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의 관계가 흐트러지거나, 부모님과 갈등이 생길 때, 혹은 남자친구, 여자친구와 다툴 때 의도와 다른 말이 튀어나오면서 안 그래도 성난 관계가 더 나쁘게 흘러간 적, 누구나 있을 것이다. 아무리 포털 사이트에 검색해서 조언을 들어도 그저 막막하기만 할 때, 내 입장이 아닌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기란 쉽지 않다.
이런 ‘관계 문제’에 직면한 사람에게 적극적 해결법을 제시해주고 마음을 다독여주는 관계전문가, ‘USTORY&좋은연애연구소’의 김지윤 소장을 만나봤다. 강연자에서 작가, 1인 미디어 운영자, 마인드 로직 ‘가상남녀’ 애플리케이션에 콘텐츠 디렉터로 참여 경험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Q. ‘USTORY&좋은연애연구소’가 어떤 곳인지 말씀해주세요.
USTORY(유스토리)와 좋은연애연구소 두 분야의 일이 다릅니다. 우선 USTORY에서는 기업 커뮤니티 강연을 위주로 하는데, 이성소통이 아닌 감성소통을 하는 방법을 강연합니다. 이성소통이란 전통적인 의사소통 방식의 일환으로 이야기의 옳고 그름을 이야기합니다. 감성소통은 이성소통의 반대 개념으로 상대방의 맥락, 나와의 차이를 이해하여 인간 대 인간으로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기업에서 감성소통에 대해 강연하는 것이 제 업무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죠. 좋은연애연구소에서는 대학 등에서 연애 강연을 하거나 책을 쓰는 업무를 담당합니다.
최근에는 ‘가상남녀’라는 애플리케이션에 콘텐츠 디렉터로도 참여해봤어요. 늦은 시간, 동성 또는 이성친구와 그날 있던 재미있는 일화, 나만이 품고 있던 소소한 비밀을 나누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가상남녀’는 소통하고 싶은 맘이 생길 때 언제 어디서든 나를 기다리는 친구와도 같은, 똑똑하고 위트있는 앱이랍니다. 가상의 남자친구, 여자친구와 교류하는 방식이기는 하지만 전반적인 의사소통의 방식을 알려주는 앱이라고 생각해주세요.
Q. 소장님이 등장하기 전, 대중에게는 소통 전문가라는 직업이 아주 생소했잖아요. 어떻게 이 일을 하시게 된 건가요?
제가 이 일을 시작한 지 햇수로 23년이 되었어요. 20여 년 전에도 이 직업이 있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제 직업은 필요에 의해 생겨난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동물행동전문가라는 직업도 20년 전에는 지금보다는 덜 알려진 직업이었지만, 반려동물과 생활하는 인구가 1400만 명을 넘은 지금 시대에는 아주 필요하고도 중요한 직업이 되었지요.
예전에도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은 당연히 존재했지만, 지금처럼 인권 감수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시대는 아니었어요. 그때 당연했던 것들이 지금 인권감수성 부족으로 논란을 빚기도 하지요. 좋은 인간관계를 맺는 방법은 학교에서 가르쳐주는 과목 같은 것이 아니다 보니, 대학에 가거나 회사에 입사하여 누군가와 다툼이 있을 때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방법을 알 수 없습니다.
이런 현실적인 문제와 여러 번 맞닥뜨리며 제 직업이 필요해졌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연애 강의로 시작했는데, 어느 날부터 회사에서 강연 요청이 많이 오더라고요. 연인과의 관계가 보편적 인간관계와 크게 다르지 않으니 직장관계의 예시를 만들어 기업에서 강연을 해주면 어떻겠느냐고요. 이런 식으로 분야를 확장하다 보니 관계전문가라는 지금 자리에 왔다고 생각해요.
