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카만 입속, 얼굴을 찡그린 채 웃는 얼굴을 그린 작가로 유명한 유에민쥔은 중국 현대미술가 4대 천왕 중 한 명으로도 불린다. 세상을 향한 풍자와 비판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그의 작품을 한국에서 만날 수 있는 대규모 개인전이 열렸다. 오늘은 전시기획자이자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부산 비엔날레 총감독을 지낸 ‘상하이 하우아트 뮤지엄’ 윤재갑 관장의 인터뷰와 함께 유에민쥔의 작품 세계를 들여다봤다.
“나는 웃음이 억누를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사람들이 웃는 것을 그린다.”
유에민쥔은 중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다. 중국 현대미술 중에서도 ‘차이나 아방가르드’라고 하는 전위적인 그룹의 리더이기도 하다. 구소련의 해체, 동독과 서독의 통일, 중국 천안문 사태 등을 겪으며 사회주의의 붕괴를 목격한 중국인의 절망과 무기력증은 그의 작품 배경이기도 하다. 실제로는 거의 웃는 법이 없는 유에민쥔은 캔버스 위에서만 특유의 냉소적인 웃음으로 그가 겪은 삶과 사회의 모순, 부조리함을 그려낸다.
The Entombment Oil on Canvas 380×300cm 2010.사진 XCI 제공
Q. 유에민쥔의 대규모 개인전을 한국에서 주최하게 된 기획 의도는 무엇이었나요?
A. 윤재갑 관장(이하 윤)_ 중국과 한국은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가장 밀접하게 연결된 나라입니다. 특히 21세기 중국은 전 세계를 선도하는 국가가 되기도 했죠. 중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그의 전시로 지난 30년간 급격하게 변화한 중국의 사회와 문화를 이해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번 전시를 기획했습니다.
Q. 이번 전시에서 심혈을 기울인 부분이 있다면요?
A. 윤_ 현대미술, 현대문화의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아나키즘(개인을 지배하는 국가권력 및 모든 사회적 권력을 부정하고, 절대적 자유가 행해지는 사회를 실현하려고 하는 무정부주의)과 아방가르드(기존 예술에 대한 인식, 가치를 부정하고 새로운 예술의 개념을 추구하는 예술운동) 정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회와 개인에 대한 성찰과 비판은 문화의 핵심적 요소가 됐죠. 유에민쥔은 냉소와 죽음이라는 상반된 주제로 중국 사회와 문명을 비판합니다. 우리는 이 전시로 현대 중국의 살아 있는 시대정신을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Memory 2 Oil on Canvas 140×108cm 2000.사진 XCI 제공
Q. 유독 가볍지 않은 전시입니다. 독자들이 전시에서 많은 것을 얻어가려면 미리 알아둘 지식이 있을까요?
A. 윤_ 인간과 사회, 그리고 문명에 대해 고민하는 분들에게 좋은 전시가 될 겁니다. 비판적인 의식, 끊임없이 자아성찰을 하는 분들이라면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으로 구성했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항상 참입니다. 아나키즘과 아방가르드, 중국의 현대미술가 4대 천왕에 대해 조금이나마 공부하고 오면 좋을 듯합니다. 여기에 자아 성찰이 겹쳐진다면 나만의 시선으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을 겁니다.
The Blue Ocean Oil on Canvas 250×200cm.사진 XCI 제공
Info
기간 5월 9일(일)까지(매주 월요일 휴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3층
시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오후 6시 입장마감)
요금 성인 1만5000원, 청소년 1만3000원
전정아 MODU매거진 기자 jeonga718@modu1318.com
글 전정아 · 자료 제공 XCI