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나 축구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경기장에서 손에 땀을 쥐는 승부만큼이나 긴박하게 움직여야 하는 사람이 바로 스포츠 기자다. 동경하는 스포츠선수를 눈앞에서 볼 수 있기에 매력적인, 하지만 ‘즐기지 못하면 할 수 없는’ 스포츠 기자의 세계를 탐구해보자.
스포츠 기자, 땀흘리는 만큼 즐길 수 있어
스포츠 기자는 스포츠를 사랑해야 한다. 선수들의 이야기와 경기의 내용을 조사하며 생겨나는 지식을 매일매일 쌓아야 좋은 기사를 오래 써낼 수 있기 때문이다. 구단이나 선수들과의 신뢰 관계를 잘 다져야 하는 스포츠 기자에게 인맥 관리는 필수다. 또, 여러 선수의 경기를 따라다니기 위해서는 체력이 좋아야 한다.
스포츠 기자가 현장에 나가면 경기장과 경기 일정을 전체적으로 조감한다. 경기가 시작되면 현장에서는 거의 이동할 수 없기에 선수와의 사전 인터뷰나 관계자 인터뷰 등은 미리 해두어야 한다. 경기 후에는 선수들 인터뷰 장소에 먼저 대기하여 취재를 준비하고, 혹시나 예고되지 않은 사건·사고가 생기면 바로 포착하여 움직일 수 있는 민첩함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야구팬이 사랑하는 야구 잡지, <더그아웃>
국내 유일의 야구 문화 잡지, <더그아웃>은 프로야구와 엘리트야구 같은 야구 전문 소식을 비롯해 선수들의 성장과정 이야기, 야구 기술 및 트레이닝 방법, 야구 아이템 리뷰 등 다양한 야구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특히 야구를 사랑하고 즐기는 모든 사람이 주인공이 될 수 있는 매체를 지향하고 있다.
<더그아웃>은 일반적인 스포츠 기사와 다르게 ‘고퀄리티’의 사진으로 승부를 건다. 창립자 김지형 편집장은 “사진을 잘 찍는 야구 매거진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덕분에 독자들은 <더그아웃>의 생생한 현장감이 담긴 선수들의 ‘화보’ 사진에 열광한다. 특히 2019년 8월 발행된 <더그아웃> 100호 특집은 10개 구단의 유망 선수를 모은 단체 브로마이드 1장과 개인 브로마이드 2장을 랜덤 부록으로 제공하면서 역사상 최단기간에 매진되었다. 야구에 대한 열정을 곁들여 차별화된 콘텐츠를 담는 <더그아웃>은 야구팬들에게 사랑받는 잡지로 자리매김해왔다.
‘꿈의 리그’ MLB를 가다
<더그아웃>의 유튜브 채널에서는 ‘야구 덕후’라면 누구나 동경하는 꿈의 리그 MLB를 취재하 기도 했다. ‘BK MLB 원정대’라는 기획 시리즈에서는 야구계의 레전드라 불리는 ‘잠수함’ 김병 현 선수와 함께 메이저리그 구단을 다니며 국내외 선수들을 인터뷰했다. 김 선수가 몸담았던 구단의 팬과 재회하는 감동적인 명장면이 영상으로 생생하게 담기기도 했다. 또, <더그아웃> 의 제안으로 김 선수가 월드시리즈 중 애리조나 홈구장에서 시구를 하는 장면도 볼 수 있다. 지금도 공식 유튜브 채널에는 <더그아웃>이 MLB 선수를 인터뷰하는 메이저리그 영상이 꾸준히 업로드되고 있다. 쉽게 예를 들자면, 배우 전도연과 함께 칸 국제 영화제를 돌며 인터뷰와 촬영을 진행한 뒤 지금도 칸의 소식을 담당하고 있는 것과 같다. 그만큼 <더그아웃> 유튜브에서는 누구나 열렬하게 응원하는 ‘최애’ 선수와 가까이에서 호흡하며 꿈의 무대를 누비는 스포츠 기자의 매력에 흠뻑 젖을 수 있다.
■ 스포츠 기자가 말하는 직업 이야기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는 도전정신이 중요해”
<더그아웃> 김지형 편집장
김지형 편집장은 평소 좋아하던 야구 이야기를 잡지로 만들어보겠다는 생각으로 스포츠 기자 직업에 뛰어들었다. 올해로 창간 10주년을 맞은 <더그아웃> 공식 홈페이지에 적힌 소개말처럼, 야구가 단순히 스포츠의 한 종목이 아닌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열일’해온 그와 함께 스포츠 기자가 가진 매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국내 유일의 야구 문화 잡지를 만들었어요. 어떤 계기로 스포츠 기자를 꿈꾸게 됐나요?
처음에는 장난처럼 이 일을 시작했습니다. 사진 찍는 친구의 포트폴리오로 매거진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요. 어떤 매거진을 만들까 고민하다가 좋아하는 야구를 소재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한번 매거진을 제작해보니 스포츠 기자 일이 매력적으로 느껴졌고, 그것이 10년째 이어지게 됐네요. 지금은 여자배구 등 야구 외의 소식도 매거진 외 영상매체로 전달하고 있는데요, 한국의 ESPN(미국의 스포츠 방송과 이에 관련된 프로그램을 만들어 24시간 방송하는 방송국)처럼 되고 싶어 경계를 확장해나가고 있습니다.
