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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대야에도 물오리들 동동동

등록 2006-01-22 17:16수정 2006-01-23 13:56

얼음 언 강물 위에 동동동 물오리들

안녕, 물오리들아!

동동동 물에 뜨는 오리를 만들어 볼까? 집에 굴러다니는 스티로폼 포장 그릇을 오리 모양으로 오려서는 그리고 싶은 오리대로 색칠해. 물에 번지지 않게 유성 컬러 펜으로 칠해야 해. 도서관에서 새 도감이랑 겨울철새가 나온 책을 빌려서 보고 그리면 돼. 다 그렸으면 물 위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못을 발처럼 배 밑에다 한 개 꽂아 주면 동동동 오리들이 우리 집 목욕탕에서 떠다녀. 청둥오리 한 쌍, 넓적부리 한 쌍, 쇠오리 한 쌍, 흰죽지 한 쌍이 동동동 둥둥둥. 찰랑찰랑 파도를 만들어도 끄떡없이 동동동 둥둥둥. 조금 지나니까 어, 끼리끼리 짝짓기도 하네. 우리 진짜 물오리 보러 가자. 우리가 그린 물오리들을 만날 수 있을까?

우리집 대야에도 물오리들 동동동
우리집 대야에도 물오리들 동동동

겨울철새인 물오리들을 보러 가려면 쌍안경이 필요해. 그래서 벼룩시장에 들렀지. 배율이 많이 높지 않아도 되니까 쉽게 초점이 맞춰지고 넓게 보이고 흔들리지 않는 쌍안경을 골랐어. 그리고 삼각대로 받칠 수 있는 고정 장치가 있는 걸 골랐지. 우리가 보려면 삼각대 같은 데다 받쳐야지 그냥 들고 보는 건 힘들거든. 별로 비싸지 않게 꽤 괜찮은 쌍안경을 살 수 있었어. 마음씨 넉넉한 아저씨는 그 가격에서도 2000원을 그냥 깎아 주시는 거야. 그래서 우리는 따끈따끈한 풀빵 2000원어치를 사먹으면서 물오리들을 만나러 갔지.

얼음 언 강물 위에 동동동 물오리들이 떠다니고 있어. 안녕, 물오리들아!

머리를 낮추고 엎드려서 살금살금 물오리들을 보러 갔어. 오리들은 무척 예민하고 사람보다 훨씬 더 잘 볼 수 있으니까 오리걸음으로 종종종 조심조심 다가가야 해. 옷도 눈에 잘 띄지 않는 색으로 입어야 하고 말이야. 새들이 놀라지 않게 몰래몰래 다가가야 해.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청둥오리, 오리 가운데 가장 작고 꽁지 노란 색이 유난히 눈에 띄는 쇠오리, 부리가 넓적한 넓적부리, 꼬리 깃이 길고 뾰족한 고방오리. 고방오리들을 가장 많이 볼 수 있었어. 암컷들도 옆에서 떠다니는데 색깔이 엇비슷해서 누가 누구인지 잘 모르겠어. 이 오리들은 모두 강물 위에 떠서 머리만 대고 먹이를 걸러먹거나 머리를 물 속에 박고 먹이를 찾는 오리들이야. 고방오리는 꽁지를 강물 위에 삐죽 그리곤 두 다리를 버둥버둥, 넓적부리는 넓적한 부리로 연신 휘휘휘 강물을 휘저어. 지난해엔 물 속으로 쑉 재빠르게 잠수해서 먹이를 잡는 비오리나 흰죽지도 많이 보였는데 어디를 가셨나? 이번엔 만날 수 없었지. 쑉 들어갔다 어디서 다시 쓕 나올지 찾아보기 하려 했는데 아이, 아쉬워. 여섯 살 단이는 자기가 집에서 그린 꽁지가 노란 쇠오리를 보고는 단박에 “쇠오리다!” 하고는 아주 친한 동무라도 만난 듯 반가워해.


어디, 오리 깃털이라도 떨어져 있을까? 겨울 강바람이 따끔따끔 그래도 즐거웠지. 겨울 바람을 가르며 타다닥 강가를 뛰어다니고, 바스럭부시럭 마른 풀 더미 속을 헤치고 강 언덕을 오르락내리락. 고랑에는 얼음이 꽁꽁꽁. 햇빛에 녹아서 약간은 질퍽거리는 얼음 위를 타바타박 처벅처벅. 노느라고 깃털 찾는 것도 까먹고 새 보는 것도 까먹고 얼음 위에서 미끄러져 엉덩방아 쿵! 오리들이 놀라서 그만 퍼드덕퍼드덕 저리로 날아가 버렸어. 오리들아, 미안해!

집으로 돌아와서는 주워온 깃털을 종이에 멋지게 끼웠어. 솜처럼 포슬포슬한 깃털, 크고 억센 깃털, 알록달록 점무늬 깃털, 멋진 선 무늬 깃털, 반짝반짝 예쁜 색깔 깃털. 여러 가지 깃털, 물오리들 깃털. 오리들아, 또 만나자. na-tree@hanmail.net

※붉나무가 물오리를 보러 간 곳은 서울 응봉역 바로 옆 중랑천 하구였어요. 쌍안경은 동대문운동장 풍물(벼룩) 시장에서 3만8000원에 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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