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뭐 입지’ 하는 고민에 무심코 산 티셔츠 한 장. 그런데 이 얇은 면 티셔츠 한 장을 만들 때도 환경오염이 발생한다고?
오늘은 환경을 생각해서 ‘지구를 살리는 한 벌의 원피스’를 만드는 지속가능 원단 패션 디자이너를 만나 지속가능한 패션과 브랜드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도 물었다.
아름다움을 넘어 미래 세대를 생각한 패션
모든 산업 중 세 번째로 많은 환경오염을 발생시키는 산업이 바로 패션 산업이다. 이 중 75%는 원단을 제조하는 단계에서 발생한다. 면 티셔츠 한 장을 만드는 데는 2700리터의 물이 필요하며, 합성섬유로 만든 의류가 썩어서 분해되는 데는 200년이 소요된다. 이러한 패션 산업이 만드는 환경오염 문제를 줄이기 위해 대안으로 나온 것이 바로 지속가능한 패션이다.
지속가능한 패션에 활용하는 원단의 종류는 따로 정의돼 있지 않다. 원단을 만드는 단계부터 가공, 폐기 후 분해, 재활용까지 원단의 생애 주기에 친환경 방식을 접목하면 지속가능 원단으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같은 레이온 원단을 만든다 하더라도 화학적 공법을 적게 사용한다면 이 역시 지속가능 원단이다. 원단을 만들 때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은 땅에서 면이나 양모를 만들거나 화학약품으로 표백하지 않고, 독성이 적은 약품을 재사용해 수질오염을 줄이는 방식을 채택하는 것이 환경친화적인 섬유를 만드는 대표적인 방식이다.
과잉생산 원단 활용해 제조 단계 환경오염 줄여
지속가능 원단을 활용한 패션 브랜드 ‘바이어스웨어’는 다른 브랜드가 만든 원단 중 너무 많이 만들어져 남은 여유분을 활용해 옷을 만든다. 이로써 원단을 따로 만들지 않고, 제조 단계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을 줄이는 것이다.
또한 미세 플라스틱이 없어 땅에 묻으면 몇 주 안에 분해되는 천연 섬유, 물을 절약하기 위해 따로 원단을 염색하지 않은 원단을 사용한다. 또한 소비자가 바이어스웨어의 옷을 한 벌 구입했을 때 환경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수치로 나타낸 ‘지속가능성 발자국’도 만들었다. 평균적으로 옷 한 벌을 만들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와 사용하는 물, 버렸을 때 생기는 폐기물을 계산하고, 바이어스웨어의 옷을 샀을 때 줄이게 된 환경오염을 비교해서 알려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바이어스웨어의 랩 원피스를 샀다면 4.2kg의 이산화탄소와 280g의 폐기물을 절감하고 180L의 물을 절약한 셈이 된다.
■ 지속가능 원단 패션 디자이너가 말하는 직업 이야기
“불편한 점을 찾아 해결하려는 태도, 어설퍼도 하나를 완성하는 자세가 필요해”
바이어스웨어 이현진 대표
Q. 의상디자인을 전공하지 않고도 지속가능성을 생각한 패션 브랜드를 창업하게 됐다. 그 계기가 궁금하다.
기후 변화와 환경 문제는 이제 모든 사람이 피부로 느끼는 이슈다. 원래 패션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지속가능성 패션에 대해서도 고민해보게 됐다. 사실 패션 업계에 재생 원단을 활용하는 브랜드가 없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모두 가격이 만만치 않고 디자인 또한 너무 간결해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좁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쉽게 소비할 수 있는 가격대를 정하고, 그러면서도 드레시한 상품을 내놓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다.
Q. 바이어스웨어 제품만의 특별한 장점이 있을 것 같은데.
먼저 지속가능한 패션은 싸게 사서 빨리 버리는 ‘패스트 패션’과는 반대 개념이다. 디자인을 할 때도 어떤 디자인이 오래, 질리지 않고 입을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래서 랩 원피스와 셔츠 원피스, 블라우스와 스커트 투피스처럼 실용적이면서도 클래식한 디자인으로 주력 상품을 제작 하고 있다. 핏 역시 자연스러움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어디 하나 조이는 곳 없이, 그러면서도 길고 늘씬하게 보이도록 패턴을 몇 번이고 수정했다.
Q. 창업 1년이 넘어가며 서서히 좋은 반응이 보이겠다.
지난여름에는 백화점에서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아직 성장 중인 브랜드인데도 일부러 멀리서 찾아와주신 분들이 있어서 참 보람 있었다. ‘내가 잘하고 있는 건가’ 생각이 많을 때였는데, 고객님의 피드백과 반응에 큰 힘을 얻었다.
Q. 지속가능 원단을 활용할 때 디자인에 제약은 없었나?
원단의 경우 베트남과 캄보디아 등 여유분을 많이 확보한 동남아 공장을 찾아 협약을 맺고, 원단을 배송할 때도 공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완제품 역시 해당 공장에서 만들고 있다. 단점이라면 이미 만들어진 원단의 남은 부분만 쓰기 때문에 그 여유분을 모두 사용하면 리오더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인기가 좋은 상품이어도 품절되면 더 이상 구할 수 없다. 아직은 구상 단계지만, 우리 브랜드 내에서도 순환 소비를 할 수 있도록 더 이상 입지 않는 자사 제품을 수거해서 원단을 활용하는 방법도 생각 중이다.
Q. 지속가능성이라는 것은 좋은 의도만큼 기존의 방식과는 다른 점이 많다.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진로를 생각한다면 어떤 자질이 필요할까?
불편한 것과 귀찮은 것을 해결하려면 발품을 팔고 노력해야 한다. 문제 해결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여러 브랜드에서 지속가능한 활동을 공개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잘 보여주고 있으니 늘 찾아보고, 지속가능성에 대한 커뮤니티에 가입해 남들은 어떻게 실천하고 있는지 공부하는 것이 좋다.
Q. 마지막으로 패션 브랜드 CEO로서 같은 꿈을 품은 친구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워낙 패션에 관심이 많아서 대학생 때 로드숍부터 편집 숍, 백화점을 다니면서 많은 옷을 입어봤다. 일주일에 2~3번은 꼭 시장조사하듯 다녔다.(웃음) 중요한 것은 내가 살 수 없는 가격대의 브랜드도 많이 접해봐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보는 눈이 높아진다. 많이 입어보고, 또 실패하면서 이 과정을 겪어야 본인의 스타일, 취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전정아MODU매거진 기자 jeonga718@modu1318.com
글 전정아 · 사진 손홍주, 바이어스웨어 · 장소 협조 센트 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