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봇’의 시대가 열렸다. ‘와이닷츠’는 고령화 사회 노인들이 겪는 치매를 해결하고자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임상연구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만든 소셜벤처기업이다. 이들은 어르신들의 치매 예방과 재활을 돕는 인지 향상 AI 로봇 ‘피오’를 세상에 내놓았다. 행복한 노년기를 만들어가는 와이닷츠 콘텐츠팀 홍명훈 팀장과 배지영 매니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와이닷츠 콘텐츠팀 홍명훈 팀장(왼쪽), 배지영 매니저(오른쪽). 사진 손홍주
두 분 모두 작업치료를 전공한 이력이 눈에 띕니다.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셨나요?
홍명훈(이하 홍)_ 원래는 치매안심센터에서 작업치료사로 일하고 있었어요. 어느 날 지금의 대표님께서 센터에 오셔서 ‘어르신에게 로봇을 활용한 치매 프로그램을 제공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해주신 것이 인연이 됐죠. 제가 가진 지식과 경험이 로봇을 만드는 데 좋은 시너지를 일으킬 것 같았어요.
배지영(이하 배)_ 작업치료를 전공하며 치매안심센터로 실습을 나갔는데, 그때 ‘피오’를 처음 봤어요. ‘이게 치매 예방을 도와준다고?’라는 생각이 들어 관심이 생겼어요. 당시에는 나무로 만들어진 상태였거든요.(웃음) 이 나무가 로봇이라니, 굉장히 신선했죠.
초기에는 지금처럼 귀여운 외모의 소유자는 아니었군요.(웃음) 피오에 대해서도 자세히 소개해주세요.
홍_ 피오는 치매 어르신들이 직접 키우고 교감하며, 인지 활동을 수행할 수 있는 실버케어로봇입니다. 저희 와이닷츠에서는 피오를 활용한 인지 향상 프로그램인 ‘웃음꽃-피오’를 제공하고 있는데요. 어르신들은 로봇 피오와 함께 운동, 미술, 음악, 인지, 정서 등 다양한 치매 예방 콘텐츠를 진행할 수 있어요. 위치 맞추기 게임을 하며 인지자극을 주거나, 초성 게임으로 언어치료를 하는 식이죠.
배_이를 통해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를 겪는 어르신들의 치매 예방을 도와주고, 초기 치매 단계의 이행을 지연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현재 치매안심센터, 복지관, 주야간보호센터 등 다양한 시설에 웃음꽃-피오가 보급되어 있어요.
실버케어로봇을 기획하고 개발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해요. 피오는 어떻게 탄생한 건가요?
배_ 로봇은 크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나뉘는데요. 외관이 잘 만들어졌다고 해서 끝이 아닙니다. 그 안에 실버케어 콘텐츠를 탑재해야 비로소 완성되죠. 우선 집중력이나 기억력 등 다양한 인지 영역 중 어떤 것을 증진할지 설정하고, 팀원과 회의를 통해 로봇과 태블릿을 연동할 콘텐츠의 시나리오를 기획해요. 그다음 디자인팀에서 화면을 디자인하고, 개발자들이 이를 구현해요. 완료 후 테스트까지 거쳐야 완전한 실버케어로봇이 탄생합니다.
실버케어로봇개발자는 고령화 시대 노인들이 겪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사용자가 원하는 실버서비스가 로봇을 통해 구현되도록 한다. 사진 손홍주
무엇보다 치매 어르신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할 듯합니다. 시행착오나 어려움은 없었나요?
홍_ 콘텐츠의 난이도를 설정하는 것에 가장 많은 주의를 기울입니다. 조금만 쉽거나 어려워져도 어르신들의 참여 의욕을 떨어뜨릴 수 있거든요. 그럴 때면 그동안 작업치료사로 일하며 만난 어르신들에 ‘빙의’해서 콘텐츠를 기획해요.(웃음) 치매 단계마다 적절한 난이도를 부여하는 겁니다.
배_ 색깔 가르치기 콘텐츠에서 ‘빨간색은 사과’라는 정답을 맞히는 활동이 있었어요. 그런데 한 어르신이 “사과가 왜 빨간색만 있냐, 초록색 풋사과도 있다”라고 말씀하셨어요. 삶의 경험이 많은 어르신에게 맞는 객관적이고 명확한 문항 설계가 필요하다고 느낀 계기가 됐죠.
