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그날그날의 사건과 사고, 쏟아지는 소식을 정리해 알기 쉽게 전달한다. 신문기자는 신문 지면에 실을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취재로 진실을 파악하고, 이를 대중에게 알려주는 직업이다. 매일 발행하는 일간지 속 바른 정보를 전하는 기자의 바쁜 하루를 따라가 보자.
각 부서마다 정해진 출입처에서 취재원 만나
일간지 기자는 부서마다 정해진 출입처 기자실로 출근한다. 정부 부처와 국회, 대기업 등 출입처에서 취재 거리를 찾고 어떤 기사를 쓸 것인지, 분량과 사진, 그래프 등을 준비할 것인지 정리한 뒤 데스크(신문사나 방송국의 편집부에서 기사의 취재와 편집을 지휘하는 직책)에 보고한다. 이를 ‘발제’라고 하는데, 데스크는 현장 기자의 발제를 모아 편집회의에 들어간다. 그리고 현장 기자들은 취재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줄 취재원과 만나 중요한 내용을 기록으로 남기거나 기삿거리를 파악한다.
발제한 기사가 채택될 경우 신문의 몇 면에 어떻게 들어갈 것인지 지면에 분량과 구성이 정해진다. 기자는 정보가 더 필요할 경우 취재를 보강해 기사를 마감한다. 일간지 기사의 마감 시간은 보통 3시 30분이다. 지면의 구성과 사진을 배치하고 눈길을 끄는 제목을 다는 것은 편집기자의 몫이다. 그래프나 표, 삽화가 필요할 경우 디자인 팀에서 작업을 하며, 현장 기자는 대장(신문에서 한 면을 만든 뒤 교정을 보기 위해 간단하게 찍어내는 것)을 통해 기사를 확인한다.
신문사 내 다양한 부서 거쳐 역량 개발해야
신문사 내에는 정치부, 경제부, 사회부, 산업부 등 다양한 부서가 있다. 정치부 소속 기자는 국회나 청와대에 출입해 국민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정책과 법안이 만들어지는 국회 현장을 들여다본다. 사회부에서는 사회 속에서 일어나는 여러 사건과 사고를 다루며, 주로 경찰서나 교육부에 출입한다. 또한 산업부 소속 기자는 각 기업에 출입하며, 신제품을 소개하거나 기업의 지배구조를 검증하기도 한다.
각 부서에 소속된 기자는 평균적으로 1~2년에 한 번 부서를 바꾼다. 한 부서에 오래 있게 되면 전문성을 가진다는 장점이 있지만, 취재원들과 친분이 생겨 비판을 해야 할 때 망설일 수 있어 공정성을 잃기 때문이다. 또한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보는 시각을 가져야 하는 직업이므로 여러 부서를 경험하며 지식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10~15년 여러 부서를 순환한 경력을 가진 뒤에는 원하는 부서에 정착해 전문 기자가 되기도 한다.
■ 신문기자가 말하는 직업 이야기
“신문을 펼쳐 어디에 어떤 기사가 있는지 종합적으로 살펴볼 것”
<한겨레신문> 산업부 송채경화 기자
Q. 2008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하고 13년간 기자로 일했다. 어떻게 신문기자가 됐나?
어릴 때부터 언론인을 진로로 정하진 않았다. 사회, 정치에는 관심이 많았지만 대학원에서는 언어학을 공부했다. 그러다 주위에 정치혐오증을 가진 친구들을 보면서, 사람들의 정치혐오를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신문기자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2년간 언론고시를 준비하면서 여러 방송사, 언론사, 종합지 시험을 봤고, 나와 가장 가치관이 맞았던 신문사인 한겨레신문에 입사했다. 지금은 산업부 소속으로, 삼성전자, LG전자, SKT 등 통신사에 출입하고 있다.
Q. 2019년, 청담동 미용실 스태프들의 현실을 깊이 있게 들여다본 ‘청담뷰티공단 리포트’ 기사로 ‘이달의 기자상’을 받았다. 취재원 섭외가 쉽지 않았을 텐데.
현직에 있는 스태프들이 아무도 인터뷰를 하고 싶어 하지 않아서 취재에만 몇 달이 걸렸다. 처음에는 미용 관련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사람들에게 일일이 쪽지를 보내 기획을 설명했고, 청담동 유명 미용실 근처의 카페에서 무작정 말을 걸어 인터뷰를 요청하기도 했다. 그중 한두 명이 인터뷰에 응해주었고, 그들이 또 다른 사람들을 소개해주기도 해 기사를 완성할 수 있었다. 대안을 제시할 때는 미용 산업을 연구하는 전문가를 수소문해 조언을 구했다.
Q.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하면 보람이 남다르겠다. 또 기억에 남는 취재 현장이 있다면?
