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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MODU DREAMER] ‘곤충 덕후’에서 청소년 사업가로, 맞춤형 곤충사료로 미래를 빛내다!

등록 2020-11-03 16:55수정 2020-11-03 17:45

곤충 맞춤식 사료를 생산하는 억대 연매출 사업가. 정체는 완주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칠명바이오’ 공희준 대표다. 그는 3년간의 연구 끝에 독자적인 방식으로 만든 곤충사료를 세상에 내놓았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주최한 창업경진대회인 ‘도전 K-스타트업 2018’에서 장관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올린 것이다. 소문난 곤충 사랑으로 창업에 뛰어들어 이제는 어엿한 기업인으로 남다른 행보를 보이는 그를 만났다.
칠명바이오 공희준 대표. 사진 공희준 제공
칠명바이오 공희준 대표. 사진 공희준 제공

Q. 먼저 ‘칠명바이오’ 기업 소개를 부탁할게.

A. ‘칠명바이오’는 곤충이 먹는 사료를 개발하는 기업이야. 이 사료로 키운 곤충을 활용해 반려동물 영양제를 만들기도 하고, 다양한 동물의 간식과 사료를 생산하고 있지. 고등학교 1학년 때 기업을 설립해서 사료 제조와 개발부터 시작해 식품 사업부 기획, 인사, 경영 등 전체 사업부를 총괄하고 있어.

Q. 곤충사료 생산 업체라니 생소한데, 직접 기업을 설립하게 된 계기가 뭐야?

A. 내가 키우는 곤충이 먹는 사료를 만들어보고 싶어서! ‘도전 K-스타트업 2018’에서 수상하면서 창업을 결심하게 되었어. 잎새버섯을 재배하고 버려지는 폐 균상(버섯의 뿌리가 내리는 톱밥인 배지에서 버섯을 최종적으로 수확하고 난 뒤 버려지는 것)을 활용한 곤충 사료를 개발했는데, 이때 받은 상금 1억으로 종잣돈을 마련할 수 있었지. 대회가 끝나고 사업자 등록 후에 생산 설비를 마련해 바로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어.

Q. 현재까지 개발한 제품에는 어떤 것들이 있어?

A. 곤충이 먹는 사료 ‘라바푸드’가 대표적이야. 그 외에도 반려동물 영양제 ‘아프지말개’와 반려동물 수제간식 브랜드 ‘통크개 한상’ 등이 있어. 곤충사료를 제조하다가 우리 집 강아지, 고양이도 먹을 수 있는 사료를 만들고 싶어서 반려견, 반려묘 사업을 확장했어. 나는 곤충을 비롯해 토끼, 고슴도치, 햄스터, 거북, 도마뱀, 물고기 등 많은 동물과 함께 자라왔거든. 그래서 지금은 모든 동물을 먹일 수 있는 사료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

Q. 많은 동물 중에서도 특히 곤충의 먹이에 관심을 가진 이유가 궁금한데? 예를 들면 어려서부터 지독한 ‘곤충덕후’였다든지.(웃음)

A. 사실 나는 곤충을 유별나게 좋아한 건 아니었어. 중학교 1학년 때 같은 반 친구가 뜬금없이 “곤충 키워볼래?”라고 하면서 건네줬던 게 내 곤충 사랑의 시작이었지.(웃음) 당시 중학생 용돈으로 ‘좀 더 저렴하게 많은 곤충을 기를 수 없을까?’라는 막연한 생각에 곤충사료를 직접 개발하기 시작했어. 그러곤 점점 빠져들어서 중학교 2학년부터는 아예 곤충사료의 성능을 연구하기 위해 실험용 곤충을 키우는 수준까지 발전했지.

Q. 오랜 시간 혼자 곤충사료를 개발하면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을 것 같아. 모르는 것에 부딪히면 어디서 도움을 받았어?

A. 인터넷 검색으로 논문이나 사례를 최대한 많이 수집했어. 도움을 청할 데가 마땅치 않아서 주변 곤충 마니아들의 경험담에 의지했지. 비용은 생각보다 많이 들지 않았어. 한 번 실험하는 데 톱밥 60L가 5000원, 첨가물이 1~2만 원 정도였으니까. 그렇게 집에서 실험을 한 30번도 넘게 반복했던 것 같아.

Q. 역시 엄청난 노력이 있었구나. 곤충사료가 만들어지는 원리는 뭐야?

A. 모든 사료의 개발 원리는 비슷해. 우선 사료를 먹는 동물에 대해 공부해. 야생에서 어떤 음식을 먹고 사는 동물인지, 어떤 생활습관을 보이는지 말이야. 그리고 그 먹이에 대해 조사하는 거지. 예를 들어 다람쥐의 먹이를 만든다고 하자. 다람쥐는 딱딱한 도토리 같은 열매류를 먹는데, 이는 대부분 탄수화물로 구성되어 있어. 그렇다면 주요 영양공급원이 탄수화물이면서도 단단한 형태의 사료를 만들어야 최대한 도토리와 비슷한 먹이가 만들어지겠지. 이런 식으로 영양성분과 사료의 형태, 동물의 입맛까지 고려해서 사료를 만들면 돼. 생각보다 간단하지?

생산공장에서 발효과정을 거쳐 탄생한 곤충사료 샘플. 사진 공희준 제공
생산공장에서 발효과정을 거쳐 탄생한 곤충사료 샘플. 사진 공희준 제공

Q. ‘라바푸드’도 이런 과정을 거쳐 탄생했겠네.

A. ‘라바푸드 7’은 왕사슴벌레를 위해 만들어진 제품이야. 왕사슴벌레는 딱딱하고 덜 썩은 나무에서 주로 채집되거든. 이런 왕사슴벌레의 특성과 생나무에서 인위적으로 화학변화를 조성해 곤충에게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발효톱밥’의 개념을 조합했지. 영양소와 품질 안정화를 유지하면서도 ‘딱딱한’ 톱밥을 만들겠다는 목적으로 하드우드(활엽수)로 구분되는 벚나무를 사용했어.