Q. 소장님께서 하시는 일 중 대중들이 잘 모르는 일은 무엇인가요?
집안일, 워킹맘으로서의 이야기를 할 때 가장 놀라시더라고요. 강연을 하는 중에 ‘어제 김치통을 닦고 김장 김치를 정리했다’고 말하니 그런 일도 하시냐며 되물으시더라고요. 저는 집안일을 전혀 안 할 것처럼 보였나 봐요.(웃음)
Q. 강연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에피소드도 궁금해집니다.
임원만을 대상으로 한 기업 강연을 했을 때였어요. 나와는 다르게 수준 높은 교육만 받았을 듯한 사람들일 거라 생각하고 잔뜩 긴장한 채로 강연을 마치고 질문을 받았습니다. 포스트잇에 적어온 질문을 읽는데, 정말 10대 남자아이가 할 법한 질문인 거예요. 사내 채팅방에서 왜 내가 얘기한 뒤에는 아무도 답장을 하지 않는지, 아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는데 왜 답장이 없는지 하는 아주 귀여운 질문이었죠.(웃음)
Q. 커플을 연결해주거나 관계를 개선해주었을 때는 아주 보람 있을 것 같아요.
맞아요. 강연을 나갔다가 택시도 잡기 힘든 곳에서 다음 강연장으로 어찌 이동해야 할지 전전긍긍해하고 있었는데, 강연을 들으신 청자께서 역까지 차를 태워주셨어요. 너무 고마워서 명함을 드리며 제가 생각나는 일이 생기거든 연락을 달라고 말씀드렸더니, 딱 3년 뒤에 연락이 왔어요. 소개팅한 남성과 서로 호감을 확인했지만 차로 왕복 8시간이 걸리는 장거리 연애라 남자분이 미지근한 태도를 유지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너무 고마웠던 기억이 있었기에 열심히 이야기를 들어드린 뒤 바로 운전해서 남성분을 만나러 가라고 조언했어요. 남자가 먼저 다가오는 것을 기다리기보다 적극적으로 쟁취해야 한다는 것이 제 말의 요지였습니다. 남성이 먼저 호감을 표현해야 좋은 연애가 아닐까 생각하던 여성분은 자신의 틀을 깨고 상대 남성을 만나러 갔고, 결과는 아주 좋았어요.
Q. 에피소드 두 가지 중 전자는 거절, 후자는 만남의 시작을 예시하는 것인데요. 관계를 잘 유지해오던 상대가 나를 거절하거나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할 때 나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참 어려운 문제네요. 우리는 누군가 따돌림을 당했다고 하면 따돌림을 당한 사람에게서 문제를 찾으려고 해요. 거절을 당한 것만 해도 마음이 아픈데, 피해자에게 문제가 있다는 시선으로 더 상처를 주지요. ‘왜 따돌림을 시키는데?’가 아닌 ‘왜 따돌림을 당하는데? 성격이 까칠하대?’ 같은 질문들로요. 따돌림에 큰 이유는 없어요. 따돌림을 주도하기로 한 사람의 태도에서 이유가 생기죠. 이유를 찾는 시선을 피해자에게, 따돌림을 당하는 나에게 두지 말고 상대방에게, 따돌림 주도자에게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반대로 내가 친해지고 싶은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방법은요?
관심이 생긴 누군가와 친해지기 위해서는 그 사람을 많이 관찰해야 해요. 제가 고등학생 때, 반에서 친해지고 싶은 친구가 있었어요. 저는 키가 아주 작았고 그 친구는 키가 아주 컸어요. 반에서 키 순서대로 앉다 보니 저는 교실의 맨 앞에, 친구는 교실의 맨 뒤에 앉았어요. 마주칠 일이 많지 않아 친해질 기회가 없었죠(편집자 주: 이때는 한 반에 학생 수가 60명 정도로 아주 많았다). 당시에는 부모가 맞벌이하는 집이 많지 않아 대문 열쇠를 가지고 다니는 학생이 얼마 없었는데, 저희 부모님은 맞벌이셨어요. 어느 날인가 그 친구가 교실 뒤에서 열쇠를 묶은 끈을 손가락으로 돌리고 있는 거예요. “너도 열쇠 있어? 나도 열쇠 가지고 있는데”라는 제 말을 시작으로 친구와 떡볶이도 먹고, 지금까지 연락하는 30년 지기 친구가 될 수 있었어요.
