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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SPECIAL] 평면에 깊이를 더하다, 3D 모델러

등록 2021-04-08 16:55수정 2021-04-08 17:24

게임 속 세상은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판타지다. 화려한 그래픽을 덧입힌 가상세계가 만들어지고, 그곳에서는 캐릭터가 뛰어다닌다. 배경, 건물, 캐릭터, 아이템 등 게임에서 보이는 모든 것에 입체감을 주고, 숨결을 불어넣는 직업이 바로 3D 모델러다. 3D 캐릭터가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눈으로 따라가 보자.

1. 콘셉트 기획

콘셉트 기획.김선욱 제공
콘셉트 기획.김선욱 제공

하나의 캐릭터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기초 공사가 필요하다. 마법사나 기사 등 캐릭터에 콘셉트를 부여하고 스토리와 방향성을 설정하는 기획 단계가 그것이다. 원화가나 2D 일러스트 디자이너는 기초 도안을 그리고 콘셉트에 맞춰 캐릭터를 디자인한다. 3D 모델러는 원화를 분석하며 실제로 3D 모델로 구현 가능할지 디자이너 등과 함께 논의한다.

2. 모델링

모델링.김선욱 제공
모델링.김선욱 제공

본격적으로 원화를 3D로 조형하는 작업이다. 컴퓨터그래픽을 활용해 캐릭터의 골격을 만들고 뼈대를 구축한다. 최대한 원화의 특징을 살려 비슷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3. 텍스처 작업

텍스처 작업.김선욱 제공
텍스처 작업.김선욱 제공

모델링이 하나의 스케치 과정이라면, 텍스처 작업은 채색 단계라고 보면 된다. 모델링 이미지에 색을 입히고 표면에 질감을 불어넣는 작업이다. 그림자나 농도의 변화 등과 같은 3차원 질감을 넣어 사실감을 추가한다.

4. 게임엔진 적용

게임엔진 적용.김선욱 제공
게임엔진 적용.김선욱 제공

텍스처를 입힌 3D 캐릭터는 정적인 모습이다. 애니메이터가 움직임을 주고, 이펙터가 여러 시각적 효과를 추가하면 비로소 살아 숨쉬게 된다. 프로젝트의 아트 디렉터 감독이나 총괄 PD가 캐릭터를 컨펌한 후 게임엔진에 올려놓고 테스트했을 때 아무런 이상이 없다면 정식 출시가 완료된다.

■ 3D 모델러가 말하는 직업 이야기

네오위즈 김선욱 3D 캐릭터 모델러.사진 오계옥
네오위즈 김선욱 3D 캐릭터 모델러.사진 오계옥

“내가 만든 캐릭터를 플레이하는 즐거움을 느껴보세요”

네오위즈 김선욱 3D 캐릭터 모델러

원화가 ‘뼈대’라면 3D 모델링은 ‘살’이다. 뼈대에 살을 붙이고 형상을 완성하는 3D 모델링 과정을 거치면 캐릭터는 생명을 얻게 된다. 네오위즈 스노우볼스튜디오의 ‘킹덤오브히어로즈’팀에서 매력적인 게임 캐릭터를 만들며 활약하고 있는 김선욱 3D 캐릭터 모델러를 만났다.

2D 원화가 3D 캐릭터로 변신하는 과정을 보니 신기하네요. ‘3D 모델링’의 뜻은 정확히 무엇인가요?

쉽게 말해 도면에 그림이 그려져 있다고 생각해봅시다. 이것은 평면, 즉 2D라고 말할 수 있어요. 2D는 가로와 세로로 구성되는데, 여기서 ‘깊이’가 추가되면 바로 3D의 개념입니다. 가로, 세로, 깊이는 입체적인 표현에 있어서 3D를 구성하는 세 가지 좌표죠. 3차원의 공간이나 캐릭터를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이 3D 모델러예요.

‘아르얀’과 ‘아라운’을 만들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요?

캐릭터의 콘셉트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고민했어요. 쌍둥이 자매인 아르얀과 아라운은 나무 속성의 영웅이자 숲을 지키는 수호신인데요. 처음 원화를 받았을 때 어떻게 숲속 정령의 콘셉트를 효과적으로 표현할지 생각해봤죠. 물론 ‘귀여움’은 필수 조건이었고요.(웃음) 만약 나뭇결의 거친 질감을 지나치게 사실적으로 표현하면 오히려 이용자에게 거부감을 심어줄 수도 있거든요. 최대한 많은 자료를 참고하면서 비슷한 캐릭터들은 어떤 복장과 헤어스타일을 가졌는지 분석했어요. 그래서 나뭇잎 느낌이 나게 머리카락을 늘어뜨리고, 나무와 숲을 연상시키는 장치를 캐릭터에 표현했죠.

와, 하나의 캐릭터가 완성되기까지 창작의 고통이 엄청나군요. 3D 캐릭터를 구상할 때 나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살짝 공개해주세요.