Q. 사료를 한번 개발하면 그게 끝이 아니라며?

A. 맞아. 단순히 사료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더 좋은 상태로 개선하려고 해. 현재도 ‘라바푸드’ 개선 작업에 머리가 아파. 사료를 발효하고 완성하는 시간이 두세 달가량, 또 적용실험이 두 달 정도 걸리다보니 한 번 개선할 때 적어도 다섯 달이 소요돼. 만약 실패하면 막대한 시간을 허비하게 되는 셈이지. 하루하루가 금같이 소중한 스타트업에는 큰 애로사항이야.

Q. 아직 2년 차 스타트업이지만, 희준이의 단단한 신념으로 지금까지 잘 이끌어올 수 있었던 것 같아. 민감한 질문일 수 있겠지만 매출은 어느 정도인지 말해줄 수 있어?

A. 올해 6월부터 현재 기준으로 월 1500에서 2000만 원 정도? 아무래도 우리 회사에 새로 고용하는 인력이 늘어날 때 사업성과를 실감하는 것 같아. 당연히 아직도 작은 기업이지만, 이제는 그렇게 작은 기업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가장 보람차고 힘이 되는 순간은 아무래도 월급날이겠지.(웃음)

Q. 한편으로는 청소년 신분으로 한 기업을 경영하면서 많이 힘들 것 같아. ‘학생’ 공희준과 ‘사업가’ 공희준 역할을 모두 해내려면 말이야.

A. 전부 다 완벽히 할 수는 없으니, 둘 중 하나에 어느 정도 중점을 둬야 해. 나는 학업보다는 사업에 집중했어.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는 학교를 정상적으로 다니다가 3학년부터는 일이 너무 바빠져서 아침 조회만 하고 조퇴했어. 그리고 완주에 있는 본사에 갔다가 전주 사무실에서 정신없이 일하고, 요리 학원과 헬스장을 거쳐서 사무실에 갔다 집으로 돌아오는 일상을 반복했지.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수업이 길어져서 출석일수는 전부 채울 수 있었어.

Q. 그래도 곧 있으면 이 생활을 졸업하겠네! 내년에 스무 살을 앞두고 있잖아.

A. 현재 3개 대학에 원서접수를 완료한 상태야. 스무 살에는 더 재밌는 일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 그리고 성인이 되면 업무에 제약이 풀려서 그동안의 번거로움이 해소되기를 바라고 있어. 법무, 세무 처리에 미성년자가 불가능한 부분이 있어서 불편했거든. 일단 가장 해보고 싶은 건 인감증명서를 혼자 발급받는 것!(웃음)

'라바푸드'를 먹고 무럭무럭 자란 곤충의 무게는 정밀 전자저울로 측정한다. 사진 공희준 제공
'라바푸드'를 먹고 무럭무럭 자란 곤충의 무게는 정밀 전자저울로 측정한다. 사진 공희준 제공

Q. 나중에 출시할 예정이거나 새롭게 구상하고 있는 아이템도 있어? 살짝만 귀띔해줘.

A. 곤충을 활용한 숙취해소제를 개발하고 있어. 곤충 식품을 개발하는 과정의 첫 단계를 숙취해소제로 정했고, 이후로 더 다양한 건강기능식품으로 확장해나가고 싶어. 우리 기업의 가장 큰 관심사가 ‘곤충 건강식품’이거든.

Q. 오, 마침 곤충이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는데, 식용곤충 사업에도 관심이 있는 거야?

A. “곤충사료 제조 기술을 아프리카나 개발도상국에 전달해 식량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라고 예전에 말한 적이 있어. 하지만 곤충을 생산하기 위한 사료가 생각보다 비싸고, 설비를 유지하는 비용이 많이 들어가서 ‘가성비’ 측면에서는 식용곤충을 핵심 식량으로 보기가 아직 일러.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아프리카 창업대회’에 도전해보기도 하면서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시도는 꾸준히 하고 있어.

Q. 멋지네. 희준이가 바라는 최종 목표이자 꿈이 있다면?

A. 예전부터 종자 연구원이 되고 싶었고, 지금도 여전히 그 꿈을 가지고 있어. 나는 국내 곤충 종자를 보존하고, 반대로 외국에 있는 종자를 발굴해서 국산화하고 싶어. ‘칠명바이오’와 함께 성장해나가며 꿈을 이룰 수 있길!

Q. 앞으로 ‘칠명바이오 공희준 대표’를 롤모델로 삼을 청소년이 늘어날 듯해. 마지막으로 창업을 꿈꾸는 친구들에게 선배로서 해줄 말이 있다고?

A. ‘마이크포틴엔터테인먼트’라고 들어봤어? 청소년에게 창업 컨설팅을 제공하고, 펀딩을 통해 제품을 론칭할 수 있도록 돕는 MCN(다중채널네트워크)인데, 실은 내가 설립한 회사야.(웃음) 내가 청소년 신분으로 느꼈던 고충을 다른 친구들은 겪지 않았으면 해서. 그러니 어려움이 있다면 내게 연락줘. 창업에 대한 강한 의지, 그리고 나만의 아이템만 있다면 언제든 환영이야!

이은주 MODU매거진 기자 silver@modu1318.com

글 이은주 ‧ 사진 공희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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