또, 상대방의 관심사를 잘 파악하고 좋아하는 것을 알아내 같이 좋아해주세요. 내가 좋아하는 것을 같이 좋아해주는 사람, 너무 좋잖아요. 물론 다가가는 속도가 너무 빠르면 안 돼요. 조금씩 다가가야지, 확 다가가면 부담스러울 수도 있거든요.
Q. 사실 소장님은 8년 전에 한 교회에서 강연한 영상이 유명해지면서 방송 쪽으로도 발을 넓히게 되셨어요. 마치 비의 ‘깡’처럼 하나의 밈(Meme)으로 인기를 끌게 된 심경이 어떠셨어요?
운이 아주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저는 행운이 찾아왔을 때 그것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일주일에 최소 85시간에서 길면 100시간을 넘게 일했어요. 8년 동안 휴가도 제주도에서 잡힌 강연 겸으로 간 것 딱 한 번뿐이었습니다. 방송에서는 제 역량에 맞는 일만 주지 않잖아요. 제 역량의 130%에서 많으면 200%를 뛰어넘어야 하는 일을 주기도 해요. 그 일들을 모두 소화하기 위해 계속 노력했어요.
유명해지고 싶은 학생들이 있다면 이런 말을 해주고 싶어요. 방송 일을 하면 일하는 곳도, 만나는 사람도 달라집니다. 유명세를 얻으면 붕 뜬 기분이 들고, 내가 가졌던 일상이, 만나왔던 친구들이 시시해 보이는 감정을 느끼기도 할 거예요. SNS와 TV로 보고 동경하던 것들이 일상이 된 것처럼 느껴지니까요.
저는 그때 일상을 지키려고 노력했어요. 두 가지를 바꾸지 않았는데, 사는 동네와 친구들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붕 뜬 인기는 언젠가 가라앉게 되어 있어요. 이때 내가 살았던 동네, 친구들이 전부 바뀌거나 사라져 있다면 나를 지탱하던 것들이 사라졌다고 느낄 거예요. 화려한 곳에서 일하는 나와 원래의 일상을 살아가던 나를 분리하고 단순히 일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화려하게 보이는 일은 내 삶의 일부일 뿐이라고 생각해야지 그것에 마음을 빼앗겨버리면 안 된다는 것을 기억해두세요.
Q. 요즘 많은 아이들이 맞벌이 가정에서 자랍니다. 부모님과 조금 더 시간을 가지고 싶은데 부모님이 너무 바빠서, 혹은 말하기 부끄러워서 시간을 할애해달라고 요구하기 힘들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바쁜 부모들은 다 마음이 같을 거예요. 자식 때문에 일한다고 생각하죠. 그럴 땐 서로 바라고 원하는 부분이 다른 거예요. 엄마에게, 아빠에게 그런 마음을 표현하고 싶다면 직접적으로 말할 필요가 있어요. 카카오톡이나 문자로 ‘엄마, 요즘에 나한테 관심이 좀 없는 것 같아. 아빠,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게 뭔지 알아’ 같은 질문을 해보세요. ‘나 엄마랑 옷 사러 가고 싶어, 나 아빠가 오늘 몇 시까지 집에 와서 나랑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어, 엄마랑 어디 가고 싶어’ 이런 부탁을 해보는 거예요. 모든 부모의 대전제는 ‘자식을 사랑한다’는 마음가짐이랍니다. 아마 단순한 질문과 요구가 부모님의 마음을 두드릴 거예요.
Q. 친구를 사귀거나 연인관계를 맺게 되면 독점적 관계를 요구받는 일이 생기기도 하는데요. 이럴 때는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까요?
그 어떤 인간관계도 독점할 수 없고, 또 그래서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사회 속에서 살며 여러 사람과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지켜나갈 의무가 있어요. 그런 관계를 요구하는 사람이 있다면 시간을 정해주세요.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은 너무 막연하잖아요.
