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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수학 공부가 쓸모없다는 아이들 말이 맞다

등록 2021-01-04 16:47수정 2021-01-05 12:14

연재ㅣ최수일의 ‘웃어라 수포자’

최근 수학·과학 성취도 국제비교 연구(TIMSS·팀스) 시험 결과가 발표됐고, 지금까지 20년 이상 발표된 결과와 조금도 다를 바가 없었다. 우리나라 아이들의 인지적인 수학 점수는 이번에도 세계 최상위권이었고, 반대로 수학에 대한 흥미도는 이번에도 세계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수학 점수는 높지만 수학을 좋아하지는 않는 기현상이 해결되지 않고 있는데, 교육부는 심층적으로 연구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도대체 20년 이상 연구를 했는데도 결론을 얻지 못했다면 이것은 정상이라 할 수 없다. 그것도 모자라 수학교육 종합계획은 세번씩이나 세워서 10년이나 실행했는데도 효과가 없다면 정말 잘못된 계획의 반복에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수학의 중요성을 모두가 강조하고 있지만 처방다운 처방은 찾아보기 어렵다. 게티이미지뱅크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수학의 중요성을 모두가 강조하고 있지만 처방다운 처방은 찾아보기 어렵다. 게티이미지뱅크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수학의 중요성을 모두가 강조하고 있지만, 처방다운 처방은 찾아보기 어렵다. 수학 이수단위, 곧 공교육에서 수학 수업 시간을 늘리라든가 ‘인공지능 수학’ 교과를 만들라는 등 수학계의 요구대로 뭔가의 움직임이 있는 것이 오히려 걱정이다. 수학은 그런 것으로 좋아지지 않는다. 이런 판국에 팀스 결과 발표는 우리나라 수학교육 정책의 허점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수학을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인공지능 수학’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수학을 왜 배우는지 모르겠다!” 수학 공부가 싫거나 지겨운 아이들 입에서 흔히 나오는 말이다. 나도 교직 초기에 수학이 인생에 중요하다고 아이들을 설득하곤 했다. 학기 초 첫 시간은 진도를 곧바로 들어가지 않고 수학 공부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으로 진행했다. 수학을 배우는 목적과 수학의 유용성을 들어 수학 공부를 역설했지만, 항상 돌아오는 반응은 싸늘했고, 나는 애써 그런 반응을 외면했다.

그러다가 언젠가부터 수학의 유용성이나 내적인 가치로 설득하는 것을 포기하고 본격적으로 입시로서의 수학만 강조했다. 학교를 떠나 시민단체 활동을 통해서 이제야 비로소 아이들을 설득할 수 있는 방안, 즉 수학이 왜 필요한지를 깨닫게 할 수 있는 답을 찾았지만, 놀랍게도 그것은 교사의 직접적인 설명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아이들 스스로의 경험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발견한 것만 해도 다행이다.

유튜브 등에서 수학자나 수학 교사들이 아이들을 설득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사실 그런 설득에 동의하는 아이들은 이미 수학을 좋아하는 아이들이다. 수학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런 방송을 좋아하고 접하게 되는 것이지, 이미 수학이 싫어진 아이가 그런 말을 듣고 있을 턱이 없다. 하루 몇십개의 수학 문제를 꾸준히 풀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수학 실력이 좋아진다는 강의가 빗발치지만, 설사 그렇게 해서 수학 점수는 오른다 쳐도 수학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수학을 좋아하게 되는 계기를 발견한 것은 나에게 행운이었다. 문제풀이 훈련보다 개념적인 이해를 충분히 하도록 강조했고, 자기 힘으로 개념적인 학습을 경험한 아이들 입에서 저절로 수학이 좋다는 반응이 나왔다. 수포자가 외쳤다. “수학이 이런 거였어요?” “수학은 정말 필요한 거로구나!”

최수일 ㅣ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교육혁신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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