스로 진단을 내려보는 것도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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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 가능한 탐구 영역
사회 및 과학탐구 영역은 양이 많아 보이지만 오히려 짧은 기간 동안 역전이 가능한 과목이다. 특히 4~5등급 수험생들에게는 ‘금방 괜찮은 점수를 딸 수 있는 영역’으로 통한다. 개념 이해와 암기를 토대로 문제를 푼 뒤 오답 노트를 정리하다 보면 제법 공부에 재미가 붙기 때문에 중하위권 수험생들에게는 ‘찬스’와도 같은 영역이다.
하위권 학생은 쉬운 참고서를 선택해 매일 1시간 이상 꾸준히 공부한다는 계획을 세우는 게 좋다. 다가오는 9월 모평에서 중위권 도약을 목표로 해보는 것이다.
상위권은 탐구 영역에서 한 문제 차이로 등급이 갈릴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상위권 학생들의 가장 큰 약점은 ‘알면서도 실수한다’는 것이다. 실수를 최대한 줄이는 게 관건이고, 고난도 문제 풀이를 시도하며 득점으로 연결해야 한다. 한국사도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하루 30분은 한국사 문제를 풀면서 ‘감’을 유지하는 게 좋다. 근현대사 등 자신이 약한 파트를 분명히 추려본 뒤 일주일에 3~4시간은 한국사 문제 풀이에 시간을 할애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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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학생부 마감 준비도 철저히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 마감일은 8월31일이었지만 이달 16일로 연기됐다. 수시모집을 앞둔 상황에서 학생부 마감도 제대로 해야 한다. 학생부는 학생부종합전형의 핵심 요소인 만큼 수험생이라면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특히 코로나19 등 현 상황을 고려해 면접이나 대면 평가를 생략하거나 간소화한 대학이 늘어났다. 그만큼 서류 평가의 비중이 커졌다는 이야기다. 학생부는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을 통해 집에서도 온라인 확인이 가능하다. 창의적 체험활동상황의 특기사항, 교과학습 발달상황의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이하 세특),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등 항목은 학생부 입력이 마감되기 전에는 확인이 안 된다. 하지만 수시 지원 수험생의 경우 학생부 작성 마감일 이전이라도 담임교사와의 상담을 통해 누락되거나 잘못된 부분을 확인할 수 있다.
학생부를 점검할 때 띄어쓰기와 오·탈자 확인은 필수다. 특히 세특 관련해 전공 적합성 등 자신의 역량이 강조되는 부분이 잘 드러났는지 전반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학생부에 기재할 수 없는 내용도 다시 한번 확인해보자. 공인어학시험 참여 사실 및 성적, 교과·비교과 관련 교외 대회 참여 사실과 그 성적, 교외 기관 및 단체(장) 등한테 받은 교외상, 전국연합학력평가 성적, 논문을 학회지 등에 투고 또는 등재하거나 학회 등에서 발표한 사실, 도서 출간 사실, 지식재산권 출원 또는 등록 사실, 어학연수·봉사활동 등의 해외 활동 실적 및 관련 내용, 친인척을 포함한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암시하는 내용, 구체적인 특정 대학명·기관명·상호명, 학교를 유추할 수 있는 내용 등은 입력할 수 없거나 블라인드 처리해야 한다.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도움말: 유성룡 에스티유니타스 교육연구소장,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