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가장 유행하는 패션뷰티 정보와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매체, 바로 패션 매거진이다. 패션 매거진 기사는 크게 패션, 뷰티, 라이프스타일과 문화 전반을 다루는 피처 카테고리로 나뉜다. 오늘은 매거진에서 스킨케어와 메이크업 관련 정보는 물론 헤어, 보디, 헬스 기사까지 모두 다루는 뷰티 에디터를 만나봤다.
“글쓰기 능력과 기획력은 에디터의 기본, 디지털 활용 능력 갖춰야 경쟁력 있어”
<마리끌레르> 뷰티 디렉터 윤휘진
Q. 에디터님은 언제부터 매거진 에디터를 꿈꾸셨나요?
어렸을 때부터 잡지 읽는 걸 좋아했어요. 패션과 뷰티에도 관심이 많았고요. 글 쓰는 것을 좋아해서 우연히 매거진 어시스턴트 일을 하게 됐고, 인턴 기자를 거치면서 10년 차 에디터가 됐네요.
Q. 같은 패션 매거진 내에서도 뷰티 에디터만의 특별한 업무도 있나요?
뷰티 에디터의 업무 중 하나가 신제품을 써보고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거잖아요. 그러다 보니 제품을 가장 먼저 사용해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요. 신제품 론칭 행사 외에도 뷰티 브랜드의 역사를 담은 헤리티지 전시, 공간 체험 등 다양한 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특권입니다.
또 글로벌 브랜드에서 신제품을 내거나 특별한 이슈가 있을 때는 취재차 해외로 나가기도 하는데요, 전 세계의 뷰티 에디터들이 한 공간에 모여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향수라면 조향사와, 메이크업 제품이라면 메이크업 아티스트나 제품 개발자와, 또는 브랜드의 홍보대사와 모델 등을 인터뷰하는 거죠.
Q. 뷰티 에디터만의 ‘직업병’이 있다면요?
유행을 즐기질 못해요.(웃음) 뭐든 일과 엮어가며 ‘이게 왜 유행이지’ 하면서 분석하게 되니까요. 스피닝이나 필라테스처럼 어떤 운동이 유행하면 무조건 해보고요. 새로운 뷰티 기기가 출시되면 뭐든 써보려고 하죠. 미용에 효과적인 제품이 있다고 하면 꼭 써봐야 직성이 풀린답니다.
Q. 1년 열두 달 매번 다른 기사를 준비하는 일이 쉽지 않을 듯해요. 기획회의는 어떻게 진행하나요?
먼저 연초에 큰 틀을 잡아둬요. 작년에는 코로나19가 확산될 줄 몰랐기 때문에 부랴부랴 급히 구성하기도 했지만, 보통은 시즌에 따라 트렌드와 맞물리는 아이템으로 기획합니다. 트렌드 기사는 글로벌 뷰티 트렌드에 맞춰 올봄에 유행할 컬러 등을 제안하고요. 코로나19 시국에 맞는 콘텐츠를 찾아 심도 깊게 다루는 리포트 기사도 있었죠. 또 새로 발견된 화장품의 성분에 대해 취재하거나 SNS에서 갑자기 유행하는 민간요법의 효능을 알아보기도 한답니다.
Q. 지면에 나온 기사를 온라인 콘텐츠로 재가공하는 일도 에디터의 일이라고 들었어요.
맞습니다. 지면의 구성과 똑같이 온라인 기사로 나갈 수는 없으니까요. 어디에 싣는지, 플랫폼 환경에 맞춰 가장 효과적인 방식으로 새롭게 구성하는 거죠. 그래서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이 잘될 수 있도록 SEO(Search Engine Optimization, 검색엔진 최적화)에 맞춰 리라이팅하는 작업이 필요해요. 웹 사이트에서 한눈에 보일 수 있도록 제목을 좀 더 직관적이거나 쉽게 수정하는 식이죠.
요즘은 지면에 실리지 않고 온라인이나 SNS에 배포하는 용도로 별도의 콘텐츠를 만들기도 해요. 아예 아이템을 새로 고민하는 겁니다. 그래서 포토샵을 어느 정도 다룰 수 있거나 영상 편집에 재능이 있는, 다시 말해 디지털 활용 능력을 갖춘 친구들이 각광을 받고 있고요. 하지만 매거진 에디터 역량의 기본은 글쓰기 실력과 기획력이랍니다.
