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ㅣ최수일의 ‘웃어라 수포자’
수학은 문제 풀이 기술을 가르치는 과목이 아니라 논리적 사고를 가르치는 과목이라는 것에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그런데 실제 아이들의 수학 공부는 문제 풀이 기술을 익히기 위해 수많은 문제를 반복해 푸는 식이다. 이는 수학을 논리적 사고를 익히기 위한 과목이 아니라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점수를 따는 과목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논리적 사고를 키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기보다 문제 풀이 기술을 익혀야만 적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 탓이다. 현재 한국에서는 수학 점수가 대입의 가장 중요한 변별 도구로 사용된다.
20세기 이전에는 이런 부분이 큰 문제가 아니었다. 수학을 변별의 도구로 사용하고 인생에 필요한 논리적 사고 능력은 다른 과목을 통해 길렀다. 문해력(literacy)이라고 하는 것은 언어나 사회 또는 다른 과목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기를 수 있었다.
그래서 성인이 되어 학창 시절에 배운 수학을 전혀 써먹지 못해도 사는 데 지장이 없었다. 고등학교에서 힘들게 배운 미적분을 고교 졸업 뒤 단 한 번도 써먹은 적 없다고 주장해도 누구나 그러려니 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른 세상이 되었다. 21세기 4차 산업혁명 시대, 지식 정보화 사회를 넘어 지능 정보화 사회,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번쩍번쩍한 화두의 깊은 곳에 모두 수학이 자리하고 있다. 이른바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가 필요한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스마트폰 등장 이후 디지털에 의존하는 상황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수학이 일상화되고 있다. 이런 세상에서는 문제 풀이 기술이 수학의 전부일 수 없다. 엄청난 정보의 홍수 속에서 그들 사이의 관계를 연결하는 논리적인 사고 능력이 절실하다. 지금의 성인과 달리 자라는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 논리적인 사고 능력이 곧 경쟁력인 사회를 맞이할 것이다.
여태껏 보아왔듯이 교육은 평가에 전적으로 의존하므로 수학 교육의 성격은 수학 시험 문제의 성격에 달려 있다. 따라서 문제 푸는 기술을 요구하지 말고 왜 그런지 설명하는 능력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시험 문제가 바뀌어야 한다. 즉, 이등변삼각형의 각도를 구하는 문제보다 이등변삼각형의 두 밑각의 크기가 왜 같은지를 설명하는 문제가 필요하다.
사다리꼴의 넓이를 구하기보다 왜 사다리꼴의 넓이는 그렇게 복잡한 공식으로 구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전자에서는 문제를 풀어 답을 맞히는 재미밖에 누릴 수 없다. 그렇다면 수학은 점수에 울고 웃는 과목에 그칠 뿐이다. 후자에서는 왜 그런지 설명하는 과정을 통해 논리적인 연결 능력을 기르고, 의사소통하는 방법을 익히게 된다.
이로써 수학이 인생에 필요한 능력을 키워주는 과목임을 인식하게 되고 수학을 공부하고 싶은 내적 동기가 일어나는 것은 물론, 더 나아가서 수학을 좋아하게 된다. 지금과 같이 평가가 왜곡된 상황에서는 아이가 수학을 좋아하게 만들기가 쉽지 않다.
최수일 ㅣ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교육혁신센터장

스마트폰 등장 이후 디지털에 의존하는 상황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수학이 일상화되고 있다. 이런 세상에서는 문제 풀이 기술이 수학의 전부일 수 없다. 엄청난 정보의 홍수 속에서 그들 사이의 관계를 연결하는 논리적인 사고 능력이 절실하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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