방금 말씀드렸듯이 참고 자료를 여러 개 찾아보는 것이 좋아요. 어떤 게임의 시대적 배경이 스팀펑크(19세기 산업혁명 시기 증기기관을 바탕으로 기술이 발전한 가상의 세계를 배경으로 한 대중문화 SF장르 중 하나)라고 하면 ‘증기기관차’, ‘2차 산업혁명’, ‘톱니바퀴’ 등 연상되는 단어를 검색함과 동시에 관련된 문화콘텐츠를 감상하는 거죠. 지식 관련 책을 평소에 많이 읽는다거나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나중에 필요할 것 같은 키워드를 정리해놓는 것이 중요해요. 자료를 찾고 싶어도 단어를 모르면 헤맬 수밖에 없어요. 좋은 자료를 찾는 방법을 공부한다고 생각하면 편할 거예요. 그리고 경험이 쌓이면 저절로 몸으로 습득될 거고요.

지금까지 작업물 중에 특히 기억에 남는 캐릭터가 있다면요?

‘길티기어’라는 게임에서 ‘포템킨’이라는 캐릭터를 좋아해요. 예전에 개인 작업을 할 때 만들었죠. 이 친구의 상체는 굉장히 거대하고 다리는 짧은데, 저는 여기서 힘세고 멋있는 고릴라를 연상했어요. 또, 처음 디자인을 보고 ‘얼굴은 아놀드 슈워제네거처럼 만들면 재밌겠네?’, ‘SF를 참고해서 기계 같은 이미지를 만들어야겠다’라는 생각이 딱 떠올랐어요. 캐릭터를 봤을 때 연상되는 배우, 혹은 어울리는 이미지를 매칭하면서 재밌게 완성했던 기억이 있네요.

대전 격투게임 '길티기어'에 등장하는 '포템킨' 캐릭터.김선욱 제공
대전 격투게임 '길티기어'에 등장하는 '포템킨' 캐릭터.김선욱 제공

11년 경력의 3D 캐릭터 모델러로서 이 직업만이 가지는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제가 만든 캐릭터가 뛰어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이요. PC방에서, 혹은 내 옆자리에서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켜고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을 보면 소소한 기쁨을 느낄 수 있죠. 하나의 게임 캐릭터를 출시하는 과정에서 팀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것도 즐거움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저희 모델러를 비롯해 디자이너, 애니메이터, 이펙터들이 한마음으로 서로를 위해 조언을 해주다 보면 재밌는 생각들이 마구 쏟아져 나오거든요.(웃음)

3D 모델러 중에는 왠지 미대 출신이 많을 것 같아요. 어떻게 준비하면 3D 모델러가 될 수 있을까요?

미대를 졸업하면 유리할 수는 있어요. 하지만 비전공자라도 노력한다면 누구나 이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저는 학원을 가보는 것을 추천해요. 현업에 종사하는 실무자들이 강의하고 있어서 피부에 와 닿는 정보를 얻을 수 있거든요. 현재 어떤 3D 프로그램을 쓰고, 어떤 스타일이 유행하고 있는지 등등이요. 3D 모델러가 되고 나면 게임업계뿐만 아니라 영화나 영상 분야에 진출합니다. 특히 요즘은 3D 프린터의 등장으로 직접 캐릭터 피규어를 제작하는 3D 모델러도 많이 생겨나고 있어요. 그래서 미래에도 전망이 아주 밝을 겁니다.

‘꽝손’도 도전할 수 있다는 거군요.(웃음) 3D 모델링 입문자를 위한 프로그램도 하나 추천해주세요.

3D 모델링은 크게 전통적인 핸드페인팅, PBR(물리 기반 렌더링) 방식으로 나뉘어요. 그중 핸드페인팅 방식은 손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프로그램을 배울 때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하는지, 브러시는 어떻게 쓰는지 등 초보자들은 막막한 점이 많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럴 땐 <손맵(핸드페인팅)으로 배우는 3D 게임 캐릭터 모델링>이라는 책을 참고해보세요. 저만의 실무 스킬을 담아 1년 반의 시간을 쏟아 만든 입문서랍니다. 프로그램의 기본적인 인터페이스와 함께 인체를 얼굴, 몸, 손, 발로 나눠 자세히 설명하기 때문에, 책을 천천히 따라 하다 보면 자신의 캐릭터 모델링을 완성할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3D 모델러에 관심이 있는 청소년들에게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사람이나 사물을 볼 때, 분석적으로 관찰하는 눈이 필요해요. 예를 들면 나무를 보더라도 나뭇결의 디테일을 바라보는 관찰력으로 고유의 특징을 잡아내서 손으로 출력해낼 수 있는 사람이요. ‘꽝손’이라고 고민하는 친구들은 먼저 날카로운 눈을 가져보세요. 손은 연습하면 충분히 따라갈 수 있답니다. 눈과 손이 만난다면 누구나 좋은 실력을 갖출 수 있어요. 열정과 포기하지 않는 마음, 이 두 가지면 충분합니다.

이은주 MODU매거진 기자 silver@modu1318.com

글 이은주 · 사진 오계옥, 김선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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