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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SPECIAL] 세상의 모든 자산을 평가하는 감정평가사

등록 2020-09-07 16:03수정 2020-09-07 16:28

내가 밟은 땅, 내가 사는 집, 내가 보유한 저작권이 가지는 경제적 가치는 얼마일까? 감정평가사는 단순히 ‘땅값’을 매기는 일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자산에도 값어치를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자산의 가치가 매겨지기까지 감정평가사의 업무 과정을 따라가보자.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1. 평가 의뢰

“내가 사는 집의 가치가 얼마인지 궁금하니 평가해달라”는 의뢰인과 만났다. 의뢰 내용을 상담한 후 감정평가의뢰서를 접수한다. 감정평가의뢰서에는 평가의뢰 물건(권리), 물건의 소재지, 소유자(권리자), 사용목적, 제출처 등 평가에 필요한 내용을 기재한다.

  

2. 감정계획 수립

감정평가의뢰서를 토대로 대상의 감정 목적을 감안하여 조건, 목록 등 감정의 기본 사항을 책정하고 이에 따라 감정 계획을 세운다. 현장 조사를 나가기 전 대상의 내용, 성능, 구조, 현상 등 가격에 미치는 요인을 확인하고 이를 정리한다.

3. 현장조사

부동산의 실제 면적이 등기부등본이나 건축물관리대장 등의 서류에 나와 있는 정보와 일치하는지 가격 형성 요인을 고려해 현장을 조사한다. 대상 물건이 있는 지역의 거래시세 및 임대수준을 부동산 중개사무실 등을 통해 조사하고, 해당 물건의 용도, 입지 조건, 주변 시설 등 지역 특성을 조사한다. 또한 관할 지역 구청이나 법원을 방문해 개발계획이나 법적 사항 등 자료를 수집한다.

4. 평가서 작성

가장 적정한 감정 방법을 선정하고 이러한 절차를 거쳐 감정서를 작성한다. 감정서가 작성된 후 평가의 공정성 및 정확성을 위해 3~4회의 사후 검토를 거치며 법인 내 심사 전담 감정평가사가 감정서를 심사한다.

5. 심의

심사위원회의 심의 후 가격을 확정한다. 산출된 가격이 적정한지, 어떤 근거 법률을 기준으로 가격을 판단했는지 심의가 이루어진다. 심의가 완료되면 감정평가 심사인증서가 발급된다.

6. 발송

의뢰인 및 의뢰기관으로 최종 감정평가서를 발송한다. 감정평가서에는 부동산 평가금액과 평가 항목에 따른 결과 내용을 기재하며 감정평가사의 감정 의견을 작성한다.

■ 감정평가사가 말하는 직업 이야기

삼창감정평가법인 최월정 감정평가사. 사진 오계옥
삼창감정평가법인 최월정 감정평가사. 사진 오계옥

“삶의 터전에 존재하는 모든 자산의 가치를 매깁니다”

삼창감정평가법인 최월정 감정평가사

감정평가사는 어떤 직업인가요?

우리가 살고 있는 집, 길을 가다가 보이는 빌딩, 관공서, 회사 건물에는 모두 다 ‘가격’이 있어요. 감정평가사는 토지, 건물과 같은 부동산과 기계, 항공기, 영업권 등 유·무형의 자산에 대한 가격을 산정하는 사람입니다. 자산의 경제적 가치를 평가하고, 이를 가액(가격)으로 나타내는 일을 하죠. 감정평가사가 판단한 경제적 가치를 기준으로 사람들은 나라에 세금을 내고, 은행에서는 대출을 할 때 담보가액으로 활용하기도 해요.

여러 종류의 평가를 수행하는 만큼 업무 분야도 다양하겠네요.

대표적으로 ‘표준지공시지가’의 조사평가를 들 수 있는데요, 우리나라에 있는 모든 땅을 평가하기는 힘드니, 전국에서 약 50만 개의 필지를 선정하고 표준지의 단위면적당 가격을 평가해서 공시하는 거예요. 이 외에도 신도시 개발이나 도로 개설을 하게 되면 지역 주민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는 보상 평가를 합니다. 또 법원의 경매물건에 가격을 매기거나, 기업 간의 인수 합병을 위해 기업 자산을 평가하기도 하죠. 요즘에는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많은 사람이 부동산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우리 집 가격을 평가해달라”는 식으로 감정평가사에게 의뢰가 들어오기도 합니다. 감정평가사는 정확한 가치를 산출하기 위해서 철저한 현장조사를 통해 판단을 내리죠.

직접 발로 뛰어야 한다는 이야기군요. 감정평가 업무에서 현장조사가 중요한 이유가 있을까요?

현장조사, 즉 ‘임장’ 활동 중에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해요. 예를 들면, 건물이 옆집 땅에 걸쳐 있는 경우, 남의 땅을 침범하고 있으면 그만큼은 평가를 못 하거든요. 불법으로 건물 위에 층수를 올리는 경우도 마찬가지죠. 도면에서는 보이지 않는 하자 요소들을 현장에서 두 눈으로 발견할 수 있어요. 현장조사를 하다보면 위험한 순간도 있어요. 펜스로 둘러싸인 건물 사진을 찍기 위해 혼자 고층 건물 옥상에 올라가서 안간힘을 쓰고, 경매에 들어간 공실 건물에 들어가 먼지를 뒤집어쓴 적도 있어요. 하지만 임장 활동은 감정평가 업무의 꽃이라고 할 정도로 최종 가격 결정에 있어서 정말 중요하답니다.