예를 들어 연인과 데이트하기로 약속했는데 친구와도 놀고 싶다면, 토요일 3시까지는 친구들과 놀 테니 5시부터는 너와 데이트하겠다고 이야기해보세요. 약속은 꼭 지키도록 하고요. 그렇게 관계를 잘 쌓아간 후에, 친구나 연인에게 나하고만 인간관계를 맺는 것은 네게도 좋지 않다, 다른 사람도 만나보는 게 어떨까? 라고 진심으로 조언해보세요. 느끼는 게 있을 거예요.
Q. 2015년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강의 ‘서로 잘 만지고 계신가요’에서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당신의 몸을 함부로 만지게 하지 말라’는 대목이 기억에 남아요. 상대가 나를 사랑한다는 것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말보다는 행동을 보는 게 좋아요. 시간 약속을 잘 지키는지, 연락을 받는 태도가 어떤지, 불만을 이야기했을 때 보여주는 태도 같은 것을요. 예를 들면 장난을 너무 심하게 쳐서 ‘그만하라’고 이야기했는데 바로 멈추는지 같은 것을 보세요. 내가 불만을 이야기하면 잘 수용하는지, 화를 내지는 않는지도 중요해요. 나를 중요하게 대하는지는 그런 행동으로 알 수 있어요. 스킨십도 내가 거절한다면 바로 멈출 수 있는 사람이 나를 정말 소중하게 대하는 사람이에요.
Q.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서 나를 지킬 수 있도록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은요?
자존감을 높이려면 작은 성취를 이루는 게 좋아요. 학생 때는 자연스레 성적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공부 외적인 것의 성취를 낮게 보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지 말고 공부 외적인 것에도 자신의 능력치에 가치를 부여해주세요. 사람들의 마음을 눈치 채는 능력, 타인의 말에서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 한 번에 이해할 수 있게 메시지를 잘 보내고, 답변을 잘하는 능력 등등…. 이 모든 것이 실제 사회생활과 인간관계에서 굉장히 중요한 능력이 되거든요.
Q. 수시를 지원하거나 아르바이트에 지원하다 보면 면접을 보는 경우가 생기잖아요. 면접관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노하우를 알려주세요.
첫인상은 비언어로 15초 이내에 결정된다고 봐야 해요. 면접관의 동공을 똑바로 쳐다보며 미소를 지으세요. 외모는 단정하게 꾸미는 것이 좋겠죠. 말의 끝마무리를 잘 맺으며 말하고, 면접관의 이야기를 들을 땐 고개를 조금씩 끄덕이는 여유를 보이는 것도 준비되었다는 인상을 줘요. 인사를 잘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또, 자칫 불량해 보일 수 있는 습관을 줄이세요. 잘 못 들었습니다, 라고 말해야 할 것을 ‘에’라고 습관적으로 대답하지 마세요. 고치기 힘들다면 바로 ‘죄송합니다. 습관인데 잘 고쳐지지 않네요’라고 하면 귀여워 보이는 효과를 줄 거예요.
Q. 1인 미디어, 강연자 등의 진로를 꿈꾸는 친구들이 많이 늘었어요. 이 친구들에게 대선배로서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다면요?
변화를 잘 받아들이는 융통성을 가지세요. 제가 22살에 강연을 시작해서 매체는 지금까지 계속 변해왔어요. 대면 강연에서 인터넷, TV, 유튜브, ZOOM, 현재는 애플리케이션 개발까지 여러 분야를 거쳤죠. 이 모든 것을 유동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다면 지금의 자리에 있을 수 없었을 거예요. 무엇보다 스스로의 틀에 갇혀선 안 돼요.
이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면 인간에 대해 깊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모든 사람이 공감하는 조언을 하고 싶다면 인간 자체의 니즈(Needs), 교집합을 찾아야 해요. 이때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지 못한다면 많은 사람이 들을 수 있는 강연은 하지 못하겠죠. 나와 정치적으로, 사상적으로 다르다고 해서 배척하지 않고 상대의 이야기를 들으며 설득할 방식을 생각해보세요. 심리공부를 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칼럼을 많이 읽으시고요. 이 모든 공부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보세요. 내가 풀어나갈 수 있는 나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어야 좋은 강연자가 될 수 있어요.
전정아MODU매거진 기자 jeonga718@modu1318.com
글 김나래 · 사진 손홍주 · 진행 전정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