주간지인 <한겨레21>에서 기본소득과 관련한 기획기사를 썼을 때가 기억에 남는다. 허리 디스크 환자라 일을 할 수 없어 소득이 없는데도, 젊다는 이유로 복지 혜택을 못 받은 분이었다. 밀착 취재였기 때문에 처음에는 부담스러워하셨지만, 오랜 시간 설득하자 마음의 문을 여셨다. 기사가 나갔다고 해서 그분이 바로 도움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지금 정계 곳곳에서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나오는 것을 보면 변화에 한 발짝 다가가지 않았나 싶다.
Q. 이런 심층 취재가 필요한 특집 기사의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나?
조각조각 나오는 기사 속에서도 중점적으로 다뤘으면 하는 것을 기억해두거나,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기사화 아이디어를 얻는다. 또 회사로 들어오는 제보를 통해 기획안을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취재원과의 관계가 소중하다. 취재원들이 나를 신뢰할 만한 기자라고 생각하면 중요 문건을 건네주기도 하고, 내부 고발자를 소개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Q. 사람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기사를 쓰는 데에도 비법이 필요하겠다.
글을 유려하게 잘 써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기사도 있고, 사실관계에 맞게 명확하게 적어 핵심을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기사도 있다. 나는 후자를 선호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팩트를 많이 모으고, 걸러낼 것은 걸러내며 정확성이 떨어지지 않도록 한다. 현재는 산업부 소속이라 기업 홍보 자료를 많이 받지만, 이러한 홍보성 자료를 그저 베껴 쓰지 않고 소비자의 눈에서 검증하려고 한다.
Q. 그러고 보면 어느 업계에서나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를 불안해하고 있다. 특히 신문기자는 ‘AI가 대체할 직업’ 순위에 오르기도 한다. 앞으로 신문기자의 전망은 어떨까?
글쎄. 신문기자는 진실을 파악하기 위해 취재하고, 진실을 모아 핵심을 알려주는 직업이다. 고도로 훈련받은 인간의 판단력이 중요하므로, 인공지능 시대가 와도 크게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통로로 만나느냐는 달라지겠지. 신문사 역시 종이 너머 온라인, 방송 등 다양한 매체로 독자와 만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Q. 세상에는 화려한 매체가 참 많음에도 전통적인 방식의 종이 신문을 봐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신문은 언론사의 창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다. 지면으로 보지 않으면 온라인에서 조각 기사를 보게 되는데, 이는 종합적인 판단을 어렵게 만든다. 이 기사가 왜 1면에 있는지, 어떤 이유로 그 자리에 배치됐는지 알려면 여러 뉴스를 지면으로 보는 게 좋다. 또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지기 위해서는 하나의 매체가 아닌 여러 매체를 같이 봐야 한다. 진보 성향의 한겨레신문과, 보수 성향의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중 하나를 골라 같은 주제의 기사를 서로 비교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Q. 현직 기자로서 신문기자에게 필요한 자질을 꼽는다면?
사회와 사람에 관심이 많아야 하며, 비판에 강해야 한다. 기자들은 심심치 않게 ‘기레기’라는 말을 듣지 않는가. 비판과 비난이 쏟아지는 것에 단단해져야 한다. 물론 내가 비판적 관점을 갖고 현안을 파악하는 자세도 중요하다. 또 하나는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검증이다. 내가 믿을 만한 기자라는 것을 취재원과 동료, 후배, 데스크, 나아가 독자 모두에게 검증받는 게 좋다. 사실 기자에게 전공이나 학벌, 학력은 크게 상관없다. ‘언론고시’라고 불리는 시험에 합격해 10대 일간지, 경제지, 방송사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여러 언론사에서 경력을 쌓은 뒤 이직하는 경우도 많고. 자신의 관점을 갖고 남을 설득할 수 있는 글을 잘 쓰는지가 중요하다. 그러려면 글쓰기 연습을 많이 해둬야 한다. 책을 많이 읽고, 신문을 읽고!
Q. 책 이야기가 나왔으니, 마지막으로 미래의 ‘이달의 기자상’을 노릴 친구들을 위해 필독서를 추천해달라.
좋아하는 분야의 책을 많이 읽는다면 모두 도움이 되겠지만, 특히 이 두 권은 추천하고 싶다. <말이 칼이 될 때>와 <세습 중산층 사회>다. <말이 칼이 될 때>는 혐오 표현에 대해 잘 정리한 책이다. 저널리즘이 궁금하다면 읽어보길 바란다. <세습 중산층 사회>는 공정성에 민감한 요즘 친구들이 꼭 읽어보길 바란다. 예를 들어 시험 점수 하나로 사람을 평가하는 게 정당한지, 그렇다면 점수를 높게 받은 학생이 그 점수를 받기까지 환경은 어떻게 조성돼왔는지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다.
글 전정아 · 사진 손홍주
전정아 MODU매거진 기자 jeonga718@modu1318.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