감정평가사는 새로운 유형의 자산에 대해 감정평가를 수행하며 다양한 가치 형성의 요인을 파악한다. 사진 오계옥
감정평가사는 새로운 유형의 자산에 대해 감정평가를 수행하며 다양한 가치 형성의 요인을 파악한다. 사진 오계옥

토지나 건물 말고도 생소한 분야의 자산을 평가하는 경우도 있었나요?

12여년 전에 제주도에 설치한 ‘풍력발전기’를 최초로 평가한 적이 있어요. 최근에는 신재생에너지 분야가 주목받으면서 익숙한 개념이 되었지만, 그 당시만 해도 풍력발전기가 많지 않았어요. 새로운 유형의 자산에 대해 감정평가를 수행하게 되면 다양한 가치 형성의 요인을 파악해야 합니다. ‘아, 이것은 어디에서 얼마로 수입되었고, 한 기당 얼마의 가치가 있겠구나’라는 식으로 공부를 많이 했죠. 이전에 유사한 사례가 없었으므로 매우 힘들었어요. 그렇게 처음으로 가치평가가 이루어지면 다음부터는 평가 선례가 만들어지는 거예요. 그래서 그런지 더욱 기억에 남네요.(웃음)

감정평가사가 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나요?

학력이나 전공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직업이 감정평가사인데요. 시험과목과 관련된 학과인 법학, 경제학, 회계학, 도시공학 등을 전공하면 보다 유리할 수는 있어요. 감정평가사 시험 1차 과목은 민법, 경제학원론, 부동산학원론, 감정평가관계법규, 회계학이 있고요. 2차 과목은 감정평가실무, 감정평가이론, 감정평가 및 보상법규가 해당됩니다. 시험을 합격하고 나면 국토해양부 지정 감정평가법인이나 협회에서 실무수습을 1년 겪은 후에 감정평가사 자격을 얻을 수 있어요. 보통 감정평가법인이나 한국감정원에서 일하거나 개인사무소를 차리고, 한국토지주택공사와 같은 공기업, 컨설팅 회사에도 취업하는 등 진출 경로는 다양한 편이에요.

감정평가사라는 직업의 미래는 어떨까요?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이나 학교, 회사는 터전이잖아요. 한국 사회에서 부동산이 가지는 중요성만큼이나 앞으로 평가 업무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해요. 감정평가사 직업의 장점이 경기의 호·불황을 크게 타지 않는다는 거예요.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업계 타격을 우려했지만, 오히려 위기를 겪는 기업이나 개인이 대출을 받기 위해서 평가의뢰를 많이 하더라고요. 인공지능 자동화 시스템으로 일거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걱정 역시, 감정평가 사례의 개별성이 크고 자료 왜곡을 바로잡기 위해 결국 인간의 판단이나 검토가 필수적일 거예요. 앞으로 감정평가사가 더욱 정교하게 평가할 수 있도록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야겠죠.

앞으로 다가올 수 있는 ‘통일 시대’를 바라보고 있다는 말도 들었어요.

저희끼리 농담처럼 “이제 남은 시장은 ‘남북통일’이다”라는 말을 주고받는데요. 우리나라에 있는 모든 부동산은 거의 가격이 다 산정되어 있잖아요. 언젠가 통일이 되면 북한에 있는 부동산을 평가해야 하니 감정평가사 직업이 더 유망해질 수 있겠죠? 이미 북한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 평가사들의 연구 논문이 나오고 있고, 감정평가사협회에서는 <통일백서>라는 책도 펴냈어요. 말 그대로 ‘통일은 대박!’인 셈이죠.

감정평가사에 관심이 있는 청소년들에게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20년 차 감정평가사로서 꼽는 이 직업의 매력은 바로 ‘새로움’인 것 같아요. 감정평가 의뢰가 들어올 때마다 끊임없이 연구를 해야 하고, 매번 다른 현장을 만나야 해요. 활동적이고 호기심이 많은 성격이면 좋을 것이고요. 또 감정평가를 하다보면 의뢰인을 설득하거나 매도인과 매수인의 대립 관계에서 중심을 잡아야 할 때도 많습니다. 대인관계가 좋고 자료 분석력이 뛰어난 친구라면 어렵지 않게 적응할 수 있을 거예요. 지금부터 부동산, 금융과 같은 경제 문제에 관심을 가지면 도움이 되겠죠? 저는 평소에 길을 지나가다가, 운전을 하다가도 건물을 유심히 관찰하는 버릇이 있는데요. 청소년 여러분도 내가 살고 있는 도시, 도로, 건물에 대해서 유심히 들여다보길 추천합니다.

글 이은주 • 사진 오계옥, 게티이미지뱅크

이은주 MODU매거진 기자 silver@modu1318.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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