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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6% 소금물과 8% 소금물을 더하면 14%가 된다나?

등록 2020-11-30 17:17수정 2020-12-01 02:36

연재ㅣ최수일의 ‘웃어라 수포자’

현재 사용하는 6학년 교과서에는 백분율 공식을 명시적으로 제시하지 않고는 있지만 작년까지 사용한 교과서에는 ‘비율에 100을 곱한 값’이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 이전에 사용하던 교과서 중에는 ‘(백분율)=(비율)×100’이라고 공식으로 제시했던 적도 있습니다.

중학교 1학년 수학 수업을 참여 관찰한 적이 있습니다. ‘6%의 소금물 100g에 8%의 소금물 100g을 더하면 몇 %의 소금물이 되는가?’를 묻는 문제였습니다. 모둠 활동을 통해 4명씩 의논한 결과 발표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7개의 모둠에서 무려 2개 모둠이 14%라는 답을 내놓았습니다. 왜냐고 물었더니 설명하더군요. “더했으니까요!”

모든 수학 공식엔 다 이유가 있다. 그 이유를 이해하지 않고 공식만 외우는 공부의 한계는 빤하다. 응용을 할 수가 없다. 공식을 암기해도 곧 까먹는다. 게티이미지뱅크
모든 수학 공식엔 다 이유가 있다. 그 이유를 이해하지 않고 공식만 외우는 공부의 한계는 빤하다. 응용을 할 수가 없다. 공식을 암기해도 곧 까먹는다. 게티이미지뱅크

백분율 개념이 이처럼 부족한 것은 비율 개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백분율 개념을 비율 개념과 연결하지 못한 탓입니다. 그리고 백분율을 구하는 공식을 무조건 암기하게 되면 비율 개념은 절대로 생기지 않습니다.

비율도 공식이 있습니다. ‘비율=비교하는 양/기준량’입니다. 비율은 두 수의 비를 가지고 구합니다. 비를 표현하는 방법은 (비교하는 양) : (기준량)입니다. 두 수의 비에서 앞에 쓰는 것이 비교하는 양이고 기준량은 뒤에 씁니다.

대학 입학 경쟁률이 3 : 1이라는 것은 1을 기준으로 3배가 지원했다는 뜻입니다. 이것을 1 : 3으로 잘못 쓰게 되면 기준이 3인데 1이 왔으니 미달로 바뀌는 어처구니가 없는 사태가 벌어집니다. 실제 거리를 1/500로 축소한 지도의 축척은 1 : 500일까요, 500 : 1일까요? 1 : 500입니다.

우리가 날마다 움직이는 속력을 생각해 봅시다. 속력이라는 것은 빠르기를 말합니다. A라는 사람이 30분(0.5시간)에 2㎞를 걸었다면 속력은 2를 0.5로 나누어야 할까요, 0.5를 2로 나누어야 할까요?

각각을 계산하면 2/0.5=4이고, 0.5/2=0.25입니다. 이것만 가지고는 뭐가 맞는지 판단하기 곤란할 것입니다. B라는 사람이 0.5시간에 3㎞ 걸은 경우에 대해서 두 가지 계산을 하면 3/0.5=6이고, 0.5/3=0.17이 나옵니다. B가 빠르다면 수치도 크게 나와야 하니 움직인 거리를 시간으로 나눠야 일관성이 있기 때문에 ‘속력=움직인 거리/시간'으로 계산하는 것이 타당한 것입니다.

도로표지판 중 경사도를 나타내는 것이 있습니다. 10%가 무슨 뜻일까요? 10%를 10/100이라는 비율로 보면 가로로 10을 갈 때 세로로 100을 가는 걸까요, 세로로 10을 갈 때 가로로 100을 가는 걸까요? 수학 공식에서는 경사도, 즉 기울기는 ‘세로/가로’로 정의하고 있지만 왜 그런지를 따져 물어야만 기울기 개념이 생기는 것이지요. 따지는 것은 독자에게 남깁니다.

이렇듯 모든 수학 공식엔 다 이유가 있습니다. 그 이유를 이해하지 않고 공식만 외우는 공부의 한계는 빤합니다. 응용을 할 수가 없습니다. 공식을 암기해도 곧 까먹습니다. 장기 기억으로 남을 확률이 적어지니 얼마나 낭비인가요? 그리고 결정적인 것은 이렇게 공부하는 사람은 수학을 싫어한다는 점입니다.

최수일 ㅣ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교육혁신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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