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미쉘 바스키아의 회화와 드로잉, 조각, 세라믹, 사진 등 150점의 작품을 거리, 영웅, 예술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본 회고전이 열렸다. 지하철 벽에 스프레이로 그래피티를 휘갈기던 10대 소년에서 미술계의 주목을 받는 천재 화가가 되기까지. 보는 것에 대한 새로운 방식을 창조하며 불꽃 같은 삶을 살았던 그의 예술 세계로 들어가 보자.
■ 전시 정보
기간 2021년 2월 7일(일)까지
시간 10시 30분부터 20시까지(마지막 예약 회차 오후 18시 30분, 입장 마감 19시)
장소 롯데뮤지엄
요금 성인 1만5000원, 청소년 1만3000원
쓰고 지우는 예술의 에너지
자동차와 비행기, 심플한 얼굴로 가득한 바스키아의 작품은 아이들 그림처럼 유치하고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 무질서하게 휘갈긴 단어가 뒤섞이며 긴장감이 높아지고, 시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구성에 미술계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바스키아의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는 텍스트와 자유로운 드로잉은 뉴욕의 번잡한 거리를 묘사한 이 작품에서도 에너지를 뿜어낸다.
진정한 영웅이 된 ‘유색 인종’
바스키아가 처음으로 로스앤젤레스로 여행을 갔을 때 그린 그림이다. LA 가고시안 갤러리에서 열린 바스키아의 첫 개인전에서 선보인 작품이다.
여러 개 나무판자를 이어 붙이고 이등분한 화면에는 각기 다른 이야기를 담았다. 검은색 왕관을 쓴 유색 인종 영웅, 저울을 든 사람, 천사의 모습이 위 화면을 메웠고, 아래 화면에는 타르와 깃털로 붉게 물들인 잔인한 공격성을 표현했다. 이는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진정한 영웅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 것이다.
생사를 넘나든 사고에서 얻은 영감
거대한 팔로 악당을 무찌르는 만화 캐릭터 ‘뽀빠이’의 ‘무쇠 팔(Bracco di Ferro)’의 골격과 근육, 힘줄의 움직임을 거칠고 자유롭게 표현한 작품.
바스키아의 가장 어린 시절 기억은 만 7세에 차에 치여 큰 사고를 당했던 장면이다. 그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해부학적 인체 모습과 내장 기관, 팔과 다리의 형태는 그 교통사고와도 연관이 있는데, 큰 수술로 장기간 병원에 입원하며 어머니가 선물한 해부학 입문서로 뼈와 장기, 근육 등 해부학 지식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이다. 이후 그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해부학 드로잉을 보면서 인체에 대한 이해를 넓혔고,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을 뼈와 해골, 신체기관으로 풀어냈다.
너무나 ‘이상적인’ 유작
1982년 바스키아는 팝아트 거장 앤디 워홀과 만난다. 바스키아의 천재성을 알아본 워홀은 함께 예술적 교감을 나누며 공동 작업을 할 정도로 친밀해진다. 하지만 1987년, 수술 합병증으로 워홀이 죽자 바스키아는 큰 상실감을 느끼며 은둔 생활을 시작했고, 이후 1988년 약물 과다로 죽음에 이른다.
이 작품은 바스키아의 말기 작품으로, 1988년 마지막 개인전에 전시된 것이다. 바스키아 작품 속 특징인 유색 인종, 로고, 실험적인 단어, 비유와 상징이 한 번에 나타난다. 작품의 제목인 ‘Victor 25448’은 승리를 의미하지만 대조적으로 작품 속 인물은 패배한 듯하다. 유색 인종이 겪는 잔혹한 현실, 앤디 워홀의 죽음에 슬픔에 빠진 바스키아 자신을 나타낸다. 마치 다가올 자신의 죽음을 예견한 듯하다.
상징과 은유로 시대에 저항했던 예술가, 장 미쉘 바스키아
Henry Geldzahler : What is the subject matter of your work?
Jean-Michel Basquiat : Royalty, Heroism, and the Streets
1960년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난 장 미쉘 바스키아는 어린 시절 어머니와 함께 미술관을 다니며 수많은 명화를 감상하고, 미술사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쌓아왔다.
1977년부터 친구 알 디아즈와 함께 ‘흔해 빠진 낡은 것(SAMe Old shit)’이라는 뜻을 담은 그래피티 그룹 ‘SAMO©(세이모)’를 결성해 주목을 받았던 그는 이후 대규모 그룹전을 통해 본격적으로 자신의 작품을 대외적으로 선보였다. 신인 아티스트로 급부상한 그의 작품은 개인전에서 하루 만에 모든 작품을 팔았을 정도.
바스키아는 생을 마감하기까지 8년간 약 3000점의 작품을 남겼다. 어린아이처럼 자유분방한 화법, 이질적이고 거친 이미지를 혼합한 독특한 방식으로 세계의 사랑을 받아온 그의 작품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작가 제프 쿤스, 데이비드 호크니를 뛰어넘는 최고 낙찰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장 미쉘 바스키아 · 거리, 영웅, 예술> 전시장에서는 바스키아와 앤디 워홀의 협업 작품도 만날 수 있다. 미술관 방문이 어려운 관람객을 위한 언택트 교육 프로그램도 온라인으로 제공되고 있으며, ‘엑소’ 찬열과 세훈의 목소리로 듣는 전시 가이드는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통해 들을 수 있다.
전정아MODU매거진 기자 jeonga718@modu1318.com
글 전정아 · 사진 제공 롯데뮤지엄

New York, New York, 1981, Acrylic, oil stick, spray paint, silver spray paint, and papercollage on canvas, 128.3×226.1cm © Estate of Jean-Michel Basquiat. Licensed by Artestar, New York

Untitled (Yellow Tar and Feathers), 1982, Acrylic, oil stick, crayon, paper collage, andfeathers on joined wood panels, 245.1×229.2cm © Estate of Jean-Michel Basquiat. Licensed by Artestar, New York

Untitled (Bracco di Ferro), 1983, Acrylic and oil stick on canvas mounted on woodsupports, 182.9×182.9cm © Estate of Jean-Michel Basquiat. Licensed by Artestar, New York

Victor 25448, 1987, Acrylic, oil stick, wax, and crayon on paper laid on canvas, 182.9×332.7cm ©Estate of Jean-Michel Basquiat. Licensed by Artestar, New York

Photo © Dmitri Kasterine. All Rights Reserved. Artwork © Estate of Jean-Michel Basquiat. Licensed by Artestar, New York

사진 제공 롯데뮤지엄

사진 제공 롯데뮤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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