Q. 역시 글쓰기 실력은 기반이 돼야 하는군요. 매거진 에디터가 되기 위해 대학에서 전공해야 할 학과도 있나요?
저는 대학에서 국어국문학과를 전공했지만, 꼭 국문과를 전공해야 하는 건 아니에요. 오히려 전공은 무관하죠. 다만 패션 매거진 에디터를 채용할 때 패션, 뷰티, 피처 분야별로 각각 채용하기 때문에, 각 분야에 대한 관심과 관련 이력이 더 중요합니다. 본인의 SNS 채널을 잘 관리해서 나만의 플랫폼을 만들면 그 자체가 포트폴리오가 될 수도 있어요.
Q. 뷰티 에디터라는 직업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까요? 에디터님의 관점이 궁금해요.
오늘날만 해도 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 많이 늘었어요. 이제는 종이 위에서보다 온라인 세상에서 반짝거리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사람들에게 더욱 경쟁력이 생길 겁니다. 하나의 ‘매체’에 국한되지 않고, 다방면에서 자유롭게 뷰티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이 많아질 테니까요.
Q. 마지막으로 패션 매거진에서 일하고 싶은 친구들에게 한마디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본인이 직접 기획한 콘텐츠를 만들어보는 걸 추천합니다. 블로그 포스팅, 인스타그램 피드, 유튜브 영상 등등 뭐든 좋아요. 주제를 정하고 어떤 방식으로 풀어낼지 스스로 고민해보는 게 좋습니다. 작문 실력은 글쓰기 책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 직업 관련 영화는…너무 미화돼 나오다 보니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네요. 패션 매거진 에디터들이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주인공처럼 살지 않거든요.(웃음)
뷰티 에디터로서 한마디 더 덧붙이자면, 10대 친구들이 화장을 많이 하는 만큼 클렌징을 꼼꼼히 할지 걱정이 되더라고요. 바르는 것보다 지우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잊지 않길 바랍니다. 또 트러블이 난다면 메이크업으로 감추려고 하기보다는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고요!
■ 뷰티 에디터가 공개하는 뷰티 기사 촬영장 스케치
1. 콘셉트 결정 화보를 어떻게 촬영할지, 전체적인 콘셉트를 잡는 것은 뷰티 에디터의 몫. 해외 작업과 시안을 참고해 어떤 분위기와 비주얼을 담을지 결정한다.
2. 스태프 섭외 화보 촬영장은 많은 직업인이 협업하는 곳이기도 하다. 먼저 촬영을 할 포토그래퍼와 모델, 메이크업을 담당하는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헤어 아티스트, 간혹 네일 디자인을 보여주고 싶다면 네일 아티스트를 섭외한다. 촬영 현장을 영상으로 담는 비디오그래퍼도 함께한다.
3. 준비 및 에디팅 뷰티 에디터는 제품 촬영에 재미를 더할 소품을 준비한다. 소품을 전문적으로 구성하는 프롭 스타일리스트를 섭외하기도 하지만, 에디터가 직접 꽃시장에 가서 꽃을 사고, 페인트를 칠하는 일도 부지기수. 촬영이 시작되면 포토그래퍼, 비디오그래퍼의 작업을 에디팅한다. 제품의 제형, 메이크업의 색감을 오롯이 표현하는 것은 포토그래퍼의 역량이다. 제품 촬영은 특히 구도적 안정감이 중요하다. 각도가 10도만 틀어져도 분위기가 달라지기 때문.
4. 원고 작성 기사는 에디터의 이름을 걸고 나가는 만큼 책임감을 갖고 꼼꼼히 작성해야 한다. 독자들은 에디터의 글을 신뢰하기 때문에 팩트 체크에 중점을 둔다. 또한 제목과 전문을 매력적으로 뽑아내 흥미를 끄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글 전정아 · 사진 손홍주, 윤휘진
전정아 MODU매거진 기자 jeonga718@modu1318.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