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선택을 해야 후회하지 않을까? 모두가 같은 환경에 있지 않기 때문에 여러 선택지를 열어 두고 자신의 공부 성향과 진학 목표에 유리한 선택을 해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ㄱ 학생은 고등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신입생이었다. 고등학교 교육과정이 중학교에 비해 어렵고 교과별로 학습 범위가 넓어 중학교 때 벌어진 학습 결손을 채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신학기부터 수업에 흥미를 잃어 모둠, 토론, 발표 등으로 이어지는 수업 참여도가 낮았고 수행평가 과제는 마감일에 간신히 제출만 할 정도였다.
학교 수업과 비교과 활동에 성실히 임하지 못한 채 치른 1학년 1학기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성적은 6~7등급 수준이었다. 심지어 9등급을 받은 과목도 2개나 됐다. 이쯤 되면 일부 학생들은 일찌감치 내신을 포기하고 학교를 그만둘 생각을 하게 된다. 자퇴를 하고 검정고시를 치러 고교 졸업 자격을 취득한 뒤 수능시험을 준비해 정시로 대학에 진학하려는 것이다. ㄱ 학생 역시 자퇴를 심각하게 고민했다.
ㄱ 학생을 만나 재학 중인 고교에서 최선을 다해 상황을 극복해보자고 권했다. 대입에서는 정시보다 수시의 선발 비중이 높아 학교를 떠난 대입은 사실상 불가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며칠을 고민하던 ㄱ 학생은 학교에 남기로 했다. 먼저 중학교 과정을 다시 공부해 부족한 기초 학습을 만회하고, 고등학교 과정은 이해가 될 때까지 반복해서 공부하기로 했다.
이러한 학생의 의지는 교과서뿐만 아니라 손에 쥔 모든 책을 5번 이상 읽는 습관을 만들었다. 물론 처음 읽을 때는 많은 시간이 걸렸고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을 때 책에 대한 이해는커녕 머릿속에 남아 있는 것은 전체 내용의 10분의 1에 불과했다. 그러나 무모해 보였던 공부 방법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익숙해졌다. 반복해서 읽는 횟수가 늘면서 시간은 줄고 이해하는 양은 늘어났다. 그러면서 2~3번만 읽으면 내용이 서서히 이해되기 시작했다.
수업 시간에 집중하기 위해 예습을 하고 수업이 끝나고 모르는 부분은 선생님에게 묻거나 인터넷 강의를 통해 반드시 이해하고 넘어가려 노력했다. 수학과 영어는 처음 몇달은 학원에 다녔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학원에 가지 않고 자기주도적인 학습 방법으로 바꿀 수 있었다. 부단히 노력한 반복 읽기 학습의 결과였다.
성적은 달라졌다. 고1 학생부 교과 석차등급 평균 7등급에서 2학년 5등급, 3학년 3등급으로 눈에 띄게 향상됐다. 1학년 때 9등급을 받았던 영어는 2학년에서 6등급, 3학년에서는 4등급으로 올랐다. 어휘력을 늘리고 교과서를 반복해서 읽다 보니 암기할 정도로 내용을 숙지하게 됐다는 게 ㄱ 학생의 답변이다. 1학년 담임선생님의 도움으로 시작한 방과 후 활동과 포기하지 않는 학생의 열정이 더해진 결과이다. ㄱ 학생은 3학년 졸업 후 수시모집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수도권 소재 대학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했다.
코로나19로 정상적인 학교생활이 어려운 상황이다. 지금 중3이 대학에 입학하는 2024학년도 대입에서는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수상 경력, 진로 희망, 독서 활동, 자율동아리 활동 등 비교과 내용이 반영되지 않고 자기소개서와 교사 추천서를 비롯한 모든 서류가 폐지된다. 게티이미지뱅크
고등학교 적응이 쉽지 않았던 또 다른 학생의 사례를 보자. ㄴ 학생은 1학년 1학기 중간고사 석차등급을 보고 공부에 대한 열정이 사라졌고 학교 내 모든 활동에 흥미를 잃었다. ㄴ 학생은 고등학교를 그만두기로 결심했다. 자퇴를 결심하고 찾아온 ㄴ 학생에게 물었더니 부모님과 담임선생님을 비롯한 모든 지인들이 학교에 계속 다니라고 권했다고 한다.
수시 지원을 염두에 둔다면 아직 4개 학기가 더 남았으니 신중하게 결정하라고 했지만 ㄴ 학생은 고민 끝에 자퇴를 실행했다. 집과 가까운 학원에 등록하고 검정고시와 수능 공부를 병행했다. 그런데 1년 정도 지나 학생에게 연락이 왔다. 정시 수능보다는 수시 학생부가 대입에 더 유리하다는 판단에서 고등학교에 1학년 2학기로 재입학을 했다는 것이다.
학교생활은 녹록지 않았고, 자퇴와 재입학으로 혼란을 겪으면서 대입 준비를 충분히 하지 못해 수시모집에 모두 불합격했다. 정시에서도 목표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고 결국 재수를 선택했다. ㄴ 학생은 재수 끝에 정시로 수도권 대학 경영학과에 입학했고, 다시 계속된 2년의 정시 도전 끝에 인 서울 대학 경영학과로 자리를 옮겼다.
어떤 선택을 해야 후회하지 않을까? 모두가 같은 환경에 있지 않기 때문에 여러 선택지를 열어두고 자신의 공부 성향과 진학 목표에 유리한 선택을 해야 한다.
학기 초 학교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9등급을 받은 ㄱ 학생은 남은 시간 적극적인 학교생활과 학업 의지로 수시모집에 합격했고, 자퇴 후 재입학을 선택한 ㄴ 학생은 시행착오를 거쳐 정시로 목표를 이뤘다. 두 학생 모두 각자가 처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기에 결과만 보고 누가 더 옳았다고 말할 순 없을 것이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정상적인 학교생활이 어려운 상황이다. 지금 중3이 대학에 입학하는 2024학년도 대입에서는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수상 경력, 진로 희망, 독서 활동, 자율동아리 활동 등 비교과 내용이 반영되지 않고 자기소개서와 교사 추천서를 비롯한 모든 서류가 폐지된다.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중이 약화되는 것이다.
어찌 보면 코로나19로 이러한 전형의 변화가 2024학년도가 아닌 2021학년도에 일찍 찾아온 셈이다. 정시가 답일 것 같지만 여전히 수시 선발 비중이 정시보다 높다는 것을 상기하자.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이 있는 한 9등급도 희망은 있다.
이치우 ㅣ 비상교육 입시평가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