실제로 어르신들이 피오를 쓰다듬고, 대화를 나누며 교감하는 모습을 볼 때면 뿌듯할 것 같아요.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배_ 웃음꽃-피오는 총 12회기로 구성되는데요. 프로그램이 끝난 후 사전, 사후 검사표를 비교해보면 치매 어르신의 인지평가나 우울증 완화, 자존감 회복 등의 정서 점수가 눈에 띄게 개선되었을 때 긍정적인 효과를 실감해요.
홍_ 하루는 어르신 한 분이 제 손을 꼭 부여잡고 “오늘 하루 행복했어. 다음 주에도 행복하게 해줘”라고 하시더라고요. 또, 치매 어르신이 직접 피오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활동이 있는데, 어떤 분들은 잊지 않으세요. “OO야”하며 이름을 똑똑히 불러주셨을 때가 기억에 남네요.
두 분이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나 다음 계획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홍_ 제 직업군에서는 아직 실버케어로봇 쪽으로 진출하는 전문가가 전무한 만큼, 제가 길을 잘 닦아서 이 분야의 선구자가 되고 싶어요.
배_모든 시니어 세대들이 저희 피오를 가정에서 사용하는 날이 오길 바라고 있어요. ‘반려 로봇’처럼 가정용 피오가 1대씩 보급되어 널리 사용함으로써 치매 유병률을 낮추는 것이 목표입니다.
끝으로 이 직업에 관심이 있는 청소년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홍_ 약 5년 뒤에는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해서 인구 전체 5명 중 1명이 노인이 되는 세상이 옵니다. 여기에 대표적인 4차 산업인 로봇 분야가 결합한 만큼 실버케어로봇개발자는 미래에 비전 있는 직업이 될 거예요. 지식 쌓기보다 사람을 대하는 경험을 많이 하는 것을 추천해요.
배_ 어르신들과 소통하는 자세가 중요해요. 나만의 시야를 넓혀야 좋은 콘텐츠를 기획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노인요양센터나 복지관 등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꿈을 키워보세요!
■ 자유롭고 행복한 노년기를 꿈꾸는 와이닷츠 실버케어서비스
# 앵무새 로봇 ‘피오’
왕관 앵무새를 모티브로 한 캐릭터형 로봇 ‘피오’는 사랑스러운 외모와 똑똑한 기능을 갖췄다. 피오는 귀여운 아이 음성으로 감정을 나타내고, 사용자를 인식하여 상하좌우로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가능하다. 크고 푸른 눈은 사용자와 상호작용을 돕기 위해 디스플레이되어 있으며, 날개에는 불빛이 들어오는 LED가 부착되어 피오의 행동을 사용자가 따라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 로봇 인지케어 프로그램 ‘웃음꽃-피오’
로봇 피오와 태블릿을 활용한 ICT 인지중재 프로그램이다. 경도인지장애 및 초기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어르신의 집중도와 흥미도를 높인 다양한 인지자극 콘텐츠를 수행할 수 있다.
# 피오의 성장 스토리
웃음꽃-피오는 어르신의 효능감을 높이기 위해 일회성이 아닌 스토리텔링 기반 콘텐츠로, 기본 12회기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알에서 깨어난 피오를 어르신이 돌보고 성장시키며 애착 관계와 유대감을 형성한다. 어르신과의 인지 게임이나 동작 학습을 통해 피오는 화가, 운동선수, 변호사 등의 직업을 얻게 된다.
# 통합적 인지자극 콘텐츠
어르신과 피오는 정서자극, 운동치료, 인지치료, 음악 치료, 미술치료, 언어치료 등 폭넓은 영역의 인지 자극 활동을 함께 한다. 감정 대화하기, 말 가르치기와 같은 정서적 교감뿐만 아니라 색깔 박수, 위치 맞추기, 깃발게임, 음악에 맞춰 박수, 옷 입히기 등 어르신이 문제를 해결해나가며 인지력 향상은 물론 자신감이 상승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 코로나19도 문제없어! 웃음꽃-피오 가정방문 프로그램
언택트 시대, 웃음꽃-피오는 로봇과 태블릿을 통해 원격으로 인지활동을 하는 솔루션을 제시한다. 사용자는 원격으로 자유롭게 로봇을 제어하여 사회적 거리 두기를 통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시설 밖에서도 감염 걱정 없이 가정에서 어르신과 함께 비대면으로 실버케어로봇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이은주 MODU매거진 기자 silver@modu1318.com
글 이은주 ‧ 사진 손홍주, 와이닷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