초창기에는 발로 뛰며 직접 기사를 썼지만, 지금은 편집장으로서 잡지 제작의 전반을 감독하고 있어요. 어떤 점이 가장 다르게 느껴지나요?
원래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었고, 글쓰기가 적성에 맞는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사를 써야 했던 초반에는 업무가 힘들게 느껴졌어요. 재밌는 콘텐츠를 기획하는 일에 시간을 쏟지 못하고 글 쓰는 데 시간을 많이 할애해야 했죠. 지금은 전체를 조감하는 일을 하기에 시야도 넓어지고, 다른 스포츠 콘텐츠 기획에도 시간을 쓸 수 있어요. 제게 맞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일이 훨씬 즐거워졌답니다.
스포츠 기자의 하루 일과를 들려주세요.
기자 시절에는 인터뷰이를 섭외하고 글을 쓰는 등의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더그아웃>은 월간지이기 때문에 매달 기획회의를 하며 인터뷰할 선수나 관계자를 선정하고, 섭외를 마친 뒤 인터뷰를 합니다. 잡지에 실릴 사진을 찍고, 마감 때는 잡지를 전체의 흐름을 편집하는데요, 기본적으로 월간지 기자가 하는 일과 같아요.
기본적으로 스포츠 선수들과의 ‘스킨십’이 중요할 것 같아요.
선수나 구단과의 신뢰 관계를 잘 쌓으려고 노력했어요. 자극적 기사를 써서 조회수나 화제성을 노릴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죠. <더그아웃>에게는 어떤 이야기든 해도 된다는 믿음을 줄 수 있도록 인터뷰이의 이야기를 사실 그대로 전달하는 기사를 썼습니다. 신뢰를 쌓았더니 인터뷰 요청에 점점 흔쾌히 응해주시더라고요. 처음 잡지를 창간하고 이 일을 시작했을 때, 조언을 얻을 다른 야구 매체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맨몸으로 부딪혀가며 일을 익혔습니다.
월드시리즈를 함께 촬영하러 간 김지형 편집장과 김병현 선수(왼쪽 위), 최지만 선수와 허구연 해설위원 등의 사인볼(왼쪽 아래), 더그아웃 표지 이미지(오른쪽 아래). 사진 손홍주
그렇다면 가장 인상 깊었던 선수가 있다면요?
지금은 에이전트 일을 하는 임재철 선수가 두산베어스 소속이었을 때 인터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처음 인터뷰한 프로선수였고, <더그아웃> 창간호 인터뷰였기 때문에 어떤 대화를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긴장한 상태로 인터뷰에 임했어요. 제가 당시에는 사회인 야구를 하고 있었는데, 인터뷰 중 티가 났었는지 임재철 선수가 제게 야구를 하느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렇다고 대답했더니 배팅 장갑이 가득 담긴 박스를 꺼내오며 야구팀에서 사용할 만한 게 있으면 가져가라고 내어주셨어요. 지금은 서로 형, 동생이라고 부를 정도로 친해진 사이입니다.(웃음)
소중한 인연이네요. 기자라면 인맥 관리가 정말 중요한데, 인맥 관리를 어떻게 하시나요? 학창시절에도 친구가 많았을 것 같아요.
네, 친구가 많은 편이었어요. 어떤 특별한 비법이 있다기보다는, 상대가 원하는 걸 먼저 알아차리고 다가가는 편이에요. 프로야구선수는 연예인과 비슷한 위치에 있어서 주변에서 그 사람에게 원하는 걸 해주기보다 선수에게 무언가를 얻으려고 행동하려는 사람이 더 많거든요. 기본적으로 어떤 사람에게든 내가 무언가를 요구하기보다 상대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편입니다. 바쁘더라도 시간을 내어 꾸준히 연락하려고 노력하고요.
스포츠 기자가 되려면 어떤 준비를 하면 좋을까요?
물론 청소년 시절에는 많은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해요. 교내 신문사에서 활동하면서 기사를 써보기도 하고, 스포츠구단에서 운영하는 청소년 서포터즈 등에 도전하면서 노하우를 쌓는 거죠. 제가 기자를 뽑을 땐 학벌이나 자격증 같은 것이 아니라 그런 활동에 참여한 경력을 높게 평가해요. 요즘은 어떤 매체든 글로 쓴 기사가 아닌 여러 플랫폼을 활용하기 때문에, 새로운 매체를 내 것으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죠. 사진이나 영상촬영·편집을 조금이라도 익혀보세요.
마지막으로 이 인터뷰를 볼 청소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남들이 하지 않은 것을 시도하는 도전정신이 중요합니다! <더그아웃> 초창기에는 스포츠 기사에 사진이 왜 중요하냐는 시선이 많았지만, 그렇지 않은 잡지는 전부 사라졌고 저희 잡지만 살아남았어요. 어떤 일을 할 때 남들이 하는 말에 신경 쓰기보다 자신의 주관을 밀고 나가는 것도 중요해요. 망설이지 말고 우선 도전해보라는 말을 하고 싶어요.
이은주 MODU매거진 기자 silver@modu1318.com
글 김나래 · 사진 손홍주, 게티이미지뱅크 · 진행 이은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